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는 방문객들을 위해 직지사 안내 책자를 배포하고 있었습니다. 책자 내용중엔
템플스테이가 가장 눈길이 가더군요. 저도 언젠가 한번은 해봐야지 하면서도 미루기만
하고 있는 위시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http://www.jikjisa.or.kr/
로 신청을 하시면 되고 사진에서처럼 외국인의 참여가 늘어나서 그런지 영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더라구요 ^^
입구에서부터 카메라를 들이대는 곳이 다 그림입니다. ^^
일주문(一柱門)은 현재 보수공사로 인해 일시적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사찰을 지키고 악귀를 쫓는 천왕문(天王門)을 지나자 만덕전(萬德殿)의 건물과 정원이
펼쳐졌습니다.
만덕전은 ㄷ 자형의 건물로 내부는 강당과 소강당, 회의실 등의 현대식 시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덕전을 지나 대웅전(大雄殿)에 가까워오니 내부에서 스님의 불경외는 소리가 들렸
습니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10명 내외분이 기도를 드리고 스님께서 기도문을 외고 있었습니다.
현재 직지사는 수능백일기도에서부터 칠석기도, 백중기도 등 신청을 받고 기도문 행사
를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혹시 셔터소리가 기도하시는 분들께 방해되지 않을까 조심조심해서 살짝 찍었습니다. ^^;
대웅전 수미단 위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불과 서쪽에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특히나 불상 뒷벽의 삼존불탱화는 작품성과 규모에 있어 18세기 불화를
대표하는 우수한 작품입니다.
대웅전을 지나 사명각에서는 스님 한 분이 혼자서 불경을 외고 계셨습니다.
사명각은 임진왜란 당시 승군으로 명성을 떨친 사명대사의 영정이 모셔진 곳이며 사명
대사는 직지사에서 머리를 깎고 출가했고, 30세에 직지사의 주지가 된 인연이 있습니다.
사명각 옆에는 사진 아래처럼 물길이 나있는데 물은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며 물길은
발을 담그고 시원함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답니다.
비로전을 지나 내려가는 길에는 스님께서 청소를 하다 어디 잠시 가셨는지 빗자루만
덩그라니 있더라구요.
길 옆 계곡을 보니 어렸을 때 저곳에서 신발 벗고 물에 발 담근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
군요
누군가 함께 있었으면 내려가자고 꼬셨을텐데 혼자선 뻘쭘해서 말았습니다. ^^;
길을 따라 젊은 커플, 중년 커플이 제 앞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뭐 딱히 부러운건
아닙니다.-_-
입구에 도착해서 전통찻집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그 다음 장소로 향했습니다.
김천의 대표적인 민속명주 ‘과하주’ 제조장을 가볼까 합니다.
그러나….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을 닫았습니다. 가장 기대한 곳 중 한곳인데 너무
아쉬웠습니다ㅠㅠ
대신 경북맛집 책자에 실린 내용을 잠시 소개해 드리자면..
여름을 넘기는 술이라고 해서 술을 마시면 더위를 내쫓는단 의미가 아니라 술이 여름
을 나는 것입니다.
과하주는 김천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빚어지던 유명한 술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맛과 향이 뛰어난 전북여산(현재 익산의 옛 지명) 호산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고 하죠. 왕실에도 진상된 술이자, 상류사대부들이 귀빈접대
용으로 즐겨 마시던 조선 명주 중의 명주죠.
많은 사람들이 과하주 빚는 법을 배우기 위해 김천을 찾았지만 같은 방법으로 빚어도
다른지역에서는 그 맛이 나지 않았다고 하니 과하천의 물맛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수 있겠죠.
과하주 제조장 건너편엔 저수지가 있었는데 저수지 풍경으로 과하주의 아쉬움을 달랬
습니다.
저수지를 거닐고 나니 역시나 배가 너무 고픕니다.
미리 알아두었던 지례 흑돼지 마을로 고고씽~
다른 분들도 그렇듯이 저도 어딘가로 여행을 가면 꼭 그 지역의 맛집을 반드시 가본
답니다. 인생의 즐거움에 있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지요. :)
저는 장영선 원조 삼거리 식당을 찾았습니다. 여기가 제일 유명했거든요.
들어서자마자 맛있는, 정말 맛있는 고기굽는 냄새가 가게안을 가득 메웠고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에도 손님이 있었고 방 안쪽에도 손님이 꽤 많았습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인 연탄불 테이블 입니다. 사장님께서 고기를 초벌한 뒤
손님은 이곳에서 약간만 더 구워서 먹는거죠. 여기저기 갈라진 돌판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더군요.
재미있게도 테이블 아래 구멍을 막고, 여는 것으로 불의 강약 조절을 합니다.
양념구이를 주문하자 기본반찬이 깔끔하게 나왔습니다.
사장님은 열심히 제가 먹을 고기를 초벌 중이셨구요.
왼쪽에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는지 방송 캡쳐화면이 액자로 걸려있었습니다.
드디어 고기가 나왔습니다. 아! 두툼한 고깃살을 불판위에 마구마구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그 뒤는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너무 맛있어서 사진 찍는 것도 잊어
버렸거든요ㅠㅠ
고기는 약~간 질긴감이 있긴했지만 제가 이제껏 먹어본 불고기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양념이 고기에 제대로 베었고 연탄불로 구워 누린내를 없앴으며 두툼한 고기가 식감을
돋구어 주었거든요.
주체할 수 없이 부른 배를 붙잡고 다음 행선지인 방초정으로 향했습니다!
방초정은 경북 유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되었으며 2층의 가운데 한 칸은 들어열개
창을 설치해 방과 마루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특이한 구조로 건축이 되었습니다.
사방이 이렇게 열려있는 한옥건물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사방의 문을 닫으면 하나의
방이 되고 열면 하나의 마루가 되는 구조. 정말 특이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연못이
있어 경치도좋았답니다.
방초정 앞 연못은 가운데 둥근 섬이 두 개 있어 다른 연못과는 구별되는 모습을 보이고
특히 여름엔 배롱나무 꽃이 피어 아름답다고 하는데 아직 시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꽃은
보지 못했습니다.
연못 주위를 거닐다 다시 방초정 2층으로 올라오니 한쪽 구석에 동네 어르신들이 쉬었다
가신 흔적인 듯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아래는 정말 더웠는데 방초정 2층으로 올라
오니 시원함의 정도가 다르다고 할까요.. 바람이 지나가는 길에 방초정을 지은 것 같이
이곳만은 정말 시원했습니다.
배도 아직 부르고, 이곳 정취가 너무 좋아 차에서 읽다 만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짜릿하고 따뜻하게’란 제목의 책인데 국내 카피라이터가 일본의 광고에 나오는
카피를 자신의 경험담을 함께 담아 소개하는 책입니다.
내용 중에서도 여행과 관련된 카피를 하나 소개하자면
“여행의 길(root) 위에선 누구나 18세(age)이다.” - 청춘 18티켓
일본 기차여행광고의 한 카피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여행길에선 마음이
들뜨고 설레는 감정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길
이어서 평소보다 맘이 붕 떴었고 특히나 직지사를 유유히 거닐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사색에 빠질 수 있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한참 읽다보니 장마 기간이라 그런지 비구름이 몰려오길래 슬슬 자리를 털고
집으로 슬슬 향했습니다.
일이 마음먹은 대로 안되고 여러가지 일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할 때 혼자서 훌쩍 떠나는
여행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김천이 더 좋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