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트를 타고 가면서 본 콕강 주변 풍경
10시 30분. 우리 3, 프랑스 남녀 3, 이태리 남녀 4 등 모두 10명이 보트에 올라 수상안전 조끼를 입고 Kok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보트는 프로판 가스를 사용해 냄새와 매연이 없고 비교적 조용하다. 강 주위로는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갈대처럼 생긴 풀들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있고 강 언덕에는 군데군데 별장과 음식점 등이 보이며 강변에서 좀 떨어진 곳엔 열대우림이 무성하다. 30세 쯤 되어 보이는 보트 기사는 물살이 약한 곳을 찾아 요리 조리 배를 모는 솜씨가 대단하다. 서양인 남녀들은 경치구경 보다 떠드는데 더 열중하고 간간이 과감한 애정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높은 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산 허리엔 구름이 띠를 두르고 있으며 강 가 커다란 바위 위엔 보트의 안전을 지켜 주는 듯 석불이 강을 향해 앉아 있다.
▶ 코끼리 타는 곳(체험장)
▶ 아들과 함께코끼리를 타고..(조련사 앞에 앉은 꼬마는 조련사의 조카)
이렇게 한 시간을 달려 선착장에 내리니 코끼리 체험장이 보인다. 체험장엔 나무 망루처럼 생긴 탑승대에서 코끼리 한 마리에 한두 명씩 태우는 코끼리, 등에 사람을 태우고 입구를 빠져 나가는 코끼리, 순번을 기다리는 넓은 마당에서 어슬렁거리는 코끼리, 금방 사람을 태우고 돌아와 먹이를 먹는 코끼리 등 10여 마리의 코끼리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T.G가 자기 짚차를 타고 와 기다리다 코끼리 탑승대 앞에서 반갑게 우리를 부른다. 아들과 나는 20세 쯤 돼 보이는 청년이 모는 코끼리 등에 올랐는데 청년의 조카로 보이는 서너 살 먹은 사내아이가 청년과 함께 코끼리 목덜미에 앉아 있다. T.G에게 아들이 사진 촬영을 부탁하고 출발하는데 입구에서 T.G와 웬 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사진을 찍는다.
▶ 코끼리를 타고 동네 한바퀴 돌면서 본 모습
T.G에게 카메라를 건네 받고 도로를 따라 코끼리를 타고 가는데 높이가 생각보다 높고 코끼리가 어기적어기적 걷는 것 같아도 사람이 걷는 것보다 빠르다. 말을 탄 것과 비슷한 흔들림이 엉덩이를 통해 느껴지나 말보다는 쿠션이 좋다. 도중 코끼리가 길에다 소변을 보는데 소변 양이 엄청나다. 마을 중간에 "Elephant Feed"라고 조그맣게 써 있는 2층 오두막에서 한 노파가 바나나와 짧게 자른 옥수수 대를 비닐봉지에 담아 우리 보고 사라고 한다. 코끼리가 멈춰 서서 배가 고픈지 코로 계속 그 비닐봉지를 빼앗으려 하고 주인 청년이 코끼리를 제지하는 데, 나는 "코끼리 먹이를 사람이 어떻게 먹으라고 사라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손을 내저으며 안 산다고 한다. 청년은 다시 코끼리를 몰아 앞으로 가고 아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이 배를 잡고 웃으며 "사서 코끼리 주라는 것이지 아빠 드시라는 것이 아니쟎아!" 하고 나무란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 한가지 일을 보고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이지만 웬지 코끼리에게 미안하다.
▶ 수고한 코끼리에게 먹이를 준다
20여 분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 체험장로 돌아와 내리자 마자 미안한 마음에 가게로 달려가 20batt를 주고 코끼리 먹이를 사 우리를 위해 고생한 코끼리를 찾아 아들과 내가 번갈아 먹이를 주며 사진도 찍고 미안함도 달랜다.
▶ 아카족 민속공예품 상점과 관광객을 부르는 아카족 할머니
▶ 가게 옆에 진열된 엄청나게 큰 뱀
이제 고산족을 만나러 갈 차례다. T.G가 이미 길가에 짚차를 준비해 놓고 우리를 부른다. 짚차를 타고 3분 정도 가니 눈에 띄는 기념품 상점이 보이는데 아카족 전통복장을 입고 모자를 쓴 할머니가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부르고 상점 한 쪽에는 어마어마한 뱀이 보인다. T.G에게 잠시 차를 세우라 하고 상점으로 가보니 기념품들은 고산족 박물관이나 치앙라이 야시장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뱀 옆에서 아카족으로 보이는 소년이 뱀을 만지면서 놀고 있어 사탕과 풍선을 주며 만져 봐도 되느냐고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여 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길이 5m가 넘고 몸통 둘레가 70cm는 족히 넘는 T.G가 독이 없는 뱀이라고 해 안심하고 뱀을 만져 보니 시원하다. 이렇게 큰 뱀은 처음 보기도 하고 욕심인지는 모르지만 TV에서 본 것처럼 뱀을 목에 둘러 봤으면 하는 생각은 있으나 이 곳 풍습을 잘 모르니 결례가 될 것 같아 포기한다. 비가 와서 그런지 이 곳 상점들에는 손님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한가롭다. 상점 주인들은 상점 앞을 서성거리거나 그늘에 앉아 잡담을 하고 있다.
▶ 아카족 마을로 이동 중 본 농촌풍경
다시 차를 타고 산길로 접어 든다. 산길은 대부분 포장되어 있고 주변 구릉에는 옥수수와 밭벼, 바나나, 리치, 파인애플, 고무나무 등이 제법 농장 형태를 이루고 재배되고 있고 군데 군데 작은 규모의 논에선 논 벼가 자라고 있는데 라오스 산간 농촌보다는 농지를 잘 이용하는 것 같다.
▶ 짐을 메고 가는 소수민족 할머니
▶ 좌측-아카족 초등학교, 우측-다리 건너 보건소
도로 곳곳엔 비로 인한 산 사태 흔적이 많이 보이고 고산족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도 이따금 볼 수 있으며 평지엔 학교, 보건진료소, 소규모 식당, 구멍가게 등이 보인다. T.G는 우리 나라에 대한 궁금한 점이 많은가 보다. 운전을 하면서 태국인 치고는 꽤 잘하는 영어로 "한국에도 벼를 밭에 심는가? 파인애플을 재배하는가?" 등 농업에 대한 질문에서 청소년들의 생활·공부에 대한 질문, 농촌 생활에 대한 질문, 북한 정권에 대한 질문 등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리고 T.G 자신은 평소엔 벼농사를 짓지만 나름대로 영어를 할 수 있어 관광객이 많은 시기(11~3월)나 관광객이 요청할 때는 T.G로 일을 하는데 벼농사에 비해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단다. 또, 집엔 와이프와 초등학생인(6학년, 3학년) 두 딸이 있는데 딸들의 뒷바라지를 잘해 주고 싶다며 태국사람들의 생활상에 대한 이야기를 덧 붙인다. 잠시 후에 방문할 아카족에 대해 설명한다.『아카족은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이주해 온 종족으로 매싸이와 치앙라이의 해발 1,000m 이상의 산악지대에 촌락을 형성하고 있고 태국에는 약 5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아카족의 여자들은 은화나 은세공 장식, 단추 등을 단 무거운 모자를 쓰고 있으며 가슴 밴드에 짧은 까만 치마를 입고 종아리에는 각반을 찬 모습을 하고 있다. 모자를 벗으면 악령이 머리로 들어온다고 믿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물론 잘 때도 쓰고 잔다. 아카족 여성은 온화하고 소박하며 부지런해 담배나 쌀, 각종 야채와 과일 등을 재배하여 수입을 올리고 있다. 모든 물건에 혼이 있다고 믿는 정령신앙을 믿기 때문에 마을에도, 산에도 심지어 빛이나 바람에도 혼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신성시 되는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일은 절대 삼가 하며 마을 입구마다 신성하게 여기는 문을 세워 놓고 있으며, 커다란 그네가 있는데 그 그네는 8월에 열리는 마을 행사에 사용된다』
▶ 우리가 방문한 아카족마을
▶ 마을 입구에 설치된 문과 정령신앙 숭배물들
산길로 접어든지 20여분이 지나 아카족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몇 개 마을을 지나 제법 규모가 큰 마을에 정차한다. 마을 입구 숲엔 일본 신사의 도리이 비슷한 구조물과 그네가 있는데 T.G는『인류학자들의 조사결과 아카족의 유전자와 일본인들의 유전자가 99.5% 같고 문화도 일본과 많은 부분이 같다는 걸 밝혀 냈다고 한다. 아카족은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화전을 일구어 주로 담배나 쌀, 각종채소와 과일을 재배하여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돼지·물소·닭과 같은 가축도 기른다. 정령숭배 신앙이 있으며, 모든 아카족 마을의 양쪽 끝에는 외부의 영혼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문이 서 있다. 아카족 남자들은 1명의 부인만을 가질 수 있으며, 대부분 대가족을 이루고 산다. 집안 공간은 남자들의 공간과 여자들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결혼한 부부는 본가에서 분리되어 나와 따로 집을 갖는다. 아카족 여성은 부드럽고 소박하며 부지런해 농사는 물론 집안 일까지 한다.』고 미리 설명한다.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나무로 괸 1층은 텅 빈 상태로 땔감과 농기구를 저장해 놓았고 그 위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대나무를 쪼개서 엮은 것으로 방바닥과 벽을 만들고 나무로 지붕 틀을 얹은 다음 코코넛 잎으로 지붕을 덮은 고상식 가옥구조를 가지고 있다.
▶ 아카족 마을 언덕에 설치된 그네
▶ 우리가 방문한 아카족의 전통가옥
▶ 집주인 할아버지
▶ 좌측-남자들의 방, 우측-여자들의 방
▶ 부엌-가운데 화로가 있고 부엌살림은 간편하다
마을 입구 전통가옥에서 T.G는 툇마루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계신 할아버지(70세는 넘어 보임)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손님을 모시고 왔는데 집안을 구경해도 좋은가 묻는다. 할아버지는 T.G를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를 하고 T.G는 우리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방 두 칸과 부엌으로 이루어진 집안으로 들어서자 T.G는 "안 쪽 방은 여자들의 방으로 결혼 전의 딸들과 어머니가 기거하고 들어오는 쪽의 방은 남자들의 방인데 결혼 전의 아들들과 아버지가 기거한다."고 소개하며 방을 가리키는데 창이 없는 크기가 비슷한 두 방 모두 두툼한 매트처럼 생긴 요 위에 이불이 모기장 속에 깔려 있다. 다른 점은 여자 방에는 비교적 화려한 옷들과 반짓고리가 보이고 남자 방에는 곡식을 담았는지 푸대가 한 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데 여자 방이 남자 방보다는 깨끗해 보인다. 부엌 바닥엔 화덕과 그을린 냄비와 주전자, 나무로 만든 설거지 통과 조그만 대나무 밥상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고 대나무로 만든 찬장에는 그릇과 수저 몇 벌이 보인다. 뒷 쪽에 작은 문이 보이는데 여자들 만 다닐 수 있는 문이라고 T.G가 설명한다.
▶ 외출에서 돌아 온 아카족 할머니(이가 빨갛다)
▶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 : 좌측-전통 담뱃대로 피는 모습, 우측- 내가 드린 궐련 피는 모습
▶ 뒷편에 할아버지는 내가 준 사탕을 맛있게 빨아 잡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