"트레킹 day 10"
페리체(4,240m)-팡보체(3,930m)-캉중마(3,550m)-)남체(3,440m) 약19km, 10시간
05시 모닝콜 따뜻한 진저티로 하루를 시작한다.
밤새 기침을 해서 목이 쉬어버렸다.
말을 할려니 바람소리만 난다.
어르신 한분도 기침을 상당히 하신다.
거의 모든 분이 조금씩 기침을 한다.
오늘 남체까지 19km, 10시간을 걸어야 한다. 최대한 많이 내려가야 고산증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중간 중간 오르막도 있는 기나긴 하산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안다.
06시 아침 메뉴는 된장국에 계란프라이 등등... 대충 먹고 뜨끈한 숭늉 마시고 식사를 마친다.
우리가 먹어 치운 식자재 만큼 좁교 등짐이 점점 가벼워 보인다. 좁교 표정도 밝아 보이고 발걸음도 경쾌해 보인다^^
갈색 잡목 덤불이 조금씩 초록의 키 큰 나무로 바뀌어 갈 무렵, 풍기텡가로 내려가는 언덕이 나온다. 내려다 보니 급경사 돌길이 아뜩하다. 맞아, 올때 이 잔인한 오르막을 힘들게 힘들게 올랐었지!!
반대로 내려가는데 내려가는것도 힘들다. 조심조심 내려간다.
높푸른 하늘과 드넓은 설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풍경을 열심히 눈속에 가슴속에 담으며 걷는다. 아름다운 아마 다블람도 꼭꼭 담는다.
출렁다리도 흔들흔들 다시 건넌다.
텡보체 롯지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메뉴는 야크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야크 스테이크가 엄청 질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기는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다. 질기긴 좀 질겼지만 쫑쫑 잘라 소스를 푹 찍어 먹으니 먹을만 하다. 하지만 몇 점 먹고는 포기하고, 스파게티에 케챱을 듬뿍 뿌려 먹는다. 새콤하니 입에 맞는다. 콜라를 곁들여 맛있게 먹는다.
계곡에 위치한 3,250m의 풍기텡가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3,550m의 캉중마 까지 아이고 아이고 하며 오른다.
트레킹 시작할때 룰루랄라 내려왔던 길들은 다시 돌아갈땐 얄짤 없이 체감상 더 힘든 오르막으로 변해있다. 지칠대로 지쳐있으니ㅠㅠ
못 먹고 못 자고 행군은 계속되니, 걷는 실시간 바지가 헐렁해짐을 느낀다. 일행들이 보더니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고 한다.
캉중마에 올라서 우리 묵었던 롯지 테라스에서 잠시 쉰 후, 고소적응하느라 잠시 걸어봤던 하이웨이길을 따라 내려간다. 넓고 좋은 길이지만 상당히 지루하다.
드디어 남체가 나타난다. 갑자기 없던 힘이 솟아 난다. 안나푸르나를 가 봐서 안다. 여긴 따뜻한 물이 우리나라 처럼 무한정 나오지 않는다는 걸. 빛의 속도로 선두로 치고 나가 산악 호텔급 롯지에 도착해 방 배정 받기 무섭게 신속히 이동 후, 열 일 제치고 뜨끈뜨끈한 물에 샤워하고 머리 부터 감는다. 너무너무 시원하다. 저녁 식사때 들어보니 선착순 몇명 빼곤 중간에 온수가 냉수로 바뀌어 냉수샤워를 했단다. 으~~~
수도꼭지에서 온수가 나오고,
더 이상 바가지로 물을 퍼서 붓지 않고
버튼으로 물을 내리고
화장지, 수건이 비치된 깨끗한 화장실.
청결하고 푹신한 침대.
포근한 이불과 배게.
환한 전깃불.
콘센트에 꽂으면 그냥 충전이 되는 폰.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
다시 문명의 세계로 돌아왔다.
고통을 맛본 자만이 문명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간 걱정하고 있던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저녁식사는 닭도리탕.
기침때문에 옆에 분들께 미안하다.
기침하랴 식사하랴 땀이 난다.
먹는둥 마는둥 한다.
다른 분들이 약을 주신다. 다들 목감기 약을 준비해 왔는데 내가 제일 심해 보이니까 십시 일반 나눠주신다. 넘 감사하다.
오늘부터 따뜻한 물주머니는 회수하고 없다. 날진 물병에 뜨거운 보리차 채워 따끈하게 안고 잔다.
울렁거리던 속은 좀 가라 앉는데, 기침이 더 심해진다.
밤새 기침을 한다ㅠㅠ
-24.10.15.화요일-
야크목장
야크는
3.400m 이상에서만 산다.
꽁데
소마레(4,040m)
팡보체(3,935m)로 들어선다.
아마 다블람
텡보체 롯지에 다시 도착. 휴식 점심식사.
야크 스테이크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입구 체크포인트
캉중마를 지난다.
모두 폰 삼매경에 빠졌던 캉중마 롯지 테라스.
올 땐 '에베레스트 뷰 호텔 길'로 왔었고,
갈 땐 하이웨이길로 간다.
야호~~~ 남체다~~~
첫댓글 국립공원입구 체크포인트부터는 날씨가 좀 흐리네요.
비맞고, 눈맞고 하는 트레커들도 많던데, 좋은 날씨의 행운이 다행입니다.
재빠른 릴리님의 행보 ~~
너무너무 개운했겠어요. 담이도 몸이 확 풀어지는 기분입니다.ㅋ
트레킹 첫날 올려주신 트레킹지도 보면서 읽으니, 더 재미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날씨 요정들이 많이 오셨는지
트레킹 중 날씨가 참 좋았어요
복이죠^^
힘들고 소중했던 여정들
기억이 옅어 지기 전에
남겨 놓을려고
부끄럽지만 이리 남기는데
꼼꼼히 읽어 주시니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