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지의 비극과 사유화의 비극 —
◆ 과거 몽골인 들은 가축 수에 의해 부유함을 인정받았는데, 최근에는 일부 몇 사람에게 그 부가 집중돼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캐시미어 원재료를 공급하는 염소는 유목민들이 선호하는 가축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로 평가받고 있는 캐시미어를 증산하려고 점차 그 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목동들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더 많이 사용하기 위해서도 염소의 확보를 가속화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 가축은 영하 40도로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별도의 울타리 없는 노천에서 한겨울을 보내도록 방목되고 있다. 눈 덮인 들판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가 조금이라도 마른 풀을 만나면 그것만 뜯고 마는 가축들에 비해 염소는 뿌리까지 캐 잘라먹는다. 염소들에 의해 사막화는 더 빠르게 진행하고 있고, 황사는 더 자주 우리나라에 몰려오게 된다.염소를 비롯한 가축은 급증하는 추세다. 무한히 넓은 평원엔 5월부터 9월까지 키 작은 잡초가 자라고, 이들을 주식으로 하는 가축들을 위해 유목민은 일정기간 지나면 다른 초지로 옮겨 방목하고 있다. 방목자리로 인해 유목민 간 다툼도 잦아지고 있다. 소위 '공유지 비극'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유목민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소지를 안고 있다. 자신의 가축을 더 늘리려는 욕심이 맞부딪치면 결국 우려하는 '공유지 비극'에는 대안이 없다.
◆ 미국 생물학과 교수인 개럿 하딘이 만든 '공유지 비극'은 1968년 12월 13일자 사이언스지에 실렸던 논문의 제목이기도 하다. 경제학을 포함한 많은 분야의 논문과 저서에서 즐겨 인용할 만큼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죄의식 없는 개인의 행동이 환경에 피해를 입힐 수 있고, 공동소유에 대한 철저한 의식이 없는 사회는 종국에는 황폐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논리적 사례이다. 지하자원, 초원, 공기, 호수에 있는 고기와 같이 공동체가 사용해야 할 자원은 사적이익을 주장하는 시장 기능에 맡겨 두면 이를 당 세대에서 남용해 자원이 고갈될 위험을 내포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원에 대해서는 국가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는 '공유지 비극을 넘어서'라는 반박을 통해 '공유지 비극'을 극복하는 조건은 적극적인 국가 개입에 의한 획일적 정책이나 규제보다는 자율적 지역공동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자율적인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몽골은 이 두가지에 대해 모두 적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의 규제도 그렇고 자율적인 조정도 그렇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된 지 13년여 밖에 안 되는 혼돈 가운데에 있는 몽골에서 중앙정부의 강력한 정책을 수용한다거나 자신의 물욕 확장을 위한 상호 협조 분위기는 앞으로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이런 현상은 더욱 짙게 나타나고 있다.
자원 고갈로 공공재 공급은 중단된다는 이론이다. 개방된 초원에서 가축을 방목하는 사람은 사료비가 공짜니 더 많은 가축을 기르려 한다. 다른 이들도 이렇게 하면 초원은 황폐해져 누구도 가축을 기를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공유지의 비극'의 예는 많다. 공원의 과일은 익기 전에 다 없어진다. 휴가철에는 다수의 사람이 바닷가로 가 더위를 잊고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만끽한다. 하지만 이들이 바닷가에 버린 음식물 찌꺼기나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한다.대중목욕탕에서 물이 넘치는데도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목욕하는 행동이나 공중화장실 휴지가 가정의 휴지보다 훨씬 빨리 소모되는 것도 이와 같은 사례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공중전화를 사용하던 시절 공중전화 부스의 유리는 깨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공동 수도의 꼭지는 거의가 망가져 있다. 그 외 지하수를 너도나도 파다 보면 지하수가 고갈되어 전부 피해를 본다. `공유지의 비극'이 생기는 이유는 관리의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리를 민간이나 국가 혹은 지역 자치공동체가 맡는다.
◆ 하딘의 유명한 논문 ‘공유지의 비극’이 발표된 이래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한 대책에 관해 많은 연구가 있었다. 이 글에서는 공유지의 비극의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고 여러 대책 중에서 시장과 재산권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사유화 대책이 중요하게 등장한 배경을 검토한다. 그리고 사유화는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 불로소득을 낳고 재산권 간의 충돌을 일으켜 새로운 비극을 야기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인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등장하고 있는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사례로 하여 사유화의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이고 그 대책을 제시한다.
◆ 이런 작업 끝에 내린 결론은, 공유지의 비극이든 사유화의 비극이든 결국 이해타산을 따지는 합리적인 개인이 전체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기는 비극이며 이를 방치하는 한 어떤 대책도 다시 비극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3학번 도시행정학과 이 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