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한 ‘페루의 전설’- El Condor Pasa]
페루 사람들은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로 환생을 한다고 믿는다. 페루인의 심장에는 영원한 콘도르로 남아 있는 위대한 인물이 있다. 바로 투팍 아마루 2세라고 불리는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키(1742~1781)이다. 그는 스페인의 페루 통치에 맞서 항쟁을 이끈 인물이다.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남아메리카 중안의 안데스 지방을 찾아왔고, 그들은 이곳을 모험가들이 상상하는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라고 여겼다. 이들은 단순한 모험가가 아닌 갑옷과 화약으로 중무장한 군사들이었다. 정복자들은 원주민을 위협했고, 무기와 질병으로 잉카 제국을 정복하여 폭압적인 통치를 250년간 계속했다.
이에 맞선 인물이 바로 투팍 아마루 2세이다. 은밀한 저항을 시작으로 대규모 군대까지 만들어 잉카 제국과 문명을 재건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스페인의 지원군에 의해 투팍 아마루 2세의 돌격은 진압되었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잉카의 후예인 페루인들은 이 영웅의 이야기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노래로 남기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불리는 노래인 ‘El Condor Pasa(콘도르는 날아가고)’의 원형이다.
안데스 지방의 인디오로 구성된 밴드인 로스 잉카스는 세계 방방곡곡을 돌며 ‘El Condor Pasa’를 비롯한 페루의 전통 음악을 널리 알렸다. 그리고 프랑스의 어느 무대에서 이 음악에 강하게 매료된 미국인이 있었다. 바로 가수 ‘사이먼 앤 가펑클’의 폴 사이먼이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은 1970년대 포크음악을 대표하는 2인조 뮤지션으로 ‘Bridge Over Troubled Water', 'The Boxer', 'The Sound of Silence' 등으로 국내에서도 크게 사랑받는 뮤지션이다.
우연히 이 신비로운 음악을 접하고 넋이 나간 폴 사이먼은 로스 잉카스와 합동 공연을 제안하고 함께 활동을 시작한다. 연이은 공연에서 무수한 청중들이 ‘El Condor Pasa’에 감동의 갈채를 보내고, 폴 사이먼은 ‘El Condor Pasa’를 사이먼 앤 가펑클의 다섯 번째 앨범 에 발표한다. 이 노래는 미국 빌보드 차트 18위, 스위스와 독일 등의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1위를 기록하면서 공연 이상의 성공을 거둔다.
이 음악은 미국의 현대 뮤지션과 페루의 전통음악이 만난 서로 다른 문화의 아름다운 결합이자, 역사적 사실을 환기하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