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해파랑길 걷기, 25코스(울진 기성항-사동항-오산항-망양정) 기행
보름만에 다시 찾은 기성(箕城) 해변은 쪽빛바다 맑은 햇살 눈부시던 이전과 달리, 질풍(疾風)과 노도(怒濤)가 기다리고
있었다. 소형 태풍 다나스(Danas)가 남해안에 상륙해 오전 중, 영남해안을 거쳐 동해로 쓸고 간다는 일기예보를 접하면
서도 태풍경로에서 한참 위쪽에 있는 곳이기에 예정대로 왔다. 그러나 소형이라도 태풍은 역시 태풍이었다. 폭풍속으로
달려온 셈이었다. 해파랑길 25코스(울진해안 제3구간) 가는 날, 지난 주말인 7월 20일 오전 11시30분 풍경이다. 눈에 익
은 기성 들녘은 한창 커가는 벼들이 이리저리 누웠다 섰다를 반복하고, 마을 앞 개천이 직접 흘러드는 사동항은 황토색
짙어 가고 있었다.
망양해변으로 간다. 유수한 동해 해변들 중에서도 아름답기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해변이다. 명사십리에, 현종산(縣鍾
山) 자락이 펼치는 수려한 해안선이 일품이다. 일찌기 옛 망양정(望洋亭)이 이곳에 있었고, 기성과 매화 경계의 깍아지
른 해안 언덕에 올라서면 기성곶과 오산곶 사이의 해안은 물론, 동해의 만경창파를 한눈에 굽어볼 수가 있다. 망양정 옛
터에 올랐다. 일찌기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이곳에 올라'십리 백사장 넘어 동해를 바라보니(十里沙平望大洋),
넓은 바다 높은 하늘 아득히 달빛 더 푸르다(海天療闊月蒼蒼))' 라고 노래한 곳이다. 세월 흘러 망양정은 왕피천 하구역
언덕으로 옮겨 갔지만, 오래도록 비어있던 옛 터(故址)엔 지금은 옛 모습의 정자를 다시 복원해 두었다. 누대에 서서 잠
시 동쪽을 살핀다. 먹구름 떼로 몰려와 시나브로 하늘이 어둡고, 풍랑(風浪)은 속도와 세기를 더해만 간다. 높은 파봉(波
峰) 길게 늘어뜨린 격랑(激浪)들이 연신 자지러지고, 질풍은 또 이따금씩 폭풍으로 변해 수목들을 요동치게 한다.
매화면(梅花面) 덕신과 오산해변을 지나간다. 옛 놀던 고향 바다다. 이곳은 초,중 학창시절 해수욕과 해양훈련을 하는 등
어릴적 추억이 켜켜이 배어 있는 곳, 갈매기 떼지어 백사장에 앉아 폭풍우를 피하다가 일제히 날아 올라 군무(群舞)로 맞
아 준다. 지나는 길가엔 향우들의 옛 집들도 가끔 눈에 띈다. 해안에 잇대어 이어지는 7번 국도는 이곳에서는 재 넘어 매
화로 가고, 오산과 수산교를 잇는 해안도로가 국도를 대신하는데, 마을마다 예 없던 버스 정류장이 생겨나고, 초산 · 무릉 ·
동정마을 을 알리는 눈에 익은 이름들은 반가워서 보고 또 다시 본다.
망양정(望洋亭)에 오른다. 낙동정맥(落東正脈)에서 갈래친 금장지맥(金藏枝脈)이 동해에 연하며 마지막으로 솟구친 해발
45m인 둔산(屯山)에 있다. 발치엔 왕피천 하구역이 넓은 기수역을 펼치고, 동쪽은 끝 없는 창해가 요요(遙遙)하다. 전면
3칸,측면 2칸의 날렵한 누대엔 명사들의 편액들이 걸려있다. 숙종대왕과 정조대왕의 어제시가, 김시습의 시가, 송강 정철
의 관동별곡(關東別曲)이 있다. 뿐만 아니다. 다락을 벗어나면 수 많은 명사(名士)들과 향사(鄕士)들이 이곳을 찾아 읊은
망양정가(望洋亭歌)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또 많다. 망양정은 관동팔경 명승지(名勝地)일 뿐만 아니라 이렇듯 고래
로부터 문사철(文史哲)을 아우르는 인문학(人文學)이 피고 또 피는 곳이다. 월송정에서 처럼, 이곳 망양정도 정철(鄭澈)
과 아계 이산해(李山海)의 이야기는 특별하다. 관찰사 정철은 관동별곡을, 영의정에서 파직해 귀양 온 이산해는 또 "아침
해 바다 구름 그림 한 폭 이루었고(海雲朝作畵), 산 위에 걸린 달은 등불되어 비춰주네(山月夏縣燈)" 라는 망양정 시를 남
겼다. 이들 둘은 당시 조정을 쥐락 펴락 하던 서인과 북인의 영수들, 동서붕당(東西朋黨)으로 지새우며 정작 임진왜란을
맞아선 백척간두에 빠진 나라를 구하지 못했다. "글을 잘 쓰면 한 몸을 적셔줄 따름(文章止於潤身)이나 정치를 잘하면 천
하 만물에 혜택(政事可以及物)을 준다 했는데, 그렇지 못한 화(禍)가 결국 임진왜란을 부른 것은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붕당정치는 망국으로 가는 길. 오늘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다.
- 관동팔경 울진 망양정

<비 오는 날 찾게 되어서 망양정 이미지는 자료사진으로 대체>

- 기성면 사동항

- 사동항 북항 해변

- 사동고개에서 망양 가는 길

- 울진 기성 망양리 해변과 망양해수욕장

-망양해수욕장 행정지원실 담당으로 파견 나온 고향 벗

- 현종산 망양정 옛터에 세운 정자

- 망양리 해변

- 망양해변 갈매기

- 망양해변

- 망양해변 쉼터의 울진대게 상

- 기성. 매화 경계의 매화면 망양정휴게소

- 덕신 해변과 오산항





- 북수천 하구역


- 오산항


- 오산2리, 초산

- 오산2리

- 오산3 리(무릉) 해변

- 무릉해변 갈매기 떼 비무

- 무릉마을

- 매화면과 근남면 경계의 오산3리 무릉곶(武陵串)

- 무릉곶에서 뒤돌아 본 무릉마을 해변

- 근맘면 진복리 해변



- 진복리 동정항



- 진복리 촛대바위

- 산포리 해변



- 산포리 망양정 언덕



- 울진 망양정

- 망양정 관동별곡 현판

- 왕피천 하구역

- 왕피천 하구역


첫댓글 비오는날 수고 많으셨어요.
저의 처가동네 무릉을 지나셨군요.
망양에는 처의 고종 사촌언니가 거주하고 계신곳 입니다.
이날 구간 거리가 23km나 되는 먼 거리에다
계속되는 폭풍우 속을 걸어야 해서 힘이 많이 들었지요.
무릉을 지나며 그렇찮아도 두 분 많이 생각했답니다.
길거리에 사람도 없어 물어보지도 못 했구요.
고맙습니다.
내 생애처음으로 대하는 폭풍속파도 황홀함 마음에 담고서
나그네 가슴에 추억으로 간직하렵니다.감사 합니다.
네,
뚜벅이 선배님 댓글 감사합니다.
너울성 폭풍우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함께한 해파랑길 트레킹 즐거웠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