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를 통한 감시와 통제의 기술이 사악한 수준에까지 이
르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중은 지배 엘리트의 전략적 프레임에 세
뇌되고, 마치 자발적인 양 복종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프롬이 비판했
던 내용과 상당히 닮아있는데, 기득권층의 욕망은 이를 넘어서서 더욱
치밀하고 공격적으로 법과 제도, 공권력을 주무르면서 자신들의 입맛
대로 세계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
다.
정보화 사회의 폐해로 부각된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2018년 페이
스북의 예)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언론과 대중매체의 자체
검열을 통한 통제와 감시체계다. 예를 들어 2020년 2월 페이스북 정책
인 “COVID-19 백신이 DNA를 변형시킨다고 주장하는 모든 콘텐츠
를 삭제할 것”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터넷 윤리’라는 명
분으로 유튜브 등 매체와 SNS 회사들은 특정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글
이나 계정을 삭제하고 심지어 폭파하는 등 강제적 수단에 맛들이고, 특
히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
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류언론이 오히려 특정 이익을 지키는 가짜뉴스와 역정보를 흘
리며 정보를 조작하고, 팩트를 알리려는 힘없는 개인이나 유튜버들을
음모론으로 몰면서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중에게 혼
란을 주고 판단력을 약화시켜 ‘권위에 대한 오류’를 유발하게 만든다.
프롬은 거대한 국민 대중을 조작하는 소련의 국가사회주의를 비판하고
거리를 두었지만, 세상은 지금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독재와 기술
관료주의가 은밀하고도 교묘하게 정치·경제·사회적 시스템 대변환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러한 일들이 가능한 조건을 키워온 게 사실
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핸드폰과 인터넷에 중독되다시피 서로 고립되어
소셜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는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라는 미명 아래 선과 악의 구분
이 모호해지고, 진실은 간데없이 입장에 따라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법
정에서조차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공의와 공정, 법치가 무너지
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 말씀처럼 인간의 지혜는 탐욕과 죄악으로 왜곡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가톨릭성경, 탈출기 23:1~2] 너희는 헛소문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
악인과 손잡고 거짓 증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너희는 다수를 따라
악을 저질러서는 안 되며, 재판할 때 다수를 따라 정의를 왜곡하는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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