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산과 세 개의 절을 다니며.....

[海泉]

세 개의 산과 두 개의 절을 다니며.....

1. 시작하며

가장 단촐한 여행이 되었다.

덕분에 가족처럼 편안했고 정겨웠다. 

1. 만어산과 만어사

만어사는 여전했다.

다만 예전에 보이던 개는 보이지 않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만어사는 어산불영(魚山佛影)설화가 유명하다.

어산불영설화는 만어사 옛터에 얽힌 설화로 

[삼국유사] 권3 탑상편(塔像篇) 제4 어산불영조(魚山佛影條)에 실려있다.

만어산은 자성산(慈成山) 또는 아야사산(阿耶斯山)이라고도 하였으며,

그 이웃에는 아라국(阿羅國)이라는 나라가 있어

옛날 하늘로부터 알이 해변으로 내려와 사람이 되어 다스리니 이가 수로왕이다.

이 당시에 나라 안에 옥지(玉池)라는 연못이 있고 못 속에는 악독한 용이 살았다.

만어산에는 다섯명의 나찰녀(羅刹女: 불교에서 말하는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가 있어

서로 왕래하고 교접하기 때문에 때때로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려

4년 동안이나 오곡이 잘되지 않았다.
왕이주문으로 금할 수 없어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에게 설법을 청하였더니,

그 뒤 나찰녀들이 오계(五戒)를 받고 나서 폐해가 없어졌기 때문에

동해의 어룡들이 마침내 이 고을 속에 가득찬 돌로 변하여

제각기 종소리를 내었다는 것이다.

이 설화는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기 3세기 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훨씬 후대에 형성된 이야기라 할 것이다.

이 설화는 불경에 나오는 북천축가라국불영의 이야기에서 옮겨온 것이다.

고려의 승려 보림(寶林)이 북천축 가라국 이야기와 부합되는

만어사의 몇 가지 사실을 세가지로 요약하여 왕에게 아뢰었다는 내용을 보면,

① 여기에 옥지와 독룡의 이야기가 있고,

② 강변에서 구름이 나와 산정에 이르면 음악소리가 들리고,

③ 반석이 있고 물이 항상 괴어 있으며,

이곳이 부처의 가사를 세탁하던 곳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설화는 불교가 전래되고 불경을 깊이 이해한 뒤

이 지방과 부합한 점을 발견한 이후에 설화가 형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날씨가 꽤 추웠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코스를 택해 걸었다.

너덜바위를 건널 때는 바위 마다마다에 쌓인 작은 돌탑들에 감탄하기도 했다.

오솔길에는 발자국이 없었고 눈이 살짝 쌓여 있었다.

시작부터 오르막 경사가 심해 다들 힘들어했다.

두서너 번 쉬었다 가니 정상으로 오르는 큰 길과 만났다.

길은 눈길 반 얼음길 반이었다.

정상 근처 바위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만어산에 오르니 굽이굽이 낙동강이 한 눈에 들어왔고,

그 뒤로 주변의 여러 산들이 한 눈에 들어 왔다.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었다.

가끔 보이는 눈꽃들이 봄인가 싶을 만큼 여리게 피어 있었다.

정상에는 서른 명 정도의 사람들이 시산제를 지내고 있었다.

큰 돼지머리에 스무 마리 남짓한 명태, 그리고 시루떡이며.....

우리도 찬조하고 절을 했다.

떡과 과일, 찌짐들, 그리고 막걸리를 나누어주어 뜻밖의 포식을 했다.

이구동성으로 맛이 좋다고 했다.

사실 맛이 참 좋았다.

밤으로 만든 막걸리까지.....^^

내내 막걸리 타령하던 나그네님이 소원을 풀었다며 즐거워했다.

먼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다시 만어사, 때마침 점심 공양을 하고 있어서 우리도 동참했다.

떡국이 참 맛 있었다.

남의 시산제에서 잘 얻어 먹은데다가 점심 공양까지 하고나니 배가 불렀다.

에공 가져 온 도시락들을 어찌 하리요.

독실한 불자인 허브향기님이 대웅전이며 미륵전이며 곳곳에서

절을 하는 동안 우리들은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먼산을 바라보다가 길상화님과 통화를 했다.

3. 여여정사

안태호를 우회해 한참을 오르니 여여정사가 나왔다.

야외 여기저기에 불상들이 참 많았다.

대웅전에 들려 절을 했다.

오늘 참석한 일행들 모두가 불자이거나 불교 친화적인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가는 절마다 자연스럽게 절을 하는 분위기였다.

여여정사가 유명해진 이유가 약사전이다.

해서 인공 동굴 속으로 약사전을 찾았다.

조금 써늘했지만 한편으론 특이하기도 했고 생각보다는 규모가 컸다.

좋다고들 한데 나는 썩 마음이 가는 절은 아니었다.

지나친 인위성, 그 속에 담긴 상업성, 그리고......

4. 천태산과 천태사

천태호쪽으로 가려다가 눈으로 인한 통제 때문에 길을 돌려 천태사로 향했다.

천태사쪽으로 해서 천태산을 오르는 길은 계곡 산행이어서 길이 조금 험하다.

예전에 홀로 계곡산행을 하다가 폭우를 만나 고생했던 기억이 났다.

무량수불에 들렸다. 

거대한 모습, 중국 풍이 느껴졌다.

계곡산행을 시작할 무렵에 때마침 49제 막제를 마치고

절을 사자의 영혼을 모시고 절을 도는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우리 일행들, 오늘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곡 따라 오르는 천태산 산행 길, 풍경이 참 좋았다.

높다랗게 쏟은 암벽들이며, 폭포며.....

오르고 오를수록 내려다보면 보이는 계곡 너머 풍경이며,

아! 계곡으로 오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오르고 오르면 산 높은 곳에서 커다란 호수를 만날 수 있고,

그곳에서 다시 두 개의 봉우리를 넘어 오르면 천태산 정상이다.

처음부터 천태산 정상을 오를 생각은 없었다.

(봄에 벚꽃이 활짝 폈을 때 천태산을 오르기로 마음 속에 예정해 두었다.)

5. 뒷풀이

삼천냥막걸리집에서 동태찌개와 정구지전, 그리고 막걸리와 함께

다시 가져온 도시락을 저녁 삼아 먹었다.

다들 동태찌개가 맛 있다고 했다.

퇴근하고 집에 있던 단목님이 왔다.

단목님의 말솜씨에 너무들 웃어서 다들 배가 아팠다.

추가로 알곤탕을 시켜 술을 마셨다.

막걸리 여섯 병에 소주 두 병을 마시고 나서도

여전히 아쉬운 우리들은 인근 노래방을 찾았다.

세상에나 얼마나 편안하게 재미있게 잘들 노느지.....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닥 끼와 열정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참석 인원이 많으면 많아서 좋고 적으면 적어서 좋다.

오늘은 예상외로(?) 적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편안함과 즐거움이 된 하루였다.

[길상화]

여유로우며 알차고 재미난 하루를 보내셨네요
남의 시산제, 49제 막제, 만어사의 떡국, 식복이 .......
함께하진 못했지만 글속에서 충분한 느낌이 전달되네요.잘 봤습니다

[숨쉬는 유리]

개?~~한번도 가보지 못했음이라 가보고 싶었는데 허락질 않는군요.

[비우미]

글 읽으며 함께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가득~~
천태사 계곡으로 천태산을 한번 꼭 올라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