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 사자가 있다> 윤아해 / 뜨인돌어린이
문 밖에 사자가 있다.
그 문을 열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나를 한 입에 삼켜버릴 듯이 포효하는 무시무시한 맹수 한마리가 있다.
아 어떡하지? .. 안전하게 나를 지켜줄 방 깊은 곳으로 조금 더 숨어들 수 밖에…
<문밖에 사자가 있다> 라는 이 책에서는 “노랑”이와 “파랑”이, 친구가 등장한다. 노랑이도 파랑이도 문 밖의 사자가 무섭지만, 그 두려움을 마주하는 모습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인형을 꼭 끌어안고, 양 귀를 닫은 채 웅크리고 있는 노랑이와 다르게, 파랑이는 사자의 특징에 대해 연구하고 운동도 하며 자신만의 힘을 키워간다. 담대한 파랑이의 모습이 너무 멋지지만, 한껏 움츠러든 노랑이의 모습이 마치 나 같기도 해서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파랑이는 저 문을 나가지 않는다면 세상이 어떠한 곳인지 알 수 없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 배고픔에 문앞을 서성이는 사자의 모습을 캐치한 파랑이는 기지를 발휘해 문 밖으로, 세상 속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파랑이가 처음 마주한 세상은 광활하고 아름답지만, 넘고 또 넘어야 하는 산봉우리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 우리의 인생이다!
파랑이는 그 산속으로 - 세상속으로 의연하게 걸어 들어 간다.
노을이 지는 산등성이를 넘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한다. 높고 가파른 절벽도 씩씩하게 올라간다.
그러다 깊은 산 속에서 커다란 곰을 만난다. 산 넘어 산, 사자 넘어 곰, 첩첩산중인 가운데 이젠 꽁꽁 몸을 숨길 집조차 없다. 큰일이다! 내 눈앞에 이젠 곰이 있다!
파랑이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라며 호기어린 눈빛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파랑이의 모습에서 두려움에 당당하게 맞서고자 하는 용기와, 성공 경험이 가져다주는 자신감이 느껴져서 부러웠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 문 밖의 사자는 무엇일까?
나는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이었나 생각해보았다.
20년전 피 끓는 청춘, 그 대학 시절에- 첫눈에 반했던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보기 좋게 차인 일,
10년전 주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몇달동안 끙끙대며 일하다 항공권을 들이밀며 저 이제 떠납니다!! 라고 동남아 배낭여행을 갔던 일,
코로나 시기에 보육실습할 곳을 찾지 못해 강동구의 어린이집마다 전화를 돌리다 실패하고, 아이가 다닌 어린이집 원장님께 부탁드려 무사히 실습을 마친일~ 등이 머릿속에 스쳐간다.
그 시절 누군가는 나에게 용기있다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사실 나는 내 감정에 충실했고 절실했던 것 같다. 누군가와 비교했을 때 비록 작은 용기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성장해왔다고, 단단해져 왔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노랑이와 파랑이가 같이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팔순의 삶을 살아가는 이 순간에도 문밖의 사자가 아닌 내 안의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는 일들이 많다. 육아로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인지 잊고 살면서 다시 용기내어 일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 그 고민의 시간 속에서 지치거나 좌절하지 않기를.. 두려움으로 수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내 안의 노랑이에게 곧 문밖의 사자를 마주할 힘이 생길 것이라고 응원해주고 싶다. 그래서 파랑이처럼 용기내어 도전하고 그 속에서 만나는 문제들도 담대하고 지혜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