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어머니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손녀가 서울 있는 의과대학에 합격했다 해도 무덤덤하다. 아들이 경기도에서 사무관으로 승진을 했다고 기뻐할 줄도 모른다.
어머니는 정말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 굴발에서 누가 그랬다. 아무개 아들이 경주에 있는 의과대학에 합격했다고 자랑한다. 돼지 한 마리가 죽어 나간다. 내 손녀는 서울에 있는 의과대학을 다닌다고 하던데 도대체 왜 저 난리일까? 의과대학이 뭐 하는 곳인데... 야이! 멍충아, 니 아프면 치료해 주는 의사가 되는 곳인 것도 모르나.
동네 잔치가 벌어졌다. 큰 아들 친구가 통영시 면장이 되었단다. 동네 어귀에 플랑카드가 붙고 오는 사람마다 면장님, 사무관님 부르며 축하를 한다. 내 둘째 아들은 경기도에서 사무관이라고 하던데.... 그럼 경기도 어느 곳에서 면장님하고 있는 걸까?
그럼 나도 이제부터 덩실덩실 춤추며 여기 저기 자랑해야 하는 건가. 내 아들이 경기도에서 면장하고 있다네. 내 손녀가 곧 의사가 된다네.
어머니는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 서른 아홉에 홀로 되어 굴발에서 평생을 보내며 희생했다. 그래서 아들은 경기도 사무관이 되었다. 손녀는 중앙대 의과대학 3학년에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