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먼저
오늘은 도서관에 가는 날입니다.
휘 님은 오전에 타 센터에서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햇볕교실에 먼저 와서 휘 님을 기다렸습니다.
곧 휘 님이 들어왔고 전 서서히 대화하다가 도서관 얘기를 꺼내려 했습니다.
휘 님이 대화를 좀 하다가 지금은 더우니까 그만 말 시켜줘 하셨고,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휘 님이 “주말에 뭐 했어?” 하고 먼저 말했습니다.
대화를 다시 시작하다가 도서관 얘기를 꺼냈습니다.
휘 님이 본인은 책 읽기가 싫어 도서관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같이 일정 회의할 때는 동의했던 도서관을 가고 싶지 않다고 하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도서관은 가야 하니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전자 기기로 도서 앱을 내려받았습니다.
책 표지라도 보여주며 관심을 끌기로 했습니다.
휘 님이 책 제목을 읽어가며 표지 사진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저는 책 표지가 제일 맘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보라고 말했습니다.
휘 님이 ‘서울 속 세계 맛집’ 책을 골랐습니다.
누끼 딴 음식들이 표지에 줄지어 있는 것이 맘에 들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도서관에 가서 무료로 찾아보자는 말도 휘 님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하다가 분식 얘기가 나왔습니다.
개화산 튀김명가가 모듬튀김이 6천 원으로 비싸서 못 먹겠다고 휘 님이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 점심 먹고 황제 떡볶이 먹으러 갈래요? 대신 도서관까지 갔다 와야 하는 조건이에요.” 제가 제안했습니다.
휘 님이 황제떡볶이는 모듬튀김이 4천 원이니까 개화산보다 싸네 하며 도서관까지 갔다 오는 조건에 동의했습니다.
점심 먹고 저희는 황제떡볶이로 출발했습니다.
낮잠까지 미룬 휘 님에게 감사했습니다.
길 찾기는 휘 님이, 휠체어 운전은 제가 했습니다.
거꾸로 가기도 하며 황제 떡볶이집에 도착했습니다.
떡볶이 순대 모듬튀김 1인분씩 주문하고 매장에서 먹기에는 턱이 높아,
포장해서 놀이터 벤치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나가서 먹는다고 하니 사장님이 젓가락과 물티슈 휴지를 충분히 챙겨주셨습니다.
함께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젓가락만 들어있는 봉지를 보며 휘 님이 본인은 젓가락질을 못 한다고 했습니다.
마침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에 가던 길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회용 숟가락을 가져가도 되냐고 묻고 숟가락도 챙겼습니다.
먹을 준비를 다 하고 벤치로 가니 탁자와 휠체어 사이의 거리가 멀었습니다.
음식을 담을 플라스틱 그릇을 아쉬운 대로 앞접시로 써서 떡볶이 순대 모듬튀김을 골고루 담아 드렸습니다.
휘 님은 떡볶이 국물에 다 섞어 먹는 취향이라 그릇에 한꺼번에 담아 들고 먹는게 마치 짜장면 먹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본격적인 도서관 나들이
음식을 다 먹고 정리까지 한 후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도서관에 갔더니 찾던 책이 없었습니다.
사서 선생님께 가서 맛집 책 추천을 부탁드렸습니다.
휘 님은 먼저 앉아 만화책부터 보고 있었는데 졸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제가 무리하게 한 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다행히 휘 님이 괜찮다고 했고 추천받은 맛집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책 내용으로 사진이 크게 많이 실려있어 휘 님도 관심 있게 봤습니다.
평소 휘 님은 본인이 끼니로 먹는 음식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개인 인스타를 운영하며 사진을 게시합니다.
매일같이 음식사진을 둘레 사람들에게 메신저로 전송하기도 합니다.
사진에 관심 많은 휘 님은 인물을 초점 맞춰 찍는 법도 배웠다고 합니다.
도서관에 가서 얻은 정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 읽은 책 목차는 아침, 점심, 간식, 저녁으로 나눠 시간대별 식사를 추천하는 새로운 방식이어서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둘, 책 만들 때 글씨 크기에 신경 써야겠습니다.
휘 님은 평소에도 글씨를 읽을 때 얼굴을 가까이하고 한 글자씩 읽습니다.
이 책에 대제목 글씨 크기면 잘 보인다고 했지만 아래 소제목 크기 정도는 안경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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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는 휘 님 모습 | '화지아 식당'정도 글씨 크기면 잘 보이지만 아래 진한 글씨 크기 정도는 안경 쓰고 봐야 함 |
우리만의 비밀
2시간의 외출을 마치고 햇볕교실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휘 님은
“누가 어디 갔다 왔냐고 물어보면 도서관에 갔다 왔다고 해야지. 떡볶이 먹은 건 비밀.”
이 말을 계속 연습했습니다.
제가 "우리끼리 떡볶이 먹은 건 비밀로 해요,
입 싹 닦고 가요"라고 해서 그런가 봅니다.
이 비밀이 휘 님 마음에 들어 보였습니다.
서로만 아는 비밀을 간직하며 금일 일과를 마쳤습니다.
첫댓글 항상 휘님의 눈높이로 함께 바라보려 노력하는 하연 선생님 응원합니다!
휘님과의 비밀을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비밀로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