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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행개요
(1) 증심사 주차장 ㅡ약사암 ㅡ서인봉ㅡ중머리재 ㅡ장불재ㅡ입석대ㅡ서석대ㅡ원효탕방분소
(2) 산행거리 : 11.5km
(3) 4시간 41분
(4) 누적 고도 : 1024m
2. 산행 날짜 : 22년 11월 14일
세상이 깊이 잠든 신새벽, 원두커피 한 잔으로 잠 깨우며 길을 떠난다 비록 내일이면 일상으로 되돌아올지라도 그것은 내일의 일이고, 오늘은 온전한 자유의 몸이 되어 내가 가고 싶은 곳을 향하여 차가운 밤 공기를 가르며 어둠 속을 질주한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 자동차가 나의 '이카로스의 날개'라는, 그리고 그 자유의 댓가로 내가 기후 위기를 앞당기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부담감까지
호남으로 가는 길은 어쩐지 미지의 세상으로 가는 여행 같은 느낌을 준다 강원도나 영남도 먼 거리에 있지만 유난히 호남으로 가는 길이 더 멀고 더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에는 단순히 자주 가지 않은 곳이기 때문만은 아닌, 다른 그 무언가가 있다
특히나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부채감이 더해져서 여느 지방으로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빛고을과 무등산, 둘 다 참 좋은 이름이다
무등산은 '호남에서 필적할 산이 없는, 그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뜻을 지닌다고 하지만, 나는 '펑등 세상을 꿈꾸는 산'이라고 내 맘대로 해석한다
빛고을의 무등산이라니!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 세상이 생긴 후로 언제 한 번이라도 평등한 세상이 있었겠냐마는 그렇다고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꿈꾸는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존권과 인권을 누리는 세상이다
홀로 산행하는 시간은 명상의 시간이고 홀로 운전하며 길을 떠나는 시간은 사색의 시간이다 명상과 사색의 차이는 마음을 비우는 것과 생각을 정돈하는 차이라고 내 나름대로 정의해본다
무등산과 광주와 점점 살아가기가 힘들어지는 이땅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 병들어 가는 자연을 생각하며 새벽길을 달린다
한참을 달리니 여명이 밝아오고 세상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밤새 휴식한 태양이 동녘에서 붉게 떠올라 대지를 데울 준비를 하자 내 마음을 차지했던 무거운 생각들도 희망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윽고 도착한 증심사주차장, 무등산은 그 만추의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내가 자연의 만추와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인생의 늦가을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데, 만추의 무등산도 그런 나를 알아보고 더 반기는 것일까?
주차장에서 증심사로 이어지는 운치있는 계곡 길,
단풍은 한껏 붉게 물들었고 갈색과 노란색 등으로단장한 초목은 남도의 가을이 깊었음을 알린다
중머리재와 세인봉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세인봉쪽으로 향한다 계곡을 따라 가는 산행길은 더없이 아름답고 한없이 평화롭다
잠시 후 도착한 약사암, 스님의 불경 소리가 가을 아침 산을 정화한다 나도 잠시 지구촌의 안녕을 기원해본다
약사암에서 이어지는 제법 가파른 길을 지나 도착한 세인봉 삼거리, 오른쪽 서인봉쪽으로 난 가파른 계단길을 오른다 아랫쪽 계곡길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바람은 차고 나뭇닢은 떨어져 낙엽은 두껍게 쌓였다 한참을 올라 서인봉에 도착하니 저 멀리 입석대와 서석대가 보인다 산세는 너무 평화롭고 산자락은 온통 불타고 있다 중머리재에서 햇살에 몸을 녹이며 땀에 젖은 옷을 말린다
한참을 쉰 후에 장불재로 향한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돌길을 한참 걸은 후에 도착한 장불재, 오늘의 목적지인 입석대와 서석대가 코 앞에 있다 잠깐 올라 도착한 입석대는 내가 언제 와서 보기나 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고 웅장하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위대한 조각가 100명이 모여서 100년을 안들어도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이 자연의 걸작품에 감탄하며 한참을 바라보다,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사진찍고 동영상도 촬영한다 입석대를 지나 양지바른 바위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서석대까지 단숨에 오른다 서석대에는 찬바람이 불고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나도 몇 장의 사진을 찍고 탁트인 사방을 둘러본다
발 아래 산봉우리들과 광주 시내가 보이고 위로는 무등산 정상에 있는 군부대가 보인다 내년이면 부대가 이전하고 정상을 개방한다니까 내년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빠듯하여 최단 거리로 내려 가려고 알아보다 원효탐방분소로 하산하기로 한다
또 원효? 도대체 이 스님은 안 가본 곳이 어딜까? 설악산에도 원효굴이 있고, 예산 가야산에도 원효봉이 있고, 대구 팔공산에도 원효 구도의 길이 있고, 표충사도 창건했다고 하고, 금정산에도 원효봉, 천성산에도 원효봉, 북한산에도 원효봉,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전국을 뒤지면 원효의 발자취가 얼마나 많을지 가늠할 수 없다 원효가 해골 바가지 물을 마신 후 당나라로 유학 가지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한 사람이 후대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원효탐방분소로 가는 길은 가파른 돌길로 시작한다 조금 내려가니 서석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입석대에서 서석대로 오르는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왜 서석대인지를 알려 주는, 서석대의 그 장엄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지나 가파른 돌길을 한참 내려가는데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자 등산객 세 명이 힘들게 오르다 서석대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는다 내가 '다 왔다, 저기 하늘이 보이는 곳이 서석대'라고 일러주니까 갑자기 힘이 난다며 좋아한다 분명히 조금 가다가 날 욕하겠지만 그래도 잠깐은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 나쁘진 않다고 내 맘대로 생각한다
원효분소로 가는 길은 옛길이라 좁고 거칠긴해도 운치가 있고 4km밖에 되지않은 짧은 길이라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하며 부지런히 걷는다
원효분소에서 차가 있는 증심사까지는 차로 제법
걸리는 거리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차로 양 옆에는 절정의 단풍이 불타고 있다 도심 가까이에 이런 계곡울 둔 광주는 복받은 곳이다 증심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인내심 충만한 차가 무심한 주인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첫댓글 아~~
동네주민이시네요^^
저는 언제나 혼자 산행할수있을지...
무등산 꼭 가보고 싶은산중 하나인데..
광주에 친구가 있어서
같이 무등산 산행 부탁해보려구요~~
무등산에는 11월 중순에 가시면 계곡의 예쁜 단풍을 볼 수 있고, 초에 가시면 산 중턱의 단풍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올해는 안될듯하네요
둘째주 화욜은 협회에서
내장산예약이있구,
세째주는 영화처럼 있잔아요~^^
너무 멋진 산행 감사합니다
대장님 고생하시는데 도와드릴 것이 없어서 재미없는 글이나마 올립니다
@조희수 재미없는 글이라뇨
저는 이렇게 자세히 올리는분들이 참 부럽고요
우리카페에도 있으시다는게 영광입니다.
저희 카페가 정말 누가봐도 활성화가 안되어있죠
우선 임원진들의 관심도 없으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