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3 21:37:18
오늘 등 허리까지 제법 길었던 머리카락을 과감히 잘랐다
풀이 죽어 보이는 치렁치렁 긴 헤어스타일이 오늘따라 거추장스러워 견디지 못하고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보브 단발로 짧게 자른 거울 앞의 내 모습이 다른사람 처럼 낮설어 멈칫하게 된다
끈적끈적한 장맛비로 간수하기 어려워 머리 카락을 자르게 되었다 탓을 해보고
흔히 말하는 심경의 변화로 인한 단발인가 생각 해 보기도 했다
어찌 되었던 간에 몇 년을 붙어 있었던 정든 나의 일부가 빗물처럼 휩쓸려 떠나 버렸다
간사한 사람의 마음
자르지 않고는 못배길 만큼 밉상이던 긴머리였는데
막상 짧아진 머리에 정이 안간다
조금만 참을걸.... 후회스럽다
자꾸만 텔레비젼에 나오는 긴 머리 여자의 다소곳이 뒤로 묶은 머리만 보이고 있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와 예전 살던 동네를 애틋하게 그리는 마음 같다고나 할까
또 기르지 뭐...
스스로를 위로하며 달랬다
이제 얼마나 머리를 기를 수 있을까
중력으로 인해 뭐든지 처지는 나이에
더욱 처져 보이는 긴 머리는 여러모로 부담스럽다는 것 알면서도
여성성을 강조해 주는 고유의 매력
오래 해 왔던 부드러워 보이는 긴 머리 스타일을 쉽게 포기 못했었다
젊을때 부터 늘상 숏 컷트만 했었다면서
이제는 길게 머리를 할 수 없는 초로의 노파가
탐스러운 긴 머리 처자를 부러워하며 탄식하는 걸 보았다
하지 못한 지난 것에 대한 회한이었다
헤어 스타일에 대한 취향도 각각이라서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길면 못견뎌 하는 사람
반대로 짧은 머리는 감히 엄두를 못내는 사람
길었다 짧았다 모두 수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도 나름 각자 개성에 따라 더 좋아하는 취향이 있다고 본다
중고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 규율은 귀밑 일센티 단발 머리였다
어느 해 인가 미용사가 내 머리를 귀와 같은 길이로 쌍둥 짤라버려 삼순이 처럼 우스꽝스럽게 되었었다
그런 내 모습에 울음을 참기 어려웠다
세월이 흐른 후에 그때를 돌이켜 보면서
오랜 시간을 긴 머리로 지냈고 지금도 여전히 짧으면 서운한 나는
긴 머리를 좋아하는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네 아줌마가 자른 내 머리를 보고 놀란 듯 인사한다
"머리 잘랐네요? 에그 ....긴 머리가 좋았는데 왜 짤랐어요"
참내
긴머리 일때는 짧은 머리가 세련되어 보이고 더 잘 어울린다 하고서는..
하긴 나도 내마음을 모르는데 뭐.
이제 짧게 자른 머리와 정을 붙이며 지내야지...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느끼는 길었던 내 머리카락의 오랜 감촉과 이별이 허전하고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