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보고 왔다는 말이 맞나 모르겠어요.
어두워서 본게 하나도 없으니까요.ㅎㅎ
귀로, 코로, 손으로 보고 왔다는 말이 더 맞으려나요.
아는 언니가 다녀와서 강추를 하길래,
마침 생일있는 주간에는 50프로 할인이길래
신랑이랑 근처 갔다가 겸사겸사 보고 왔는데요.
나름 생각할 거리도 많고, 신기한 경험이어서
추천드려 봐요.
일단 15분마다 입장이 가능한데,
몇명씩 제한되어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희는 어떤 젊은 커플과 함께 4명이서 들어갔어요.
입구에서 지팡이 하나 주고요.
이건 뭐 딱히 필요성을 못느끼겠더라고요.
일단 들어가면 정말 빛한줄이 안보이는 암흑속에서
로드마스터라고 불리는 안내자의 인도대로
코스를 이동하게 되는데요.
숲속으로 추정되는 벤치에 앉아서 새소리와 숲향기를 맡기도 하고,
시장에 가서 과일이나 채소, 오징어 등을 만져보며
물건 맞히기 놀이도 하고요.
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보기도 하고,
배를 타고 엔진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기도 해요.
이 모든 체험이 빛한줄기 없는 암흑속에서 진행되는데
시각없이도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느낀다는 것이 정말 신기해요.
마지막에는 카페에 들어가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우리가 맛을 볼 때도 시각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캔음료를 마시고 무슨 음료인지 맞혀야 하는데
흑. 결국 저만 틀렸다는...ㅠㅠ
근데 신기하더라고요.
로드마스터가 몇분이나 되시는지는 모르겠는데
저희는 이십대 중반의 목소리좋은 청년이었어요.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누가 누군지 다 구분하고
길안내도 척척 해줘서 적외선 안경같은거 끼고 있나...
했는데, 이분 시각장애인이시더라고요.
빛과 어둠도 구분못하는 전맹은 얼마 안되는데
전맹이시라고...
빛속에서는 우리가 장애인의 안내자가 될 수 있지만
어둠속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우리의 안내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장애라는게 참 종이 한 장 차이구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옆사람의 존재가 참 소중하게 느껴져요.
신랑인줄 알고 마스터님을 막 더듬기도 했지만;;;
아무튼 허공을 허우적거리던 손끝에 익숙한 사람의 온기가 닿을 때의 그 안도감은
빛속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오묘한 감정이었답니다.
그리고 총 1시간30분이 소요되는데
한 2,30분정도로밖에 체감되지 않더라고요.
시각이 완전이 배제되면 시간관념도 달라지는구나..신기했답니다.
관람료가 3만원이라 다소 비싼감이 있긴 했는데
시각장애인분들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하나도 아깝지 않더라고요.
아이들과,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참좋을 전시인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