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30 23:52
다른 사람의 손을 만지게 될때면 나는 저절로 온도를 감지하는 버릇이 있다
왜 그렇게 하는지 나도 모른채 그 사람의 손이 차가운가 따뜻한가 재어보고 느껴본다
손이 차면 마음이 따스하다는 말도 있고 그 와는 다르게 손이 차면 찬 성격이라는
말도 있어 아직도 그 속설에 진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특히 겨울로 접어들어 쌀쌀해지면 유난히 찬손이 더 차가워지는 친구가 있다
두꺼운 코트를 입어도 실내 난방이 잘 되어도 수족냉증으로 시린 손을 가지고 쩔쩔 맨다
따뜻한 편인 내 손으로 그녀의 손을 만져보면
뼛 속 깊이까지 차가운것 같이 온기라고는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두손을 꼭 잡아주며
내 온기가 그녀의 차디찬 손으로 넘어가 녹여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잡고 있을 그때 뿐 내 온기는 미미해
냉한 손을 덥혀주기엔 모자라 잡은 손을 놓으면 도로 차가워지고 만다
추운 날에 내 손이 몹시 시려우면 그 친구의 고충을 체험하는 것 같고
늘상 이렇게 차가우면 어찌 견딜까 생각해 보게된다
그런데 수족이 냉한것 처럼 마음이 차가운 사람도 있다
그것을 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각자의 체온도 높고 낮음이 다르듯이 마음도
열정과 냉정으로 저마다 정도가 다르게 소유하고 있는것 같다
그것은 타고 나기도 하고 살면서 환경에 의해 변하기도 하는것으로 보여진다
체온처럼 마음도 온도를 잴수 있다면 어떨까?
내 경우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겠지
살다보니 나보다 냉정한 사람이 이익인것 같고 부러워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차가운 절제를 닮고 싶었다
정을 주체를 못하는 질펀한 사람은
퍼주고 상처받고 더 손해보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부러라도 넘치는 정을 누르며 지낼거라 생각했다
그런 결심으로 굳어졌는지 언젠가 부터 무심하고 심드렁하고
예전에 비해 스스로도 달라진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
요사이 정이 많은 사람을 대하게 되면 불현듯
그 사람이 거울이 되어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그 친구처럼
나는 마음이 추운 삭막한 사람이 아닌가 돌아보게된다
자기것을 이해타산하지 않고 내어주며 살펴주고
남을 배려해주는 정이 많은 사람을 보면 내심으로
정 없이 구는 내가 도리도 모르는 열등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간사하게도 냉정하기로 마음 먹은적이 있으면서
따스한사람의 열정과 온기에 염치없어 미안하고 주눅이 들기까지 한다
무심해서 번번히 인사하는것 잊고 있는 나를 챙긴다고
늘상 정스러운 안부를 물어주는 지인이 있다
내가 먼저 전화를 하지 못하는데도 "뭐 하니?" 라며
매번 변함없이 그쪽에서 마음으로 안부를 물으며 정을 준다
그럴때마다 나는 훈훈한 포만감이 여운으로 남는것 같다
어느 집에 가면 돌아 갈때는 지퍼 팩에 꼭 뭐라도 싸서 들려준다
냉동실에 두었던 떡이든지 맛있게 담궈진 열무김치라든지
여러벌의 티셔츠를 입으라고 주기도 했다
그 사람의 정을 받아들고 오는 길이 고운 여운으로 남는다
어린애가 시집을 와서 살림사는것이 어설프기 짝이 없을 신혼시절
고향에서 시어머님이 담아서 이고 오신 깍두기와 김치는 이제와 생각하니 깊은 정이었다
그것은 훈훈한 마음을 받는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아랫목에 온기를 찾아 모이듯이 마음도 따뜻함을 그린다
벽난로에 불을 쬐는것처럼 곁에서 그 온기를 받으면 보듬어 주는듯이 안온하다
하지만 냉기있는 무심한 사람을 겪으면 나도 덩달아 메말라가며
심정이 상하기도 한다
흉 보면서 닮는다더니 냉정한 사람 곁에서 그 매몰참을 불평해대던 나도 건조해보인다
요즘들어 언듯언듯 내 자신이 각박해졌다고 자각하고 있다
열정의 원천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 식어버린 정은 어디서 불러오는건가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거라 했다
그 처럼 품고 있는 정이나 베푼 정으로 그 만큼의 삶의 재미를 누리며 사는지 모른다
냉정해서 인색하면 정을 주어서 받는 행복한 맛을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이다
체온을 나누며 정을 나누며 사는 삶이
사람 사는것처럼 사는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