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 봄노래(2)
경칩날 개구리 소리
경칩에 물 오른 땅이 들썩이니 봄기운은 개구리처럼 약동한다.
땅이 들떠서 일어나 온갖 동식물을 흩어내고,
달아나는 겨울 손님을 저만치 쫓아내며 봄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날,
바로 경칩이 오늘, 돌아왔다.
경칩은 놀라서(驚) 잠을 자던(蟄)벌레와 개구리들이 깨어난다는 날인데,겨우내 움츠러 들었던 우리네 사람들의 마음도 새록새록 뻗쳐나기 시작한다고 하니, 어르신들은 이 날을 봄처녀의 마음을 두근두근 샘솟게 하는 그런 날이라 하셨다.
봄철은 여자가 바람나는 시절이고, 가을은 남자가 바람드는 시절이라 했는데, 그 이유는 봄철은 음기가 물러가고 양기가 힘을 얻는 시기인데, 음의 성격인 여자가 양의 성질인 봄을 받아들이니 얼마나 싱숭생숭하겠는가?

그래서 봄철엔 뭇 처녀들이 남성을 그리워하며 백일몽 속에 사로잡히는 모양이다. 아낙들이 봄나물을 뜯으러 괜히 밖으로 돌아다녔겠는가? 또 양의 기운이 절정에 달한다는 단오날에는 그네놀이나 꽃놀이도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이 더 많았을 것이다.
개구리는 동물 중에서 양의 상징으로 많이 대표된다.
우암 최태형 <개구리의 생각>
일전에 신라 선덕여왕 때 옥문지에 때아닌 개구리들이 밤낮없이 울었는데, 여왕은 곧바로 군사를 풀어 서쪽의 여근곡에 매복해 있던 백제 군사를 섬멸시켰다. 신하들이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여왕은 개구리의 튀어나온 눈은 병사의 상징이요, 옥문은 여인이요 음이요 흰색인데, 흰색은 서쪽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남근은 여근 속에 한참 들어가 있으면 죽어서 나오니 쉽게 물리칠 줄 알았다고 했다.
처녀로 평생을 지냈던 여왕이 남근의 원리까지 알고 있으면서 남자 신하들에게 당당히 설명했다는 것으로 보아 당시 개방적인 성풍속을 느껴볼 수 있으며, 그만큼 개구리가 양의 기운, 즉 남자의 정욕을 상징하며 이것이 봄에 뻗쳐 나와 뭇 여성들을 마음 고생시키게 했던 듯 하다.

사석원 작, <개구리>
동화작가로 유명한 이오덕 님이 재미있는 동요를 남기셨는데, 대중 국악 작곡가인 김영동 님이 여기에 곡을 붙이셨다. 이름하여 '개구리 소리'이다. 음악파일을 찾다가 여의치 않아 그냥 가사만 소개한다. 가사 내용은 슬프지만 리듬 맞추어 읽으면 저절로 흥이 나고 노래가 된다.
(후렴)
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
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
1. 거뭇거뭇 숲 속에 터럭 못자리 물 속에 도랑물 옆 빈 뚝 따라 포플러 신작로 따라
울어라 개구리야
2. 학교에서 뛰놀다가 늦게 왔다고 꾸중듣고 저녁 먹다 엎드려 잠든 내 동생 꿈속에서
울어라 개구리야
3. 바라보는 밤하늘 별 눈물에 어려 빛나고 돈벌러 간 아버지 소식이 궁굼해
울어라 개구리야
(간주) 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
4. 읍내 장에 나물 팔고 돌아오는 어머니 빈 광주리 가득히 내 노래 담고 오신다
울어라 개구리야
5. 외딴집 빨간 불빛 풀빛 들판에서 도랑물 옆 빈 뚝 따라 포플러 신작로따라
울어라 개구리야
(후렴)
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
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
봄철에 개구리 같이 씩씩한 서방님, 고운 각시님 모시고 봄나들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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