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대사] 결혼 중에서, 남자와 여자
[여 자] (엉겹결에) 네, 좋아요.(두 남녀는 동시에 앉는다.동시에 남자는 청혼을 한다)
[남 자] 결혼 하십시다.
[여 자] 결혼? 누가 누구하구요?
[남 자] 그야 내가 당신 하구지요.
[여 자] 만난지 몇분 됐다고 그러지요?
[남 자] 시간을 따진다면야 나도 할말이 많죠.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린지 아십니까?
짐작이 안 가시면 여기 계신분들께 물어 보십시오.
내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을 그 삼분지 일이나 덧없이 보내고서야---
(하인,느닷없이 덤벼들어 남자의 구두를 벗겨 간다. 여자는 몹시 당황한다.
남자는 말류하지만 하인은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과시 하려는 듯 시계를 가리킨다.
남자는 구두를 빼앗기고 하인은 벗겨 낸 구두를 가져 간다.) 내 하인의 무례를 용서 하십시오.
[여 자] 뭐죠?
[남 자] 구두가 내발에서 떠나 갔읍니다. 시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여 자] 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남 자] 어찌 아시겠읍니까? 인생이 그런 거리라곤.
[여 자] 인생이 그런 거라니요?
[남 자] 아,아니오.제발 알려고는 마십시오.
여자는 그걸 모르기 때문에 남자를 사랑하고 남자는 그걸 알기 때문에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겁니다.
[여 자] (현기증이 나서) 뭐가 뭔지---
[남 자] 부디 모르십시오.
[여 자] 물 한잔 주시겠어요?
[남 자] 그럽시다.(하인에게) 자네 물 한잔 주게.
[하 인] (부동 자세)
[남 자] 그럼 물 한잔만 빌려주게.(하인, 물 한잔을 가져 온다)
그냥 달라고 할땐 꼼짝도 않더니 빌려 달라고 하니까 가져 오는군.(여자에게) 드십시오.
[여 자] 고마워요.
[남 자] 뭘요, 빌린건데요.(여자,물을 마신다) 정신 좀 드십니까?
[여 자] 여전해요.
[남 자] (미소를 짓고) 익숙해 지면 좀 나을겁니다.
[여 자] 저는요.솔직히 말씀드려서 당신이 이렇게 부자리라곤 꿈도 못 꿨죠.
전보에 알려 주신대로 찾아 왔더니 이건 너무 어마어마한 저택이쟎겠어요?
문앞에서,저는요,한참이나 망설였어요.
[남 자] 어려워 마시고 그냥 들어 오실 걸.
[여 자] 아뇨.황홀허서 망설였던 거예요.
[남 자] (미소를 짓고) 아,그랬어요?
[여 자] 네,당신의 전보를 받았을때요,저의 어머닌 말씀 하셨답니다.
얘야,어서 가 봐라.가봐서 빈 털털이 같거던 아예 되돌아 오구 부자거던 꼭 붙들어야 한다.
[남 자] 그래 당신은 뭐라 했읍니까?
[여 자] 알았어요,어머니.오른손을 들고서 그렇게 대답했죠.
[남 자] 내 원 참!오른손을 들다, 그러니까 맹세를 하셨군요?
[여 자] 그렇죠!
[남 자] 그 잔에 물 좀 남았읍니까?
[여 자] 아뇨,다 마셨는데요.
[남 자] 유감입니다.내 모을 남기지 않구서.
(하인,느닷없이 남자에게 달려 들어서 넥타이를 풀어 낸다.
남자는 빼앗기지 않으려 힘껏 저항하지만 하인의 억센 힘을 당새 내지 못한다.
결국은 빼앗기고 하인은 기계적인 동작으로 넥타이를 가지고 나간다. 여자는 두 남자의 격투에 놀란다.)
[여 자] 왜들 그러시죠?
[남 자] (씩씩거리니 웃으며)이번엔 넥타이가 내 목에서 떠나갔읍니다.
[여 자] (이해 못하겠다는듯) 네에?
[남 자] 뭐 놀낼게 못됩니다. 그저 시간이 지난것뿐이니까요. 안심하십시오.
만약 내목이 떠나가고 넥타이만 남았다면---
(계면쩍은듯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관심을 돌리려고)그건 그렇구요.당신 어머니 퍽 재미난 분이시군요.
나는 갚은 관심을 갖게 됫어요.당신의 어머니에 대해서.
그 맹세를 시키셨다는 어머니,어떤 분인지 더 듣고 싶습니다. 어떠신가요?
어머니 성품이 너그러우시다든가---왜 그렇게 쳐다만 보십니까?
[여 자] 넥타이를---
[남 자] 그것엔 관심이 없읍니다.
[여 자] 왜 빼앗기셨죠?(옆에 와 부동자세로 서 있는 하인을 흘겨 보며)그것두 난폭하게.
[남 자] 그렇지요.난폭하게 주인을 덮치는 그런 하인에겐 난 전혀 관심이 없어요.
오히려 당신 어머니의 성품,그게 너그러우신지---
[여 자] 하지만요.저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남 자] 알았어요. 문제는 빼앗긴 물건인가 본데 그야 되돌려 받기 어렵진 않습니다.
(하인에게 큰 소리로) 이봐! 가져 와!
(묵묵 부답인 하인,까치발을 딛고 일어나서 그의 귀에 속삭인다.) 이봐,그 가져간것,오분만 더 빌려주게.
[하 인] (대답이 없다)
[남 자] 딱 오분만 더.사정해도 안되겠나,응?
[하 인] (반응이 없다)
[남 자] 좋아.좋다구!
[여 자] 뭐래요,하인이?
[남 자] 네,날더러 잘 해 보라구 그럽니다.
(남자,관객석을 투덕투덕 걸어 다니다가 넥타이를 맨 남성 관객앞에 앉는다) 물론 그래요.
(속상하다는듯 담배를 피워 물고 상대방에게도 권하며)
저 인정 사정도 없는 하인이 날더라 잘해 보라구 그런 말 한마디 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말입니다. 나도 그래요.기 죽을 필요야 없는 겁니다. 그렇쟎아요?
도대체 지가 뭐라구. 겨우 심부름이나 하는 주제에.
속 좀 상합니다기만 그야 뭐 그건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니까 말해보나 마나겠고, 저어 당신 넥타이 참 좋습니다.
정말 좋아요.아름다운 색깔,기막히게 멋진 무늬, 딱 오분만 빌립시다.
정확하게 오분만.더이상은 어기지 않겠읍니다. 빌려 주시렵니까?
(남성 관객으로부터 넥타이를 빌려 착용하며)고맙습니다.빌린 동안에는 소중히 다룰겁니다.
사실 이것은 내것이 아니라 당신 것이구, 혹시 모르긴 하지요.당신도 누구에게서 빌려 온 건지는.
아뭏든 잘 사용하고 돌려 드리겠어요.자아,그럼
당신은 시간을 재고, 난 이만(남자,급한 걸음으로 여자에게 돌아간다.) 어때요,이젠?
[여 자] 네,당신은 멋진 분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