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는 파키스탄이 독립한 후에 세운 계획도시로 '이슬람의 도시'라는 뜻이다. 파키스탄은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종식을 위해 양국의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그래서 TV 화면을 통해 도시의 파이잘 모스크와 꽃잎 모양의 기념비를 접하게 되면 불과 얼마 전에 그곳에 있었던 느낌이 되살아나곤 한다. 파키스탄은 1947년 독립 당시의 수도였던 카라치나 인도 국경에 근접해 있는 제2의 도시 라호르 모두 수도로 적합지 않다고 판단하고, 1959년 임시 수도 라왈핀디로 이전하고, 1967년 라왈핀드 인근에 새로 건설한 이슬라마바드를 수도로 정하고 이전했다. 식당은 호텔의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하여 전망이 좋았다. 아침 메뉴는 단출하였지만 신선했다. 일행들은 모두 지치지 않고 활기에 넘쳐 보인다. 그런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망고 아이스크림을 돌렸던 장본인이 정작 배탈로 고생 중이란다. 벌써 이틀째 식사를 거르고 있다. 마침 닉네임 ‘ㅁㅊㅍㅊㄹ’이 접시를 들고 내 식탁으로 온다. 접시를 보니 무슨 물고기 밥도 아니고, 빵 한 조각 과일 한 조각이 전부다. 나는 그를 보며 ‘질량 보존의 법칙’을 생각했다. “자음들은 무슨 뜻이오?” “마차푸차레.” “아! 갔다 왔어요?” 미소를 짓는 것이 다녀온 모양이다. 산봉우리가 물고기의 꼬리처럼 갈라져 있어 네팔어로 '물고기의 꼬리'라는 뜻이고, 'Fish Tail'로 널리 알려진 세계 3대 미봉이라는데 나는 처음 들었다. 오늘 일정표는 그 안에 비밀스러운 휴식을 숨겨놓았는지 한가하기만 하다. 10시쯤 파이잘 모스크로 갔다.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해서 그런지 과연 부지가 넓고, 건물도 웅장했다. 그런데 이슬람 전통의 돔 형태가 아닌 텐트를 쳐놓은 것처럼 보이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사원이 하나의 거대한 하얀 대리석 덩어리다. 사원 모습은 멀리서 지켜볼 때 녹색의 배경 산으로 인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높은 뾰족탑 ‘미나레트’가 사방을 지키고 있어 이슬람 사원임을 알리고 있다. 미나레트는 아랍어로 ‘등대’인데, 무아딘이 하루에 다섯 번씩 탑에 올라가서 예배시간을 알린다. 모스크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센스 있는 여성 일행들은 스카프로 히잡을 만들어 썼다. 모스크 내부는 입장이 거부되었다.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어린 학생들이 모여 앉아 쿠란을 외우고 있다.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는데, 모양이 꼭 병 속을 쑤셔 닦아내는 솔처럼 생긴 꽃이 길게 매달려 있다. 현지인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bottle brush'란다. 아니! 정말? 나는 옆에서 걷고 있는 최정인에게 꽃 이름을 전해 주었다. 도시를 전망할 수 있는 ‘Daman-e-koh’에 도착했다. 공원이어서 현지인들로 붐볐다. 영문학도 가이드가 내게 도시의 구획별 역할을 설명해준다. 내려다보이는 왼쪽 빌딩숲은 국회와 대법원이 있는 국가기관의 건물들이고, 오른편은 상업지구라고 한다. 도시는 빌딩숲에 비해 나무숲이 더 우세했다. 그래서 숲의 도시였다. 원숭이 한 놈이 왕 노릇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방심하고 있는 녀석을 향해 쪼르르 달려가더니 덥석 올라탄다. 아이쿠. 그런데 숲속이었다. 버스가 점심시간 직전 우리를 상가지역에 풀어놓았다. 나는 차창으로 미리 보아둔 서점으로 직행했다. 운 좋게도 마음에 드는 시집 한 권을 샀다. “Poetry in English from Pakistan" 2024년 Alhamra 출판사가 펴낸 파키스탄 시인 68명이 영어로 쓴 시를 모은 ‘앤솔러지’이다. 두 명의 편집자가 21세기 동시대의 국내 또는 디아스포라 시인들의 시를 모아놓은 시집이다. 시집은 내게 행운이었다. 한 때 정부의 탄압을 피해 떠난 시인들이 파키스탄에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생각과 시가 궁금했다. 내친 김에 내가 읽었던 짧은 시 하나를 소개한다. Icarus by PEERZADA SALMAN There are mornings When I want to tell the pigeons To stay on the balcony And forget that they have wings And talk to me About flying too close to the sun 시에 따로 해설을 덧붙이지는 않겠으나 다층적 사고가 돋보입니다. 오후는 호텔에서 빈둥거렸다. 석양을 보고 ‘카이버 신와리’에서 저녁을 먹는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 유명하다는 양고기 구이를 상상하며 나는 방안에서 시간을 재촉했다. 그런데 참사 발생. 가이드들이 시간 계산에 실수해서 조망 동산에 갔을 때는 이미 주위가 어두워진 상태였다. 불평들이 쏟아졌으나 나는 아쉽지 않았다. 이슬라마바드의 노을이라고 해서 특별히 목 매달 것까지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과연 신와리 식당의 양고기 직화 구이는 훌륭했다. 간 구이가 애피타이저로 먼저 나왔다. 갈비 한 대를 들고 뜯는 순간은 맛도 분위기도 최고였다. 다만 기다리는 한 시간 가량이 문제였다. 주문을 받은 후에 손질을 하고 양념을 뿌리고, 그 다음에야 숯불에 굽기 시작한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식당 입구에서 펼쳐지고 있는 식육식당의 적나라한 광경에 빠져들었다. 통째 매달린 도축된 양. 이글이글 숯불이 타고 있는 판과 석쇠, 능숙한 칼질, 양념을 오히려 털어내기라도 하는 듯이 살짝살짝 뿌리는 동작, 무엇보다도 지방이 타며 내는 자욱한 연기와 고소한 냄새. 고기 맛의 비밀은 꼬리지방이 두툼한 양을 사용하는데 있다고 한다. 나는 사진을 찍으며 특화된 거리의 풍경을 살폈다. 다섯 군데의 식당이 성업 중이다.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보니 현지인들은 반대편 공간에 모여 있다. 카펫 방바닥에 놓인 베개에 걸쳐 누워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에서 보아왔던 익숙한 광경이다. 파슈툰족의 ‘다스타르칸’ 스타일이다. 나도 저런 문화체험을 해보고 싶다. 고추와 마늘과 고수가 식탁마다 배달되었다. 오후에 호텔 인근의 시장에서 사다가 씻고 자르고 해서 가져왔다. 이성문이 생각을 잘해서 일행의 고기 맛을 크게 살려냈다. 나는 고수를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이 좋아지면 사람이 너그러워지는 법이다. 갈빗대 하나가 부족해서 차지하지 못한 우리 식탁의 YMK에게 나는 내 갈빗살을 뜯어 나눠주었다. 다음에 이슬라마바드에 다시 온다면 그건 신와리의 양고기 구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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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슬라마바드의 양갈비 구이는 정말 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최고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