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범칙금
"어, 이게 뭐지? 또 걸린거야......"
우편함을 체크하고 돌아오는 남편의 손에 캘거리 폴리스 마크가 찍힌 우편물을 보자 나의 목소리는 한
옥타브 올라가고 있었다.
평상시에 운전을 별로 하지 않는 나에 비하여 남편은 밖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고 운전으로 이동해야하는 거리도 길어서 그런지 몇 번의 벌금을 낸 전과자였다.
그런데 무언가 조금 이상하다.
내 얼굴로 서류를 바짝 들이대는 저 태도와 얼굴의 당당함으로 보아 이번은 아닌가보네...
"그렇다면... 아니 ..."
역시 그건 내게로 온 범칙금 통지서였다.
서류에 찍힌 날짜와 시간을 기억하는데 우리는 그리 오래 걸리지않았다.
그 날은 일요일이었고 그 시간은 주일미사 후였다.
그렇다면 그 날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그즈음 우리는 집을 팔려고 오픈하우스를 한 뒤 새로 옮겨갈 집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미사 후 아는 형님이 오시더니 점심을 함께 하자 하신다.
그리하여 남편은 미리 약속된 지역으로 집을 보러 떠났고 나는 지리도 익숙치않은 도로를 그 형님의
차꽁무니를 따라 마구 달려갔던 것이다.
경찰청에서 보내온 설명대로하면 나는 정지 신호 앞에서 멈추는 것을 실패한 사람이다. 그러니 287불의 벌금을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럴수가... 남편이 몇 차례에 걸쳐 받은 벌금 액수를 다 합쳐도 이 정도는 아닌데...
내가 정지신호를 무시한 것도 모르고 그 식당에 도착했을 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는데...
어떻게 이 일을 잘 해결할 것인가...
문득 교통법원에서 봉사하고 계시는 분이 떠올랐다. 그 곳에 가서 사정이야기를 하면 벌금을 깍아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름 휴가가 시작된 첫 날의 나의 과제는 법원가기.
9시에 문을 연다고 했는데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10 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서류 접수를 하고 이름 부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의 머릿 속에는 여러가지 핑계거리들이 떠올랐다.
"갑자기 위경련이 일어나서 ....."
"앞 차가 너무 느리게가서...."
그러나 나는 더이상 길게 핑계거리를 찿을 수 없었다.
담당검사의 호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그런 정식법복을 입지도 않았고 그 분은 아예
벌금 깍아줄 준비를 하고있는 자세였다.
아무런 다른 말이 필요없었다.
우리는 "굿모닝" 하고 아침 인사를 나누었고 벌금을 깍아주기 원하느냐고 물었고...
헤어질 때 "해브 어 굳 대이" 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거의 절 반 정도의 벌금만을 내고 돌아나왔는데...
다운타운 위로 보이는 하늘은 유난히 높았고 구름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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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퇴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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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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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2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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