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씀)
"서툰 것에 마음이 가
순수하잖아"
이 글귀가 가슴에 훅 들어왔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되지도 않을
완벽함을 위해
발버둥 치다 뜻대로 안되면
풀이 죽는다
턱없이 높은 고지의
이상향을 꿈꾸며
끝없이 높은 고지를 선망한다
누가 가르친 건가?
아니 나 스스로
잘 할수록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
잘 한다는 것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서툰 것도 괜찮다
신을 향한 마음도
배움 하나 없는 촌부가
손을 모아 찾고 있는 하느님이
이론으로 믿음이 좋다 부족하다
틀린 글자 투성이 부족한 글은
중심이 뭔지 집중하게 되고
강한 것 보다 약한 것에
더 마음이 가는 심리가 있어
서툴다 해도 이해하고 싶어진다
땅콩에 기름 바른 듯
번지르르한 글은
흠을 찾게 되고
그럴싸 하게 속이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천상 유수의 능변보다
어눌한 눌변은
더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선으로만 그리는 소묘 화가
일부러 왼손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오른손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린 그림은 반듯하고
기계적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익숙치 않은 왼손은 들쑥날쑥
획일적이지 않아 개성있게 그려진다는 비결을 말해준다
지하철에서 네 살배기 사내 애가
지루한지 목적지가 아닌 곳에
그만 내리자고 한다
제 엄마 검은색 외투에 허연
우유 묻혀 얼룩지게 하면서
칭얼대며 조른다
아이 달래다 엄마가
"이게 뭐야 너 드라이 값 내."
"싫어! 엄마 미워!
우리 엄마 아니야!''
이렇듯 앞뒤 안 맞는 순수함에
우리는 마음을 열어
미소짓게 된다
자로 잰 듯이 반듯하면
긴장하게 되며 웃을 일이 적다
직장에서도 빈틈없고 잘나
남을 무시하는 독불 장군보다
부족해도 겸손하고 화합하는
사람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준다고 한다
티끌 하나 용납 못 하는
결벽증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편안함이 털털한 데는 있다
"잘해라..."
"잘해야지..!"
신앙처럼 '잘해야지' 를
최고의 가치로 숭배하며
얽매여 살고 있는 건 아닌지
#
완벽함과는 다른 느낌의
서툰 것에 마음이 간다
(지나친 겸손은 오만)
카페 게시글
2006년
서툼 예찬 (2006년)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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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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