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대회 대상수상 경력이 있는 한국춘란 주금소심 '등대' © 일송 김성진 | |
10여 년 전 지방에서 개최되었던 전국대회에서 있었던 일로 잠시 난계를 혼란에 빠뜨린 일화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전시회 전날 매스컴에서 20억짜리 난이 출품된다는 기사 때문에 난계가 발각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필자도 그때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였기에 출품작을 대충 둘러보았는데 전무후무한 그런 고가의 蘭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그 당시 한국춘란의 가격은 일본자금의 유입과 일부 투기세력(?)이 난계에 들어와 난 값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기는 하였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것이라 추측은 하였다.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들어보니 난출품자와 기자의 인터뷰과정에서 생긴 착오였음이 판명되었다.
전문상인들은 실제 그 蘭의 시세는 기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어이없는 돌발 상황으로 '난은 엄청난 고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심어 난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하였다.
매스컴 영향 때문인지 난실을 방문하는 분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억대의 난이 실제로 있으며 거래가 되는가", "난 가격이 왜 그리 비싸나요", "여유 돈이 조금 있는데 난에 투자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등 대체로 가격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 난은 풀에 불과한데 고가에 거래가 된다니 신기하고 궁금한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극소수에에 불과하지만 예(藝)가 뛰어나고 희소성이 있는 난 중에서 지금도 '億'대를 호가하는 난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격은 촉당 가격이 아니라 3~5촉 정도 되는 한 화분을 말한다.
고가의 난은 대체적으로 종자 값으로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난은 애란인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가 주종을 이룬다. 과거에 고가로 거래가 되고 전국대회에서 큰상을 받았더라도 번식이 많이 되어 희소성이 떨어지면 서서히 가격이 하락한다. 일반 애란인들도 저렴하게 구입하여 즐길 수 있으니 너무 조급하게 안달을 할 필요가 없다.
25년쯤 현직에 있을 때 식용 닭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S사에 실태조사를 나간 적이 있다. K사장께서 닭 한 마리를 가리키면서 "저 닭을 외국에서 종자로 들여왔는데 얼마에 들여온 지 맞춰보세요.". "글쎄요. 10만 원 정도." 닭 한마리 300~500원 정도 할 때다. 양껏 불렀다고 생각하였는데, 5천만원에 들여왔다면서 수입면장까지 보여준다. "닭 한마리에 5천만원이리니" 기절초풍할 일이라고 혼자서 중얼거린 적이 있다. K사장의 설명에 의하면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고기부분이 국산 닭의 2배 정도 된다고 한다. 종자의 보존과 중요성을 깊이 느끼는 날이었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삶과 가치관이 혼재해 있는 시대다. 난을 애배하는 애란인도 목적에 따라 가치관과 목표가 다르다. 난꽃의 아름다움을 좋아해서 키우는 사람, 전시회에 난을 출품하여 큰 상을 받아 이름을 알리고 싶은 사람, 재테크의 일환으로 키우는 사람. 난우 간의 교우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등등
애란인이나 상인 모두 난을 좋아하기 때문에 난을 애배하고 난을 매개체로 장사를 한다. 난을 재배하면서 돈도 생기고, 명예도 따르고, 난심도 터득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돈은 생존수단일 뿐 아니라 성공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돈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대부분 관심이 많다. 그런데 돈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다 보면 돈이 달아나고 여러 가지 무리수가 따른다.
난 역시 돈으로만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고 오산일 수가 있다. 재테크 측면에서 난은 주식, 부동산과 달리 단기승부를 걸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난은 초보자가 쉽게 재배할 수 있고, 단기간 2~3배로 증식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모든 난이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환가성이 원활한 것도 아니다. 훌륭한 스승이나 선배를 만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고 기다리면 예상외로 돈도 되고, 명성도 높아지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난을 키우는 것은 '기다림의 美學' 이다. 입문자나 초보자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하고 대중품에서 중급품, 고급품의 순서를 밟아야 시행착오가 적다. 대부분의 애란인들은 난초입문동기가 중국춘란의 향기 혹은 한국춘란 산채를 다니면서 난에 입문하였다. 한때 한국난계에 한국인의 고질병인 빨리 빨리 병이 전염되어 우려되는 바가 많았다. 몇몇 상인들의 달콤한 권유에 혹하여 입문하자마자 인기 있는 고가품이 돈이 된다는 말에 현혹되어 무리해서 고가의 난을 구입하여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병든 난을 구입하였거나', '구입 후 가격이 폭락하여' 후회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은 순수한 애란정신으로 난을 재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국난계가 지금처럼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20~30년 전부터 1~2세대 애란인들의 숱한 시행착오와 각고의 노력 때문이다. 몇몇 비양심적인 사람들 때문에 한국난계가 뒷걸음질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품종과 여러 가격대의 난초들이 거래가 되어야 애란인과 상인들도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발전이 있다. 난을 제대로 배우고 정성과 시간, 지혜로움, 기다림을 투자하면 돈도 되고, 명예도 얻을 수 있으며, 군자는 될 수 없다 하더라도 군자 가까이 갈 수 있는 인품을 쌓아갈 수가 있다.
蘭은 중용의 덕이 있고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성품을 지녔다고 하는데, 억대의 蘭보다 앞마당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나 심어 도연명의 '안빈낙도'나 본받는 꿈이나 꾸어볼까.
● 현재 가격이 억대를 유지하거나 과거에 억대를 유지한 명품 한국춘란
▲ 한국춘란 원판성 황화소심 '보름달' © 일송 김성진 | |
전국대회 대상수상 경력이 여러번 있으며 촉당 20.000천~40.000천 정도하며
촉수와 상태, 작품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작품이 된 분은 1억 정도 호가한다.
▲ 한국춘란 복색중투소심 '천운소' © 일송 김성진 | |
공개된 지 얼마되지 않아 촉수가 많지않은 희귀종이다.
3~4촉 기준 상작인 경우 한 분에 수억대로 추정된다.
▲ 한국춘란 두화소심 '일월화' © 일송 김성진 | |
전국대회 대상수상 경력이 여러번 있으며 5년 전만 하더라도 상작 3~4촉 한 분에 억대를 호가하였으나
지금은 번식이 많이 되어 가격이 많이 하락하였다. 한 분에 10.000천원 대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일송 김성진>
● 전 (주)경남은행 부행장
● 전 (사)한국춘란중앙회 초대부회장과 (사)한국난문화협회 초대 부이사장
● 전 한국난등록협회 등록위원
● 전 대구난연합회, 포항난연합회, 경남난연합회, 경남난문화협회, 부산난대전, 대구난대전, 제주난문협 심사위원장
● 2007 대한민국난명품대제전 심사위원장
● 2007~2008 제2~3회 국제동양란명품대회 심사위원장
● 2008~2013 대한민국난명품대제전 자문위원
● 제1회 영남풍란전시회 대회장
● 2009 제4회 국제동양란명품대회 울산대회장
● 2006년 9월~2007년 12월 월간 난과생활 <김성진 칼럼> 연재와 월간 난세계, 한국춘란지, 대한민국난명품대제전 등
<김성진 칼럼> 특별기고
● 2012~2013년 일송 김성진 '蘭전시회와 제주풍광사진전' 개최
● 블로그 '수류화개실 일송정' http://blog.daum.net/ilsongkim
● 현재 제주蘭갤러리/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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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좋네요.. 잘감상했습니다.
귀품입니다.
굿.. 즐감합니다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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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자료 즐감하고 갑니다.
횐님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번 운영위원회에서 큰자리좀 맡아 수고 좀 부탁합니다.
좋은자료 또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