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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교정 완료 -화순문학2024년9월 국화축제 작품
1.아버지 빼쏘다.
박용수
아버지를 닮고 싶었던 사내
국화 문양 이마 주름, 아버지 되었네.
산다는 것은 아버지가 되는 게 아니라
국화 같은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일은 숫자를 쌓는 것보다
아버지처럼
9월 찬 서리 견디는 것
가을 국화 무늬에는
아버지 빼쏜 주름살 있어라.
2.찐 친
김준종
땅 위에 살짝 붙어
작은 몸으로
가장 낮게 핀 들국화
곧 들통날
어쭙잖은 그 하얀 거짓말로
내 허물 덮어 주는 친구
무릎 구부려 맡아본 꽃내음
말랑말랑 향그러운 친구랑
어찌 그리도 똑같을까.
3.너를 기다리며
김경수
기다린다는 것은
날카로운 설렘을 어루만지는 일
흔들리는 마음
조금 더 기다려야 할까
잠시 눈 감는다
잠깐 선잠 깨우는 울음소리
이 해묵은 이명 소리
흐르는 시간은 빗겨나가
산 너머 노을로 타오르는데
아직 온다는 언약 없으나
잠깐이라도 들를 수 있다
고인돌 동산에
국화 향기 피어나면.
4.하늘 풍금
이용식
한 조각 미소에
흥할 거란 너의 가을이면
산자락 술렁이던 남매의 추억은
사방으로 고개 든 계절을 품었나
하루,떨림을 알아차릴 이슬도
바람의 행적으로 온 만연골 구름이 반갑다며
먼발치로 닿을 만한 양떼목장 가을맞이는
볼수록 더 흥할 거란 정이 자라
그해 풍광을 기억하잔 약속이 고마워
한시름이 숲을 거슬러 오른 수만리의 가을은
오늘,
그 후편 속삭임을 이어받아 연주하자던 일
5.만연산 철쭉꽃 길
류광열
만연산
오르는 길
좌우가 온통 절색
선홍빛
환한 미소
속마음 사로잡아
시선들
붙박이 되어
떠날 줄을 모른다
6.가을 치장
양순숙
찬 서리 내리는
늦가을이면
찬장에서 제일 예쁜
접시 꺼내 수반 만들고
김장 무 오려 만든 침봉에다
노오란 국화 몇 송이
꽂아 놓았었지
행복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
화순 남산공원 국화에
마음 실었었지
7.능주향교 은행나무
민금순
600년 수령 은행나무
능주향교를 지키고 있다
선인들은 그 아래서 후학을 길렀고
벌레가 없다는 은행나무는
청렴결백한 선비를 닮았다
선비의 품 같은 은행나무에서
매미들 치열하게 읊어댄다
선인의 귀한 말씀 몇 자락
매미들에게로 전해져 올까
매미의 전언에 귀 기울인다
8.화순 연가(戀歌)
김용상
무등산의 서석대
뭇 봉우리를 누르고
둥그런 달이 떠오른다.
저 멀리 적벽에
김삿갓의 시혼이
모래 위 강물처럼 맑아라.
논개와 최경회의 곡진한 사랑
지석 강변의 풍류로
어른거린다.
지난한 세월을 같이한
와불님의 풍경소리
바람과 함께 떠난다.
9.너릿재 옛길
진정채
여명 다가와 깨우니
나그네 살포시 일어나네
매미들 부르는 소리
옛길 찾으니
옥잠화 하얗게 반기고
자줏빛 맥문동 하하 웃네
행복 주는 너릿재 옛길
네가 있어 행복하구나
네가 있어 행복하구나
10.들 국 화
박재관
가을 내음 향그러운 노란
볼우물에
파란 하늘 고였어라 눈부신
햇살
가을빛 함초롬히 젖어 드는
들녘에
수줍어 다진 순결 피어 머문
들국화
가을 향기 그윽한 하늘 가에
귀뚜라미 애처로이 울어대면
그리움이 사무쳐 흐드러진
들국화
11.그리운 곳
김능자
11. 그리운 곳
김능자
수려한 산 추녀
산비탈 곳곳에
아름드리 고인돌이
아담히 놓여있다.
산자락에
국화꽃 송이송이
벙긋벙긋 피어나
어서 오라 손짓하고
건너편 언덕바지
하양 빨강 연분홍 꽃
산들산들 우릴 반기네
12.고인돌,침묵의 힘
양동률
아득한 세월 유추해 보는
보성재*산자락
바람의 울음터에 돌들이
풀어놓은 세상을 바라본다
역사 속으로 걸어오는
거석의 발자취
한 곳에 모여 살아가는 침묵
바람결에 실려 오는 무언의 언어가
꽃밭이 되는 공간이다
뼛속까지 혈통을 잇고자 하는 고인돌
살아서 남은 표정마다
멀어졌다 사라지듯 어깨 위로 범람하는
침묵의 힘
들추어보는 역사의 언어,소쇄瀟灑하다
*보검재로 호명도하며 도곡면 모산리 행정구역으로 보성을 잇는 고개 이름.
13.연둔리 숲정이
구판순
선현들의 진한 땀방울이
나무이파리에 맺혀 콧등을 걸어간 듯
숲정이 내음은 선현들의 향수이자
삶을 살찌우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느티나무 왕버들 서어나무 검팽나무들이
1,500여 전부터 숲정이가 되겠다고
강가에 위용을 드러내어
홍수를 막아 부촌 이뤘다
여름날 숲정이를 거닐 때
숲 바람 강바람이 손잡아 주니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게 날 것만 같다
14.돌꽃-고인돌
하랑
비와 눈 견디고
주어진 숙명宿命견디고
청동기 시대 무게를 견디는
바위 꽃
너는 한 송이 꽃
한 번 피면
지는 법 모르는 꽃
지조志操 지키며
피어 있는, 마음 꽃
15.적벽에 서면
김정진
가슴에 풍광 하나 달고
지나가는 묵객처럼
망향정에 선다
웅장하고 수려한
절벽의 풍경이
옥빛 호수에 투영되는 곳
실향민의 향수처럼 지나간 서정이
잔잔한 강물 위로
한 폭의 산수화로 있다
강물이 고이고 흘러
수몰되어도
아름다운 능선으로 이어지는
저 노루목 적벽에
겹겹이 산 울창한 산림이고 싶다
망향정에 서면
걸어 나오는 꽉 담은 입술
16.작은 메아리
신채봉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새
어디서 날아든 풀꽃 하나
오가는 길목 외로이 서
있는 너
나도 살아있다고
나도 꽃이라고
화순읍 재래시장 모퉁이
밝히고 있다
낮추고 살아 내었기에
세상은 아름답지 아니하던가
저 풀꽃처럼.
17만연사의 아침,능소화
정순영
잦은 바람 다독이는
산사의 풍경소리
고승의 발걸음에
여명은 밝아오고
감 가지 까치 부부
읊는 불경이 싯푸르다
피어나는 능소화
씻겨주던 별들도
스르르 제 몸 녹여
꽃잎에 스며든다.
드
르
륵
꽃문을 열어젖히고
활짝 웃는 소녀 얼굴
18.낯선 풍경 속 여울지는 기억
이성교
뙤약볕에 솟아오른 분수 바라보는
청춘 신작로 차단봉 앞 노년의 눈언저리
흙바람 속 울력하던 이팔청춘 자갈길
도암 버스 노란 금성 여객이 달려온다
월셋집도 아이들 발자국도 사라진
흙담 고샅 서성이는 청춘들락*낯선 골목
희망 씨뿌리던 땀 절은 삼십 대 청춘길
장바구니 겨운 여인 아이 손 잡고 온다
낯선 풍경 속 여울지는 기억
*화순읍 향청리94-1번지 일원에 조성된 청춘 신작로 내에 있는 화순군 청년센터
19.겨울 나목
문제완
지난 여름 문실문실
녹색 몸짓 기억할까
강물을 끌어 올려
온몸 가득 물오르던
바람에
우수수 떨어진
잎 잎들 어디 갔나
어두움 풀어지는
영산강 두물머리
옷 벗은 빈 가지
알몸 된 나목이
새벽녘
부스스 잠 깨어
강물 소리 듣는다
20.용솟음
–꽃강길 음악분수에서-
박미경
물이 춤춘다.
억겁의 시간 모아 모아
하늘과 땅의 기운 담아
솟아오르는 희망의 찬가
거침없는 용솟음
커지는 동공
퍼지는 함성
바람 따라 음악 따라
춤추는 희망의 오로라
가슴 속 파고드는
환희의 속삭임
새로운 화순이 손짓한다.
21.화순 고인돌 공원
이서현
조문하기 위해 먼 길 달려온 바람이
아직도 시간에 배어든 울음 닦아내는
선사시대의 무덤
흙 되어 흔적만 남아 있어도
생과 사의 팽팽한 경계
증언하고 싶은 돌의 수의壽衣입고
한 번 섬긴 주인 역사의 길로
길이길이 보전해 온 우직함의 힘
이승의 먼 기억이 은밀하게 살아있는
낮과 밤 껴입으며
수천 년 눈보라 휘날리고
비바람 몰아치는
고난 이겨내고
적막과 어둠이 범람해도
긍정과 희망의 자세 대물림한
후손들의 정성 어린 역사관에
유네스코 등재 쾌거 이뤄
명예의 전당 되었어라.
22 .낙화
이인석
너릿재 마을 무논마다
참 요란타,개구리 소리
다시 온 늦여름 화순
설운 세상
살다 간 넋 기리던
어느 시인의 염원이
슬픔 되어
부신 햇발 속에
퍼져간다.
저 길가에 떨어진 꽃잎
다시 눈시울 붉히면
내 청춘도 속절없겠지
23.세량지에서
조연희
발걸음이 바람을 만들어
잠자리 꼬리 같은 굴다리 지나
회색 습지를 건너 둘이 만난다.
지난날 우리는 셋이었는데
호수에 뿌려진 아름다운 수채화
그 자리 그대로
아련한 그리움 커피에 녹아들고
저 넓은 하늘 위에
자유롭게 날고 싶다던, 임
적막은
작은 파동 되어 바람과 함께
하이든 교향곡44번*을 노래하는데
물안개 꽃 무리
가만가만 스며들더니
스치듯 바람 되어
안온하게
“사랑한다, 내 딸”
부제 ‘슬픔’으로 하이든의 생애 중 가장 아꼈던 곡으로 애도, 장송이라는 뜻도 있음.
24.규봉암의 가을
정혜진
감빛
오렌지빛
주상절리 감싸안아
청색 하늘 거울에
되쏘임 하는 규봉암
쪼르르 마중하는
숨돌이
가웃 웃음 스치고
꽃잎 단풍잎 메모장
감추는 듯
환하게 펴 보인다.
25.고인돌
박덕은
청동기의 죽음이
오래된 사원 하나 짓고 있다
행과 연을 빗살무늬로 채우며
교리 완성할 때까지 수천 겹의 적막 껴입는다
비파형 동검銅劍을 켜는 사내의 연주는
꽃몸살로 줄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돌화살촉 등에 지고 달리던 바람이
수천 년을 건너와
이승과 저승과 꽃의 간극 메우며
죽음의 목전에서도
환하게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온몸의 울음 제물로 바치며
지상의 첫 신전이 된 남자
오늘도 기도 올리기 위해
흙의 기억으로 흩어져
누워 있는 자세를 반듯하게 바로잡는다.
26.배롱나무 혀끝
임미리
기억을 지운 폐선로 위를 걷는다
한때는 석탄을 실어 날랐던 선로
이제는 세월을 뒤척이는 바람개비뿐
길 건너 붉어진 배롱나무
돌고 싶은 바람개비의 소원을 훔쳤을까
뒤안길에서 닫혀버린 문 열어
스민 볕에 물오른 염원이 돋아난다
배롱나무 혀끝에서 톡톡 꽃잎이 벙근다
증발한 것들의 녹록함을 안다는 듯
그 길 부끄럽게 어루만져 말랑거린다
멀어져 가는 위로 몇 잎을 핥는다
붉은 꽃잎 나비처럼 날아오른다
27그곳은
박흥식
검은 진주가 박혀 있는
용암산 허리에는
가난과 고통 목숨을 담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광부들의
한 맺힌 사연들이 어른거린다
얼굴 가득 검은 가루 바르고
하얀 이 드러내며 웃던 사내들
지금 그곳은
다람쥐와 산새들
놀이터
28.국화 알레르기
강경호
화병에 꽂힌
국화꽃 웃지 않네
연둣빛 핏물 흘리며
속울음 울고 있네
비릿한 그 핏물에
나는 재채기가 나오고
슬픔이 전이되어
온몸이 가렵고 눈물이 나네
가을 꿀벌들 웅성거리는
국화꽃밭을 지나다가
즐거워 키득거리는
꽃들의 웃음소리
그 웃음이 풍기는 향기에 취해
나도 하루종일 바보처럼 키득거렸네
온몸이 막 순노랑이 되어
향기 나는 웃음 폴폴 희날렸네
29.만연산의 늦겨울
방금진
산 그림자 내려온 동구리
호수에 물오리 떼 지어 노닐며
퍼덕이는 물장구에 고요하던
수면에 파장이 일고
눈 덮인 산자락
가지마다 핀 눈꽃 위에
만연사의 종소리가 백 결로
흐르고 청아한 목탁 소리는
산빛에 녹아든다
세파에 젖은 육신
오욕으로 물든 마음은
불성 어우러진 대자연에
가던 발길도 얼어붙고 만다.
30.화순 자랑
임금남
가을빛 흐드러진
화순 국화 축제장
화려함에 붙잡혀
구름도 쉬어가는
향기 그윽한 곳
뉘라서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
꿈길 같은 이 거리를
보고 즐기며 마음 깊이 새기라
무한의 색채들
천 송이 만 송이가
펼쳐놓은
한 편 시어 같은 문장
31.복주(福州)*고을에서
-된장 가르기
정영애
봄볕에 작약 잎이 무성하다
동복면 오지호로280
장독대 회화가
쥔장의 쇳소리가 부엌에 번지니
아낙들 손길이 분주하다
소금물로 속까지 삭혀진 메주가
장독 안에 둥둥,들뜬 마음처럼 떠 있다
세월에 익어버린
대야에 쪼물쪼물 치댄
된장 가르기 메주
한 생을 안아 줄 항아리 안에
몸을 푼다
사는 일이 누군가를 푹,
안아주는 일,
안기는 일인 것만 같다
손끝에 노랗게 익어 갈 동안거에 숨결
작약꽃처럼 둥글게 물들이고 있다.
*일명 화순군 동복면을 칭한다.
1.작품 수합; 2024년8월27일 오전
2. 1차 교정일:2024년9월1일
3.최종 교정일:2024년9월5일 오후(6시 광주시청자미디어 센터)
첫댓글 김능자 선생님 작품 바꾸었습니다. 편집에 참고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