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내 몸속의 액체들
신체의 70%는 물… 콧물도 하루 1L 흐르며 병균 막아줘요
입력 : 2022.11.08 03:30 조선일보
내 몸속의 액체들
▲ /그래픽=진봉기
최근 코로나와 함께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확산하고 있대요. 호흡기 질환의 대표 증상 중 하나는 콧물인데요. 사람의 몸은 70% 가까이 물로 이뤄져 있고, 이 물들은 한시도 고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해요. 때로는 콧물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소화샘에서 퐁퐁 솟아나오는 소화액이 되기도 하죠. 이처럼 몸에서 나오는 모든 액체를 체액이라고 하는데요. 감기에 걸리면 왜 콧물이 나는 거고, 체액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눈물·콧물·땀, 줄줄 흘러나오는 액체
코 안쪽 점막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뿐 아니라 온종일 콧물이 1리터(L) 정도 분비돼요. 콧속의 습기를 조절하기 위해서지요. 콧물은 95% 정도의 물과 5% 정도의 아미노산·탄수화물·효소들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 중 항균 작용을 하는 '라이소자임'(lysozyme)이라는 효소가 폐로 들어가는 공기 속의 먼지나 병원균을 일차적으로 제거하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바이러스 등의 병원균이 콧속 점막에 침입하면 그 부분의 조직이 병원균을 죽이려고 혈액 속의 백혈구와 라이소자임·수분 등이 포함된 콧물을 더 많이 내보내요. 이것이 콧물이 되어 밖으로 흐르게 되는 거예요. 또 이렇게 코안이 끈끈한 점액으로 덮여 있으면 병원균이 여기에 달라붙어 몸 안으로 쉽게 침입할 수 없고요. 감기에 걸렸을 때 콧물이 특히 많이 흐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랍니다.
눈물도 눈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해 온종일 조금씩 흘러나와요. 그래서 우리가 불편 없이 눈을 깜박일 수 있고, 눈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씻어낼 수도 있는 거예요. 눈물은 눈물샘·결막·지방샘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합쳐진 거예요. 눈물샘에서는 물과 염분이, 결막에서는 점액이 나오는데요. 점액은 단백질이 포함된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액체여서 안구 표면에 눈물이 골고루 퍼지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눈꺼풀에 있는 지방샘에서는 지방이 흘러나와 눈물이 마르는 것을 막아주지요.
날씨가 덥거나 운동을 한 후 땀이 흐르는 이유도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땀의 가장 큰 임무는 체온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거예요. 체온이 올라가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샘에서 땀을 배출하는데, 땀이 증발하면서 피부의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이에요. 또 땀을 통해 몸속 노폐물을 내보내는 역할도 하지요. 피부 밑에는 약 200만~400만개의 땀샘이 있어요. 땀샘 하나하나의 크기는 매우 작지만 모든 땀샘을 모은 무게는 100g 정도 된다고 해요.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에 땀샘이 많이 분포돼 있지요. 땀은 약 99%가 물로 이뤄졌지만 염분과 구리·아연·철분 등이 약간 있어서 짠맛이 난답니다.
침·위액·장액, 퐁퐁 솟아나는 액체
우리 몸속에서는 여러 액체가 작용해요. 그중 하나가 침이에요. 침 역시 99% 정도가 물로 이뤄져 있는데, 뺨·입술·혀 등에 흩어져 있는 세 쌍의 주요 침샘과 다수의 작은 샘이 매일 1~2L가량의 침을 분비해요. 침은 음식이 소화될 때 첫 번째로 나오는 소화액이에요. 침 속의 '아밀라아제'(amylase)라고 하는 효소가 음식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지요. 주로 탄수화물을 소화해요.
침의 또 다른 역할은 입안의 세균과 싸우는 일이에요. 침에는 항균성 물질이 있거든요. 세균뿐 아니라 입안의 음식 찌꺼기, 죽은 세포 등을 제거해 치아 붕괴를 지연시키기도 하지요. 침이 약간 끈적끈적한 것은 뮤신(mucin)이라는 점액이 섞여 있기 때문이에요. 뮤신이 수분과 함께 입안의 점막을 덮고 있어 입안이 마르지 않는 거지요.
음식은 식도를 통해 위로 이동해요. 그러면 위벽에서 위액이 분비되는데, 위액은 주로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해요. 위액 속의 소화효소 펩신(pepsin)이 고기 속의 단백질을 죽처럼 흐물흐물하게 분해하지요. 또 위액에는 위산(염산)이 섞여 있어 세균을 죽이기도 해요. 단, 위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위벽이 헐기도 한답니다.
위에서 4시간쯤 머문 음식물은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작은창자)에 이르게 돼요. 소장에서는 온갖 종류의 소화액 혼합물인 장액이 쏟아져 나와요. 먼저 소장으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인 십이지장에서 쓸개(담낭)즙이 분비되고, 십이지장 부근의 이자(췌장)에서는 이자액이 나와요. 쓸개즙은 위액에 의해 산성으로 변한 음식을 중화시켜요. 이자액은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모두 분해하고요. 소장벽에서도 3대 영양소를 분해하는 여러 장액이 분비되는데요. 소장액에는 에렙신·말타아제·인베르타아제 등의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소장까지 내려온 음식 가운데 아직 분해되지 못한 것을 마저 분해시켜 준답니다.
혈액·림프액, 빙글빙글 도는 액체
우리는 매일 1~2L의 물을 마셔 수분을 보충해야 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혈액의 흐름이 원활해지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혈액이 끈적이지 않고 잘 흘러야 정상적인 혈압 수치를 유지하고, 각 신체기관과 조직으로 영양 성분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어요. 혈액은 크게 혈장(55%)과 혈구(45%)로 구성돼 있는데요. 혈장은 액체 성분이고, 혈구는 세포 성분이에요. 혈장의 약 92%가 물로 이뤄져 있지요. 혈액은 동맥·정맥 같은 굵은 혈관, 그리고 모세혈관을 통해 몸 전체에 운반돼요. 모세혈관은 그물 모양의 가는 혈관으로 온몸에 퍼져 있어요. 혈액의 주요 역할은 물질 수송이에요. 폐에서 산소를, 위나 장 등의 소화관에서 영양분을 가져다 몸의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공급하지요. 이산화탄소나 영양분 찌꺼기는 신장으로 옮기기도 한답니다.
우리 몸에는 모세혈관만 퍼져 있는 것이 아니에요. 림프관도 온몸에 퍼져 있지요. 92% 정도가 물인 혈장은 모세혈관과 림프관을 오갈 수 있는데, 특히 림프관으로 다니는 혈장을 림프액이라고 불러요. 이 액체는 몸을 순환하면서 소장으로부터 지방을 혈액으로 운반해요. 이때 섞여 들어오는 병원균을 림프액 속의 림프구와 대식세포가 공격해 몸을 보호해주지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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