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시대 성큼, 위기인가 기회인가?
국민일보 | 입력 2011.03.28 17:33 |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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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시행 '개정 노동조합법' 쟁점과 전망
◇ 복수노조 허용, 약일까 독일까... 학계 의견 분분
한국노동법학회·한국노사관계학회·한국노동경제학회가 지난 23일 프레스센터에서 '복수노조 이후의 노동'이라는
주제로 연 학술대회는 이런 고민에 응답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 복수노조가 등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으로 '집행부 이외의 계파가 존재하고,
조합원들의 노조위원장 선거 참여율이 70% 이상이며, 지난 선거 때 후보자가 단독 후보가 아닐 것'을 꼽았다.
1744개의 표본을 갖고 있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WPS) 2007 자료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 노조는 전체 노조의 7.2% 정도다. 조 연구위원은 이 중 '노조위원장 임기가 길고 연임하고 있으며,
교섭대표 선정에서 대의원대회나 총회를 통하지 않는' 경우에는 집행부 반대세력이 새 노조로 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초기업 단위 노조이며, 경영자가 노조 활동에 부정적이고,
일상 활동에서 상급단체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경우에는 사측의 지원을 받는 노조가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위원에 따르면, 2008년 무노조 사업체 3만 101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측은 복수노조 허용 이후에도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혀 없다'는 응답이 45.2%, '별로 없다'는 응답이 49%로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았다. 그러나,
사원수가 300∼999명에 이르는 대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와 '상당히 높다'에 응답한 비율이 13.8%에 이르렀다.
100명 미만인 사업장에서는 5.2%, 100∼299명이 근무하는 사업장에서는 6.8%,
1000명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에서는 11.6%가 노조 결성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대체로 규모가 큰 무노조 기업일수록 노조 결성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중공업 등 노사협의회가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노조 대기업에서의 노조 결성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급 산별노조가
해당 사업장에 조합원 수를 확보해버리면, 사측으로서도 곤란한 상황이 오기 때문에 노사협의회의 노조 전환을 선호할 수 있다.
복수노조 허용이 큰 틀에서 노조의 분열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서울과학기술대 노용진 박사는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노조운동이 활발한 성장국면에 있을 때에는 노조간 조직경쟁이 노조
조직화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지만, 노조운동이 정체 또는 쇠퇴국면에 있을 때는 노조 분열을 촉진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은 정체 국면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작은 규모의
기업단위 노조가 복수노조로 분열되면, 노동조합이 장기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한편 개정법 29조가 규정하고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한다."는 게 요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선수 변호사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헌법이 정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박하는 측에서는 "단체교섭권은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 복수노조 찬성하는 노동계, 속내는 복잡
복수노조 허용은 노동계의 오래된 이슈였다. 지난 25일 서울 화양동 건국대학교에서 만난 하종강 전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은
"한 회사에 노조가 하나여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며,
"복수노조 허용 뒤 초반에는 문제점이 나타나더라도, 결국은 제 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동계가 우려하는,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하 전 소장은 "(사용자에 의한) 사측에
협력적인 노조의 설립이 쉬워지고, 회사가 그 노조에만 차별적 특혜를 줄 경우, 대비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성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어용노조가 나타나더라도 당장 교섭권을 획득할 수는 없겠지만,
회사가 드러나지 않게 노조를 차별대우할 경우, 문제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수십 년 노동운동을 한 경험으로 비추어 "한국의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노총 계열의 노조가 있는 경우, 사측에 협력적인 노조는 회사에 의한 설립 동력이 생기지만,
그 반대의 경우,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노조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동계가 우려하는 점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 노동자들이 입사와 함께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유니언숍 사업장의 경우,
복수노조 허용으로 인해 유니언숍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하 전 소장은 "개별적인 선택에 의해 탈퇴할 수 있다면, 그건 유니언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있는 인수·합병 기업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로 인해 소수노조의 목소리가 힘을 잃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타임오프제 규정상 전임자도 둘 수 없는 신생노조가 자칫 생겨나자마자 소멸해버릴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하 전 소장은 "초반에는 부작용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근로자들이 경험을 통해 옳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며,
"소위 '어용노조'가 생기더라도 결국은 근로자들이 스스로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학계의견들.b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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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언숍 제도(Union Shop)
회사와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에 의하여 사용자가 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을 불문하고 자유롭게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으나,
일단 고용된 노동자에 대해 일정한 기간 내에 반드시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로,
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조합으로부터 제명 당한 노동자는 회사에서 해고 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