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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의 세계
가축의 역사
가축이란 원래 야생동물이었으나 인간이 길들여서 사육하는 동물을 말한다.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는 늘 사람과 동물이 함께 등장한다. 뿔이 큰 황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그림과 얼룩소의 젖을 짜는 그림도 있다. 가축은 언제부터 인간의 곁에 있게 되었을까?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유적지에서 발굴된 가축 유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개였다. 개는 1만 2000년 전에 이미 사람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의 신석기 지층에서 발견된 유골로 추정해 보면 양은 8000년 전에, 소는 6000년 전에 인간과 함께 살았다.
왜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만들었을까? 미국의 사회학자 코헨(Cohen)은 ‘식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적세 말기에 일어난 기후 변화 때문에 중동 지역은 심하게 건조해졌다. 사람들은 물을 구할 수 있는 강가에 모여 살기 시작했다. 숲을 떠나자 사냥할 수 있는 야생동물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혜로운 인간은 야생동물을 잡아다가 사육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사냥한 고기는 곧 썩기 때문에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없었는데,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 가축은 일종의 ‘고기 저장소’ 역할을 했다. 소, 양, 염소 등을 기르면서 영양이 풍부한 젖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기원전 400년 경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우유는 가장 완전한 식품"이라고 말하면서 건강식품으로서 우유를 추천한 기록이 있다.
한반도에서 소를 가축으로 사육하고 식용이나 제물로 이용한 역사는 단군조선 이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는 오랫동안 벼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소를 이용하여 논을 갈고, 소에게 달구지 수레를 매어 건초나 물품을 운반하고, 나중에는 죽으면서 고기를 제공하기까지 하는 소는 인간에게 매우 충직한 하인과 같은 존재였다. 소의 젖인 우유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은 1285년 경 일연(1206-1289)이 지은 삼국유사에 농축 유제품을 의미하는 락(酪)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다. 고려 우왕 때 국가 상설기관으로 유우소(乳牛所)라는 목장을 설치하여 왕실과 귀족 등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만 우유를 먹을 수 있게 하였다. 그러다가 조선 왕조의 세종 때에 유우소의 규모가 커지고 여러 가지 폐단이 나타나자 유우소를 폐지하였다. 숙종 때는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왕이 특별히 하사한 낙죽(우유죽) 이외에는 먹지 못하도록 금지하였는데, 우유죽은 보양식으로 왕이나 일부 귀족층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식품으로 간주되었다. 1902년 구한말 농상공부 기사로 근무하던 프랑스인이 홀스타인 젖소를 도입함으로써 우유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되었다.
돼지는 소보다 역사가 더 오래다. 고대 중국에서 출토된 유물 중에는 돼지의 뼈, 이빨 그리고 도기에 그려진 돼지의 그림이 등장하고 있다. 가축화된 돼지는 중국에서 한반도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는 예로부터 산에 멧돼지가 서식하고 있었지만, 민가에서 기르는 재래종과는 다르며 혈연관계가 없다고 한다. 고대 부족국가 시대에 돼지를 길러서 고기를 먹고, 그 껍질로 옷을 만들어 입고, 그 기름을 발라 추위를 막는 풍습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삼국 시대에도 돼지를 식용 또는 제사 때 제물로 사용하였다. 고려 시대에는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영향으로 가축을 많이 사육하지 않은 것 같다.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도 돼지의 개량은 별다른 성과가 없었으며, 예로부터 길러 오던 재래종을 그대로 사육하는데 그쳤다. 조 선 시대에 사육되던 재래종은 털이 흑색이며 체중은 20~50kg으로 현재의 뚱뚱한 돼지에 비하면 왜소한 품종이었다. 외국으로부터 1903년에 요크셔 종, 1905년에 버크셔 종이 도입되어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하였는데, 그 당시 전국에서 사육된 돼지의 두수는 약 57만 두로 추정된다.
좋은 육질과 경제성을 추구하기 위하여 현대인들은 가축을 제 명대로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노인과 늙은 황소와의 평화로운 공생을 보여준 영화 ‘워낭소리’에 나오는 한우는 40년을 살았다. 그러나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황소는 3년 이내에 도축되고, 암소는 2~3번 정도 출산하고 4년 이내에 도축된다. 자연 상태의 돼지 수명은 약 13년이지만 대부분 돼지는 생후 5개월 이내에 도축된다. 닭의 수명은 의외로 길어서 약 30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삼계탕용 닭은 30일 이내에 도축되고, 백숙용 큰 닭은 70일 정도, 그리고 산란용 닭은 1년 정도 살다가 도축된다. 맛있는 고기를 먹으려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제 명대로 사는 가축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비명횡사(非命橫死)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공장형 축산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쇠고기국은 매우 귀한 음식이었다. 가난했던 우리 집에서 쇠고기국은 설날과 추석, 그리고 식구들의 생일날에만 먹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축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자 축산은 옛날처럼 농가에서 한두 마리 소나 돼지를 기르다가 내다 파는 방식에서 탈피하였다. 축사를 공장처럼 만들어서 가축을 대량으로 기르는 이른바 공장형 축산은 198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축산물의 공급을 늘리는데 공헌하였다. 그렇지만 이익을 최대화하다 보니 가축의 사육환경은 동물의 본성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변하였다.
양계장이나 양돈장, 또는 소의 축사를 한번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은 그 열악한 환경에 깜짝 놀랄 것이다. 병아리는 부화되자마자 암수를 구별하여 수컷은 바로 분쇄기로 보내어 생을 마감시킨다. 암컷들은 부리를 잘라 서로 쪼는 일을 방지한다. 양계장에서 산란용 닭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A4용지 크기의 공간에서 사는데, 24시간 불을 켜놓고서 모이와 물만 먹고 자란다. 닭들은 바닥긁기, 먹이 찾기,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점프하기, 날개짓 하기 등등의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활동을 전혀 할 수가 없다.
돼지의 경우 새끼 때에 꼬리를 자르고 송곳니를 뽑아서 서로 물어뜯어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한다. 돼지들은 폭 60cm, 길이 200cm 크기의 금속틀에 갇혀 살아간다. 돌아다닐 수도 없고 겨우 앉았다 일어섰다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돼지는 원래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데다 청결하지 못한 사육환경으로 인하여 폐렴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동물이 돼지이다. 출산한 돼지는 한 달 만에 재발정을 유도하여 다시 출산을 강요받는다. 단기간에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성장 호르몬을 투여하며 비정상적으로 몸집만 불어난 가축은 극도의 탈진과 스트레스로 죽기도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도 하지 못하고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라다 보니 당연히 병이 많이 생긴다. 영리한 인간은 병을 막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사료에 섞여 먹인다. 이러한 항생제는 우유나 육류를 먹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사람은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진다. 항생제 내성균이 나타나서 감염될 경우 항생제가 듣지 않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2006년 천안에서 보쌈을 먹고 집단식중독에 걸린 147명의 환자들 중 10명이 항생제에 내성반응을 보이며 일주일 이상 치료를 받았다. 이들 환자로부터 검출한 균을 검사한 결과 무려 7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환자는 특히 농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항생제인 테트라싸이클린과 암피실린에 내성을 보였다. 축산에서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는 문제는 현대의 축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광우병
2008년 5월 2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것이라고 걱정한 여고생들이 서울시의 청계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촛불집회는 100일 넘게 계속되며 점점 커져서 6월 10일에는 전국 대도시에서 100만 명이 모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두 번이나 사과 성명을 발표해서 시위대를 달래야 했다. 그런데 광우병의 원인은 무엇이며 왜 발생했을까?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생물체가 아니고 프리온(prion)이라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은 달걀이나 고기에 많은 영양물질로서 프리온은 생물체가 아니고 무생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프리온은 사람과 동물이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내는 정상 단백질이다. 문제는 프리온의 형태다. 프리온은 ‘정상적인 형태’와 ‘질병을 유발하는 형태’가 모두 안정성을 갖는 특이한 단백질이다. 변형된 프리온이 주위에 있는 정상 프리온 단백질과 결합하면 정상 프리온도 변형 프리온으로 바뀐다. 새로 변형된 프리온이 또다시 주위의 정상 프리온과 결합해 구조적 이상을 일으키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변형 단백질 하나가 모든 정상 프리온 단백질을 변형 단백질로 만들고, 결국 세포가 제 기능을 잃고 죽게 되는 것이다. 세포가 죽은 자리는 텅 빈 공간만 남는다. 광우병이 진행되면 환자의 뇌조직이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로 되어 죽게 된다.
프리온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없애기가 더 어렵다. 바이러스와 세균을 죽이는 방법을 적용할 수가 없다. 끓여도 소용없고 방사선으로도 없앨 수 없다. 심지어 프리온이 타고 남은 재에서도 감염성은 남아있다. 프리온의 존재가 규명된 데는 파푸아뉴기니 섬의 원시 부족 포레이족을 멸족 위기로 몰아갔던 유행병 ‘쿠루’가 큰 역할을 했다. 쿠루에 걸린 환자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들뜨는 양상을 보이다가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갔다. 의사인 가이듀섹은 이 부족의 식인풍습과 쿠루의 연관성을 밝혔고, 질병의 원인으로 새로운 유형의 감염 병원체 ‘슬로 바이러스’(프리온이 명명되기 전 이름이다)를 분리해 1976년 노벨상을 받았다.
영국에서 1985년에 광우병 소가 처음 발견됐다. 역학조사 결과 영국은 1972년부터 젖소의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하여 양과 소의 사체를 소의 사료로 사용했다. 이 사료에는 스크래피(scrapie)병에 걸린 양의 사체가 포함되어 있었다. 스크래피는 전염성 프리온에 의해 양의 뇌가 손상되는 해면상뇌증을 말하는데, 광우병과 증상이 비슷하다. 광우병에 걸리면 온순하던 소들이 주인을 걷어차고 광포하게 날뛰다 결국 쓰러져 죽는다. 1992년에는 영국에서 인간 광우병 환자가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영국 정부는 광우병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1994년에 금지하였고, 생후 30개월이 넘는 도축 소는 모두 광우병 검사를 하도록 했다. 영국에 이어서 미국은 1997년에, 그리고 유럽연합은 2000년부터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였다.
광우병이 무서운 것은 소의 부산물에 의해서도 광우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리온을 가지고 있는 소의 고기나 뼈로 만든 사료는 물론, 소의 뼈를 포함하는 조미료 젤리 화장품도 위험하다는 보도가 나와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광우병 환자가 발생한 기록이 없지만 광우병의 잠복기는 10~40년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할 수 있다.
생태적인 측면에서 광우병을 살펴보면, 원래 풀을 먹는 초식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것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광우병이란 인간이 개입하여 가축의 먹이사슬을 교란시켜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감염된 소의 내장과 뼈로 만든 사료를 다른 소에게 먹였으니 자연의 순리를 거역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광우병이 비교적 적게 발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라는 책을 쓴 켈러히 박사는 미국 치매 환자의 5~13%는 인간 광우병 환자라고 주장하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광우병에 관한 진실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논란중이며, 일반인이 광우병에 관한 진실을 알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동족의 뼈와 고기를 갈아 만든 사료를 먹은 소가 어찌 무사하겠는가! 광우병의 간접적인 원인은 인간의 탐욕과 잔인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구제역
구제역이란 돼지, 소, 염소, 양 ,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이 감염되는 질병이다. 구제역은 광우병과 달리 구제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구제역의 전염 경로는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직접 전파로서 감염동물의 수포액이나 침, 똥 등과의 접촉이나 오염축산물을 함유한 식품 등에 의한 전파를 말한다. 둘째는 간접 접촉전파로서 감염지역 내 사람, 차량, 의복, 물, 기구 및 동물 등에 의한 전파를 말한다. 셋째는 공기전파로서 육지에서는 50km, 바다에서는 250km까지 바람을 타고 전파될 수 있다.
소가 구제역에 감염되면 체온상승, 식욕부진, 침울, 우유 생산량의 감소 등이 나타난다. 발병 후 24 시간 이내에 침을 심하게 흘리고, 혀와 잇몸 등에 물집이 생긴다. 감염된 소들은 1주 이상 거의 먹지 못하고 절뚝거리다가 죽는다.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는 절뚝거림, 발굽의 심한 병변과 고통으로 인해 제대로 서거나 걷지 못하고 무릎으로 기어 다닌다.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의 특별한 치료 방법은 없다. 예방약을 만들 수는 있으나 구제역 바이러스는 쉽게 변신하기 때문에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구제역은 인수공통질병이 아니어서 사람에게는 옮기지 않는다.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라 할지라도 76도 이상에서 7초 이상만 가열하면 바이러스가 죽는다.
2010년 11월에 경북 안동에서부터 발생한 구제역은 전라도와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예방접종을 하면 일부 가축을 살릴 수는 있지만 ‘구제역 청정국’이라는 지위를 잃고 2년간 육류 수출을 할 수 없다는 염려 때문에 정부에서는 살처분을 결정하였다. 2011년 3월에 구제역 종료를 발표하기 전까지 6250곳의 농가에서 소 15만두, 돼지 323만두를 죽여서, 4600개소의 매몰지에 묻었다. 특히 살처분된 돼지는 국내 돼지 사육두수의 거의 1/3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인데, 돼지고기 공급이 줄자 당연히 돼지고기값이 올랐다.
동물복지
축산업의 목표가 ‘값싼 고기 생산’에서 ‘비싸지만 품질 좋고 안전한 고기 생산’으로 변화함에 따라 동물복지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저소득층의 복지가 국민행복의 차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동물에게 복지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생소하며 약간 어색하기조차 하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동물복지가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있다. 스웨덴은 1987년에 동물에게 적합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좁은 우사나 닭장에 소나 닭을 가두는 것을 금지시켰다. 영국 의회는 수송 중인 소에게도 15시간마다 사료와 물을 주어야 한다는 법을 1995년에 제정했다. 유럽연합은 동물도 느낌과 의식이 있는 감정적 존재라는 사실을 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동물복지를 말할 때에 거론되는 ‘동물복지 5대 자유’는 다음과 같다: (1)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2)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3) 고통과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4) 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5)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민간 부분에서도 동물복지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영국의 동물학대방지협회에서는 동물의 복지 상태에 따라 제품을 인증하는 프리덤 푸드(Freedom Food) 제도를 1994년에 도입하였다. 이 제도에 따라 동물에 대한 9가지 표준 기준을 제정하였는데 주로 계란, 고기, 가금류, 어류 및 유제품에 대해 기준을 준수하는 제품에 대해서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인증을 받은 상품은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에 국내 최초로 풀무원에서 동물복지제도를 도입하였다. 풀무원에서는 육류, 계란, 우유에 대하여 동물복지기준을 제정하고 항생제나 성장촉진제, 인공착색료, 항균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풀무원 제품은 약 30% 비싸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2009년에 농촌진흥청에서는 ‘소의 참살이(well-being) 지수'를 발표하였다. 소의 참살이란 소가 질병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의 잠자리, 영양상태, 분의 색깔과 형태 등을 평가하여 소를 관리하는 기준을 말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소가 하루에 적어도 11~12시간 넉넉한 공간에서 편하게 되새김질을 하면서 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법적인 강제성은 없지만 자발적으로 지키는 농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 7월 11일에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하여 사육한 토종닭 2000마리를 한 마리에 1만 2900원에 한정 판매하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충북 음성에 있는 토종닭농원과 계약을 맺어, 토종닭에게 일체의 항생제 없이 인삼과 한약재를 먹이고 프리덤 푸드의 원칙에 맞게 사육하는 대신 비싼 값에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동물의 본성에 맞게 친환경적으로 사육한 닭은 건강 측면에서 안전하므로 사람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살 것이라고 경영진은 판단한 것이다.
가축과 인간의 공생
과거의 생계형 축산과 달리 가축을 대량으로 밀집 사육하는 공장형 축산은 경제적인 이익을 보장할 지는 몰라도 가축의 본성과 위배되는 일이다. 2010년에 돼지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멕시코의 축사는 세계 최대의 돈육생산기업인 스미스필드 푸드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 장소에서 무려 100만두의 돼지를 기르고 있었다. 돼지에서 발생한 구제역, 소에서 발생한 광우병, 닭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 등은 인간이 가축을 기르면서 생태계의 원리를 벗어난 데 대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또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가축의 보복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공장형 축산 방식으로 생산되는 고기, 우유, 계란을 두고 독(毒)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DalaiLama)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비좁은 축사에서 만들어지는 고기와 우유, 그리고 계란은 화(火)의 덩어리라는 것이다. 움직임이 불가능한 공간에서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고기와 우유, 계란을 통해 그대로 인간에게 전달이 된다는 것이다.
공장형 축산이 나타나고, 광우병과 구제역이 나타난 근본적인 원인은 ‘고기를 싼 값으로 많이 먹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신과 나를 포함하는 소비자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비위생적 고기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면 생산 구조는 당연히 변화하게 된다. 유럽연합에서 2005년에 2만5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7%가 “복지가 잘 유지된 산란계가 낳은 달걀에 대해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유럽의 동물복지는 이러한 소비자 의식이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축에 대한 복지가 실현되려면 소비자의 의식이 먼저 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삶에서는 가축을 가족처럼 여겼다. 피를 나눈 가족을 ‘식구’라고 한다면, 집에서 함께 사는 닭, 개, 염소, 돼지, 소 등 가축을 ‘생구(生口)’라고 하여 짐승 이상의 존재로 인간적인 배려를 했다. 마소를 친다는 뜻인 ‘목(牧)’에 백성 ‘민(民)’자를 붙여서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목민(牧民)한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 우리의 전통사상에서는 가축을 사람 수준으로 대접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은 고기를 뜯어먹기에 편리한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으므로, 육식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식사가 가축의 희생을 기초로 성립한다는 것은 가축에게는 고맙고도 미안한 일이다. 불교에서는 밥먹는 것을 공양(供養)이라고 부른다. 베풀어 기른다는 뜻이다. 생명의 자양분을 공급받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러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공양을 할 때에 다음과 같은 공양게(供養偈)를 읊조린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내 덕행으로는 받기 부끄럽네/ 한 방울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깃들었으니/ 마음에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고치는 약으로 바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가축 동물의 본성을 존중하는 일은 생태계의 건전성뿐만 아니고 인류를 건강하게 하는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육식을 하는 서양 사람들이 아무리 훌륭한 동물복지를 말하더라도 채식만을 실천하는 불교도를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에 불교야말로 지극히 친환경적인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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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추천시: 자화상/이현주
요즘은 소도 팔자가 좋아진 건지
인스턴트 과자같은 사료나 축내면서
일도 안하고 운동도 안하고
하루 종일 멍청하니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그냥 뚱뚱 살만 찌면 된단다
그러다가 알맞게 살이 오르면
개처럼 끌려가 죽고 만단다
슬픈 일이다
차라리 코뚜레 꿰어 피 흘리더라도
온 종일 땡볕에서 땀으로 목욕하더라도
일을 하고 싶은데
새벽마다 김 오르는 여물 한통 너끈히 비우고
안개 헤치고 들판으로 나가고 싶은데
숨쉬는 스테이크
저 누런 짐승은 오늘
누구의 얼굴인가
누구의 서글픈 자화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