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이야기(8)
시인, 문학박사 김종환(金鍾煥)
새옹지마塞翁之馬란 고사성어를 직역하면 ‘변방 늙은이의 말’이란 뜻이고, 의역을 하면 ‘화禍가 복福이 되고, 복이 화가 되는 등, 길흉화복吉凶禍福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아도 너무 좋아하지 말고, 싫어도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塞翁之馬(塞 변방새 / 翁 늙은이 옹 / 之 갈지 / 馬 말마)
변방塞새의 윗부분이 틈하입니다(컴퓨터가 漢字를 지원하지 못하기에 답답합니다) 塞 자에서 흙土를 뺀 글자가 틈하자입니다. 위의 갓머리宀란 부수는 집宀면입니다. 집을 나무로 대충 얼기설기 지어 놓은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 집에 틈이 생겼다는 뜻이고, 그러기에 집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흙土으로 막아야 하기에 ‘막을 색’이라고 읽습니다. 이렇게 나무로 대충 얼기설기 지은 집은 변방에 사는 군인들이 잠시 머무르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변방새塞로도 읽습니다. 이렇게 얼기설기 지은 집은 밑으로 찬바람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찰한寒자가 만들어 집니다. 찰寒자의 부수는 분명히 이수변(부수 이름으로는 이수변이라고 하나, 얼음빙冫이 원래의 뜻입니다. 이는 삼수氵 변에서 점이 하나 빠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위의 두 점의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이 부수가 되어야 하나 갓머리가 부수입니다. 이수변, 얼음빙冫의 뜻을 잘 몰랐거나, 옥편을 만드는 분이 실수를 했거나, 저보다 덜 똑똑해서 부수를 잘못 선정한 것입니다. 옥편에는 제부수를 찾아가지 못한 한자가 더러 있습니다. 수 백 년 동안 참으로 억울했을 것입니다. 바로잡아주어야 할 것입니다. 변방새塞를 막을색塞으로 읽는 경우는 부정부패나 사회악을 ‘拔本塞源발본색원’한다고 할 때는 막을 색으로 읽어야 합니다.
늙은이翁자는 귀인을 뜻하는 공公자에 깃羽자를 밑에 붙인 한자입니다. 그러니 귀한 사람의 턱 밑에 수염같은 깃이 잘 자란 늙은이란 뜻입니다.
갈之자는 ‘이것 지’라는 대명사의 뜻도 있고, ‘~~~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의’로 풀이하면 됩니다. 갈지之자의 획수를 대부분 2획 또는 3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갈之자의 획수는 4획입니다. 4획으로 보입니까? 之의 획수가 4획인 것은 이 한자의 부수가 삐침별丿이기 때문입니다. 丿의 위쪽에 2획 아래쪽에 1획이 있으니 모두 4획입니다. 그래서 한자가 재미있는 것입니다.
말馬 자는 11월호에서 指鹿爲馬지록위마에서 설명했습니다. 말이 앞으로 달리는 모양을 그려놓은 상형문자이지만 세워놓은 것입니다.
塞翁之馬의 고사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변방 근처에 점을 잘 치는 한 사람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그의 말이 까닭도 없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쳐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이를 위로하자 노인이 말했습니다. “이것이 무슨 복이 될는지 어찌 알겠소?” 몇 달이 지난 후, 도망갔던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이를 축하하였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말했습니다. “그것이 무슨 화가 될는지 어찌 알겠소?” 집에 좋은 말이 생기자 말타기를 좋아하던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이를 위로했습니다. 노인이 말했습니다. “이것이 혹시 복이 될는지 어찌 알겠소?” 1년이 지난 후, 오랑캐들이 대거 요새(要塞)에 쳐들어오자 장정들이 활을 들고 싸움터에 나갔습니다. 변방 근처의 사람들은 열에 아홉이 죽었는데, 이 사람은 다리가 병신인 까닭에 부자가 모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塞翁之馬의 이야기는 《회남자(淮南子)》에 나옵니다. 이로부터 ‘변방 노인의 말’이란 뜻의 ‘塞翁之馬’가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그 뜻은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등, 인생살이의 변화는 끝이 없고, 그 깊이는 예측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들도 새옹지마를 경험하면서 공부하고 있을 것입니다. 공부를 잘 한다고 자만하면 시험 성적이 낮아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낮아졌다고 비관만 하면 계속 성적은 낮아지겠지요?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면 성적은 더 좋아질 것입니다. 塞翁之馬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길흉화복이 변하는 것을 알게 하지만, 새옹지마의 간접적인 교훈은 학생 여러분에게 생길 수 있는 복과 화, 즉 좋은 것과 나쁜 것은 학생 여러분이 노력하여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예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접착제를 만들다 실패하여 완전히 망하게 되었을 때, 발상의 전환을 통해 포스트잇을 만들어 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도 넓은 의미의 塞翁之馬가 될 것입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人生萬事 塞翁之馬)’,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는 말이 있지만 학생 여러분은 혹시 좋지 않은 일이 있더라도 실망하지 않기 바랍니다. 그 시기를 견디면 좋은 일이 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학생 여러분에게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塞翁之馬의 늙은이처럼 앉아서 세월만 보낼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려은 일을 극복하는 진취적인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그것이 고사성어를 공부하여 더 적극적인 사람이 되는 길입니다.
다음은 2007년에 발간한 저의 시집 <은밀한 즐거움>에 실린 <새옹지마>란 시입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
변방 늙은이가 득의(得意)를 하였으니
그 삶이 지혜롭구나
좋아도 넘치지 않고
나빠도 상심하지 않으니
그 삶이 과불급(過不及)의 중용(中庸)이로구나
낙이불음(樂而不淫)이요 애이불상(哀而不傷)이로구나
이래도 저래도 구애(拘礙)받지 않으니
무위(無爲)하여도 뜻을 이루네
학생 여러분이 선생님의 위 시(詩)를 이해하고 감상(鑑賞)하기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고사성어의 이야기도 알아야 하지만 한자와 한문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면 알게 될 것입니다.
한글전용을 주장하고 한자교육을 반대하는 분들도 자기의 아들딸과 손자손녀를 위해서는 초등학교 전후부터 한자와 한문을 가르치거나 학원에 보내고 있음을 알기 바랍니다.
한자공부를 하는 것은 지식인, 사회지도층이 되려면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가깝게는 여러분이 좋은 대학,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데 유리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다음 호에서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故事成語인 다다익선(多多益善)을 소개하겠습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