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대청호 오백리길 기행, 14코스 장고개 구불길 걷기
대청호 오백리길은 대청호와 그 상류 옥천군 금강(錦江)의 강안을 따라 한 바퀴 돌아 걷는 길이다. 21개 코스, 220km에 이
르는 이 길은 대전광역시(대덕구와 동구)와 충북 옥천, 보은, 청원군에 걸쳐 있다. 이중 절반이 넘는 코스가 옥천군에 걸쳐
있고, 14코스는 옥천군의 마지막 구간이 된다. 지난 주말 옥천군 북쪽 안내면 현리를 찾아 14코스 장고개 구불길을 걷고 왔
다.
3월이 오자마자 벌써 한낮 기온이 영상 15℃를 오르내린다. 올해는 봄꽃들이 예년에 비해 일주일가량 앞서 필 거라는 기
상청 예보가 나오기 바쁘게 남녘엔 벌써 매화가 피어 화신을 전해온다. 내륙 산중의 옥천군에도 봄기운이 완연해 청매의
꽃눈들이 저마다 토실토실 부풀고 있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아침 9시 반, 옥천 안내면 현리의 신천교에서 14코스 걷기
에 올랐다. 안내면 용문산과 수복산 사이를 흐르는 월외천 변에 위치한 신촌 한울마을은 아담한 분지의 전형적인 농촌마
을이었다. 탑산이골로 들어가 용문산 북릉의 동쪽 산허리를 굽 도는 임도를 따라 오르고,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주
능선을 거슬러 올라 재 넘어 답양리 화골로 내려섰다. 포장된 임도가 놓인 화골은 이름과 달리 암벽이 가파른 까칠한 협
곡이었다. 화골 갈림길에서 다시 산 중턱 구불길 임도로 들어섰다. 막지봉 북쪽 줄기를 에돌아가는 이 길은 장고개로 가
는 길이다. 14코스 이름이 장고개 구불길이 된 이유다. 장고개를 찾았다. 막지봉 북쪽 표고 250m 산록에 있는 윗 장고개
다. 14코스를 걸으며 금강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남쪽으로 시선을 쫓으면 강 건너 참나무골산 북릉을 굽 돌아오는
금강이 백토산 북릉 자락 진걸나루를 향해 또다시 돌아 나간다. 안남면 둔주봉 기슭에서 장고개 남쪽 막지리까지의 오백
리길 트랙은 강변을 지나지 않는다. 해발 500여 m의 용문산과 막지산의 남쪽 산자락이 가파르고 거칠어서 마을 길이 없
기 때문이다.
용호리로 가는 아랫 장고개로 내려서며 담양리 양지 마을을 지나고, 양지교와 마주 선 삼거리 답양 3교를 찾았다 옥천
안내면에서 보은군 회남면 은운리로 흐르는 가산천에 있다. 502번 포장도로가 천변을 따라 곧게 내려서는데 가산사를
알리는 커다란 입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채운산 자락 산협에 있는 절은 보기와 달리 유서(由緖)가 깊은 절이었다.가산사
(佳山寺)는 1592년 임진왜란으로 국운이 위란(危亂)에 처하자 800여 스님들이 모여 승군(僧軍)이 되고, 조헌(趙憲. 154
4~1592) 선생의 1,600여 의병이 또 이곳을 찾아 함께해서 왜군이 함락했던 청주성을 되찾았다 전한다. 오늘날 금산의
700 의총(七百義塚)과 서화천 변 이지당(二止堂)의 뿌리가 바로 이곳 가산사에 있었다.
가산사 절골 아래 가산천 답양 2교를 지나고, 다시 답양 1교를 찾았다. 옥천군과 보은군이 접하는 곳, 대청호 오백리길
의 옥천 구간 마지막 날머리다. 여기까지 이 길을 걸어 오는 동안 대전 대덕과 동구에 이어, 금강이 북수(北水)로 흐르
는 옥천군 곳곳을 찾고 또 찾았다. 환산. 성골산. 백토산. 마성산. 옥봉산. 탑산을 오르고, 그사이 서화천의 부소담악과
이지당을, 청풍정과 옥천 구읍의 육영수 생가와 정지용 생가를, 그리고 옥천 선사공원까지 차례로 돌아보았다. 다리
난간에 서서 잠시 뒤돌아 서니, 지나왔던 옥천의 명소들과 승경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간다. 잊을 수 없는 곳들,
대청호 오백리길을 걷는 순례자 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이라서 가슴 한 켠 뿌듯해짐이 새삼스러웠다. 다리 건너에서는
옥천군이 그랬던 것처럼, 충북 보은군이 또 '여기서부터는 회남면입니다'라는 입간판을 세우고 찾는 이를 반기었다.
촬영, 2023, 03, 04.
▼ 옥천군 안내면 현리, 신촌교 14코스 들머리 - 1
▼ 14코스, 장고개 구불길 <신촌교 ↔ 담양1교>
▼ 옥천군 안내면 현리, 신촌교 14코스 들머리 - 2
▼ 현리 신촌 한울마을 동구 - 1
▼ 현리 신촌 한울마을 동구 - 2
▼ 신촌 한울마을 다목적 체험관
▼ 신촌 마을 정류장
▼ 탑산이 가는 길
▼ 탑산이 마을 - 1
▼ 탑산이 마을 - 2
▼ 용문산 북릉 답양리 임도 - 1
▼ 용문산 북릉 답양리 임도 - 2
▼ 용문산 북릉 답양리 임도 - 3
▼ 용문산 북릉 능선길 - 1
▼ 용문산 북릉 능선길 - 2
▼ 노루발풀
▼ 용문산 북릉 능선길 - 3
▼ 용문산 북릉 능선길 - 4
▼ ▼ 용문산 북릉 능선길 - 5 / 올라온 신촌 마을 조망
▼ ▼ 용문산 북릉 능선길 - 6 / 멧돼지들의 흙목욕장
▼ 용문산 북릉 능선길 - 7 / 묘지 능선
▼ 답양리 화골 임도 입구 - 1
▼ 답양리 화골 임도 - 2
▼ 답양리 화골 임도 갈림길
▼ 산새 집
▼ 답양리 화골, 수도원
▼ 지나온 화골
▼ 장고개 막지리 갈림길
▼ 장고개에서 본 막지리(좌)와 군북면 석호리 사이의 금강
▼ 장고개 용호리 갈림길의 필자
▼답양리 안세모골
▼ 냉이 캐는 사람과 한봉 벌통
▼ 안세모골 앞에서 본 장고개
▼ 답양리 양지 마을 - 1
▼ 답양리 양지 마을 - 2 / 성황당
▼ 답양 3교, 삼거리 - 1
▼ 답양 3교, 삼거리 - 2
▼ 채운산 가산사 (佳山寺. 안내면 답양리 ) 입구
▼호국도장(護國道場) 가산사의 승병 유래
▼ 채운산 가산사
▼ 중봉(重峰) 조헌 (趙憲. 1544~1592)과 옥천 이지당
▼ 옥천 이지당(沃川 二止堂) / 옥천군 군북면 이백리, 서화천 변
▼ 가산천(佳山川) 답양 2교
▼ 답양 1교 / 옥천군 안내면과 보은군 회남면 경계의 가산천 다리
▼ 보은군 회남면 은운리 버스 종점 - 1
▼ 보은군 회남면 은운리 버스 종점 - 2
▼보은군 회남면 은운리 마을 회관
첫댓글 잘 알려지지 않은 산봉과 골짜기의 이름관련
해박한 지식에 새삼 감탄을 하게 됩니다.
낙엽이 깔린 산길에서 찾아낸 노루발풀,
나무등걸에 칠해진 하얀색 진흙이 멧돼지들의
흙목욕장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코스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