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카추 점심 회의
오늘은 여행 하루 전날입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여행지뿐입니다.
날씨를 고려해서 남산타워와 민속촌 두 가지 경우 모두 계획해야 합니다.
오늘은 팀을 나누어 짧은 점심시간을 최대 활용해야겠습니다.
저는 길잡이팀을, 희영 실습생은 식사팀을 맡고 빨리 끝나는 팀이 예산팀까지 맡기로 했습니다.
길잡이 팀은 내일 여행에서 실제로 길잡이가 되어야 하니
여행에 함께할 수 있는 해원이, 예원이가 함께 하기로 합니다.
"자 우리 민속촌이랑 남산타워에 가고 또 돌아오는 길 모두 찾아봐야 해.
같이 찾는 게 빠를까, 한 명씩 여행지를 맡는 게 빠를까?"
"한 명씩 맡아서 해요!"
길을 찾아본 아이들이 다양한 경로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길잡이팀이 가고 싶은 방식으로 가면 돼!
조금 더 걷고 일찍 도착하는 게 좋겠어, 아니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조금 덜 걷는 게 좋겠어?"
해원이는 조금 걷는 길, 예원이는 일찍 도착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경로를 정리하는 동안에 저는 아이들의 방학 일정을 살폈습니다.
예원이는 방학이 되면 특별한 일정 없이 여유롭다고 합니다.
해원이는 목요일을 제외하고 모든 날에 학원이 있습니다.
수학학원, 논술학원, 과학학원 학원을 안 다니는 과목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방학에도 학원을 이렇게 많이 가?"
"해원이가 똑똑해요. 공부를 잘하거든요."
해원이의 빠듯한 일정을 보고 나니
방학 후에 해원이를 회의에 부르기에 조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얼마 없는 해원이의 소중한 휴식시간을 빼앗는 모양새가 될까 걱정이 듭니다.
그만큼 필카추 학생들에게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안겨주고 싶습니다.
힘내서 학원에 갈 수 있게, 여행준비가 일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재미있는 회의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해원이와 예원이에게 물어보니 학교에서는 각자 핸드폰을 하느라 함께 어울려 놀지 않는다고 합니다.
방학 기간에 여행회의를 위해 모인다면
다양한 게임을 통해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길 찾기를 어느 정도 끝낸 해원이와 예원이에게 예산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보았습니다.
"우리 예산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해.
선생님이 알기로는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에 입장료가 있다고 하는데, 맞아?”
"네 어린이는 2,000원 청소년은 3,000원이에요"
예원이가 빠르게 인터넷 검색을 하는 동안, 해원이는 입장료를 쭉 옮겨 적습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역할을 나눠 척척 진행하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선생님 아직 생일이 안 지난 친구들은 어린이 요금을 낼 수 있어서 천원을 아낄 수 있어요."
"우와 그런 것까지 생각했어? 엄청 세심한데?"
해원이는 이미 생일이 지나서 청소년 요금을 내야 하지만
예원이는 생일이 8월이라 어린이 입장료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여행은 아이들이 부모님께 직접 용돈을 받아와 떠났습니다.
이번 여행은 학교와 복지관 예산으로 갈 예정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와 복지관에게서 지원받을 수 있음을 직접 떠올릴 수 있게 잘 유도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필요한 게 식사비용이랑 교통비 또 간식비
그리고 민속박물관에 가게 되면 입장료도 내야 해.
그럼,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겠다~ 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아, 다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우리 일일 카페 할 때 컵홀더랑 빨대를 음료 선생님께 지원받았던 것 기억나?
그때처럼 여행 비용 일부를 지원받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아~ 학교요"
"맞아~ 그리고?"
"복지관에서도 받아도 돼요?"
"그래 한번 부탁드려 볼까?"
식사비와 입장비, 간식비를 나누어 학교와 복지관에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짧고도 긴 점심시간이 끝났습니다.
아이들을 보내며 인사했습니다.
"애들아 안녕~ 오늘 와줘서 고마워!"
규빈이가 머리 위로 큰 하트를 만들어 보입니다.
제가 더 큰 하트를 날려 보냈습니다.
회의가 거듭될수록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방법에 관해 감을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특히 소수로 나누어 진행하니 답변이 더 잘 나옵니다.
다수로 하는 회의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나오기 위해서는
학생들끼리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필카추 방과후 회의
학교가 끝날 시간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오지 않습니다.
방과 후에도 잠시라도 괜찮으니 들려달라고 했지만, 조금 더 확실한 약속이 필요했습니다.
여행일정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하고있던 와중 다행히 예원이가 와주었습니다.
"예원아! 와줬구나!"
예원이가 유미에게 직접 연락해 보았지만, 유미는 이미 집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예원아 좋게 생각하면, 예원이가 이 여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거야!
오늘 예원이 마음대로 정해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어~”
해웅 선생님 말씀에 희영 실습생과 제가 열심히 맞장구쳤습니다.
예원이가 멋쩍게 웃으며 자리에 엉거주춤 앉습니다.
예원이와 희영 실습생과 해웅 선생님 그리고 제가 앉은 작은 방에 어색한 공기가 감돕니다.
"예원아 혹시 불편하면 우리가 나가 있을게!" 해웅 선생님께서 물었습니다.
"여기 공기가 조금 힘드네요."
예원이가 아무래도 세 명의 선생님에게 둘러싸인 상황에 부담을 느끼는 합니다.
희영 실습생과 해웅 선생님께서 자리를 만들어주셔,
오늘 방과후 회의는 오붓하게 예원이와 저 둘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예원아 우리 점심때 만나서 길을 찾아놨잖아, 근데 식사팀에서 식사 장소를 확정 지었대.
내일 방학식 때 점심 먹고 끝나?"
"아니요. 안 먹고 끝나요."
"그럼 여행지에 도착하면 배고프겠다."
"네. 밥 먼저 먹어야 되겠어요."
"그래 그게 좋겠네, 그럼 우리 방화중학교에서 식당을 거쳐서 여행지로 가는 길이랑
여행지에서 방화중학교로 되돌아오는 길. 이렇게 두 가지를 찾아보자."
예원이는 점심시간에 정리하고 있었던 민속촌 가는 길을, 저는 남산타워로 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이제 식당과 이동방법이 모두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정해진 식당과 알아본 이동시간에 맞춰 전체적인 여행 일정을 정리해야 합니다.
"예원아 여행 일정 정리하는 동안 선생님이 뭐 질문해도 돼?"
"네"
"우리 사진 동아리잖아~ 첫 번째 여행에서는 나를 표현하는 사진을 찍었다고 들었어,
그리고 두 번째 여행에서는 나에게 의미 있는 사진을 찍었거든
그래서 이번에도 주제가 필요해. 예원이는 보통 어떤 사진을 찍어?”
"저는 풍경 사진을 주로 찍어요."
"풍경 좋지~ 그럼 인물사진은 잘 안 찍어?"
"친구들 사진도 찍어요"
"보통 그럴 때 친구의 어떤 모습을 담고 싶어?
우리가 여행 때 찍은 사진을 다 모아서 나중에 전시회도 할 거야. 알고 있어?"
"아니요? 전시회요? 어디서 해요?"
전시회 이야기에 예원이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습니다.
"전시회 장소도 예원이랑 친구들이 직접 정할 거야!
어떤 주제의 사진이 전시되었으면 좋겠는지 생각해봐"
"저는 친구의 자연스러운 순간을 담을래요."
"좋다! 자연스러운 순간! 친구가 가장 친구다울 때?"
"네! 친구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순간포착 할거에요."
예원이와 여행에 필요한 준비를 거의 마쳤습니다.
예산은 복지관과 학교의 도움을 받아 다녀온 후에 감사 인사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오늘 종일 여행 준비에 힘 써준 예원이에게 감사합니다.
“예원이 덕분에 여행을 갈 수 있겠어!! 수고 많았어! 예원아 내일 만나~”
해원이가 갑작스럽게 할머니 댁에 가게 되어 내일 여행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내일의 여행은 송연이, 시율이, 우인이, 예원이가 함께 갑니다.
송연이, 우인이, 시율이는 원래 친한 사이라 문제없지만,
예원이와 세친구 사이의 관계에는 아직 어색한 기류가 존재합니다.
중학교 1학년의 저였다면 나 빼고 친한 친구들과 함게하는 여행이 마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할 것 같습니다.
여행에 함께하기 위해선 예원이에게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행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준 예원이기에 함께하지 못한다면 아쉬움이 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함께 가지 않는대도 예원이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예원이의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예원이에게 길잡이에 필요한 자료를 보내 주며
내일 여행에서 해원이 대신 제가 예원이와 함께 길잡이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 혹시 해원이나 유미가 여행에 같이 못 가서 예원이가 걱정할까 봐~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고 또 내일 여행 가서 친구들이랑도 친해지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 내일 재미있게 놀아보자”
예원이가 29일 여행에는 유미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내일 만나자 합니다.
예원이와 만난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 시간 안에서 예원이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쾌하고 다정한 예원이는 항상 친구들을 웃겨주고,
옆사람이 든 무거운 짐을 나누어 들어주는 예쁜 마음씨를 가졌습니다.
송연이와 시율이 그리고 우인이 또한 섬세하고 다정한 면을 지닌 학생들입니다.
예원이가 지닌 장점을 세 친구들이 잘 보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제가 옆에서 잘 도와야겠습니다.
잘해보자, 우리
첫댓글 여행을 가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좋습니다.
준비하는 과정도 신나게 해보고 싶고, 아이들에게 과정 자체가 추억이 되었으며 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짧은 회의 시간임에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볼 수 있게 잘 도왔습니다.
아이들도 스스로 '내 여행'이다 라고 느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예원이의 불안함에 대해 걱정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계획한 여행을 떠난다는 기대감에 대해 이야기 나눠봐도 좋겠습니다.
걱정도 있었겠지만 분명 스스로 계획한 '첫 여행'을 떠난다는 기대감도 있었을 겁니다.
기대감에 대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나눌 때 함께 가는 친구들이 어색한 사이어도 더 친해집니다. 더 잘 놀 수 있습니다.
단기사회사업으로 함께 기획해서 떠나는 첫 여행,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