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보. 11km. 6시간 반.
한낮엔 햇살이 따가웠다. 그늘이 더 좋았다.
최고기온 24도.
반팔 차림으로도 더웠다.
짠 것 안 먹었는데도
더위 식히느라 생수를 3병 비웠다.
"가을아! 어디 갔어?”
이대로 겨울 오나?
밤에 보일러 안 돌리면
침실엔 냉기가 가득하다.
배내고개 ~ 배내봉 ~ 간월산 ~
간월재 ~ 임도 ~ 공영주차장.
참석자 : 깃발 시골제비님. 도보행복님. 서병장님.
일홍님. 반야행님. 물매화님. 하얀기린님.
방울님. 봄햇살님. 봄봄님. 마일도님.
모과나무님. 라온제나님. 에니님. 한소. 총 15명
배내골 동쪽으로
배내고개 - 배내봉 - 간월산 - 신불산 -
영축산 - 통도사가 죽 이어진다.
배내골 서편 밀양 쪽에 천황산 재약산이 있고
동쪽 언양 쪽으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이 있다.
가지산 운문산 고헌산은 배내고개 북쪽에 있다.
제일 북쪽의 문복산은 산불 걱정 때문에
최근에 영남 알프스 9봉에서 제외되었다.
9봉 인증받는 사람은 매년 2만 명 수준이다.
((영남알프스 9봉 개략도))
전부 1000m 넘는 산이다.
배내고개(700)에서
10시 반 넘어 출발했다.
배내고개 바로 앞쪽 산이 능동산(980).
배내고개는 원동 밀양댐에서 시작하는 남북 15km 배내골의 끝.
등산로 입구가 자갈밭이다.
오늘 등산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배내고개에서 천화현 갈림길까지는 침목 계단길.
빨간 상의 두 분은 스틱 없이 산에 왔다.
2년 전에는 나도 스틱 안 가지고 산에 다녔다.
지금은 내 코가 석 자다.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스틱 나누어 드렸을 텐데.
불이 하늘을 뚫었다는 천화고개.
특이하게 '하늘' 천(天) 대신 '뚫을' 천(穿)을 쓴다.
언양으로 통하는 지름길 간월산을
넘나들기 쉽도록 배내골 사람들과
산 위에서 땅을 부쳐 먹는 화전민들이
매년 불을 질렀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1000 고지에서 활활 타오르는 산불은
마치 불꽃이 하늘을 뚫는 것처럼
산 아래 마을 사람들 눈에 보였을 것이다.
옛날에는 이 산에서 '천불'(天불)이 났지만
오늘은 내 마음속에서 '천불'이 났다.
발 밑 돌길은 험하고, 길은 멀고,
날씨는 덥고 대체 끝은 어디냐?
간월산은 주기적인 산불 탓도 있지만
돌산이라는 토질 때문에
키가 큰 것도 4m 넘는 나무가 드물다.
대부분 2m 내외. 나무 사이도 듬성듬성하다.
울울창창한 숲과는 거리가 멀다.
더위에 약한 사람에게 간월산은 쥐약이다.
구절초
꽃향유. 전부 부실하다. 토질 탓으로 보인다.
배내봉은 영남알프스 최고봉인 가지산(1240)에서
남으로 뻗은 능동산(980)에서 갈라진 능선에 솟은 봉우리다.
능동산 남서쪽 능선은 천황산(1190)과 재약산(1120) 방향이며
남동쪽 능선은 가장 먼저 배내봉을 세우고 간월산(1040)
신불산(1160) 영축산(1080)을 차례로 일으켰다.
비록 1000m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배내봉의 산세도
이웃한 명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힘이 철철 넘친다.
오두산(820)과 밝얼산(740)이 배내봉에 능선을 잇대었고,
이름만 들어도 한여름 납량 특집을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저승골이 배내봉을 떠받친다.
배내봉에 올라 360도 파노라마 조망을 즐긴다.
산에 키 큰 나무가 없으니 온 사방이 다 보인다.
북쪽 가지산에서 시계 방향으로
상운산과 고헌산 문수산 대운산
신불산 간월산 재약산 천황산 능동산 운문산 등이 펼쳐지는
영남알프스 최고 전망대 중 한 곳이다.
정상에서 남쪽은 간월산·간월재 방향이다.
멀리 배내골 건너 천황산 재약산을 배경으로.
등로 오른편에는 철쭉.
왼편에는 미역줄나무.
등로 왼쪽은 천길 벼랑.
천길 바위.
언양 쪽으로는 낭떠러지.
내려다볼 엄두가 안 난다.
등산로는 바위 뒤쪽으로 나있다.
우리나라 지도는 실제와 차이가 많다.
야외 실측을 바탕으로 제작해야 하는데
100년 전 일제가 만들었던 지형도가
기본틀이다 보니 대부분이 엉터리.
언양 등억리 쪽. 이름도 으스스한 저승골
언양 쪽
천길봉.
언양 등억리쪽은 거의 절벽이다.
등억(登億)에서 등(登)은 "높다" 는 뜻을 가졌고,
'억'은 '어귀(口)'로 본다.
어귀라는 말은 안(內)에 대응되는 말로써
안 쪽으로 드나드는 첫머리인 것이다.
따라서 등억은 높은 곳에 오르는 어귀에 있는 곳이 된다.
근년에 영남알프스 바람이 한창일 때
'등억알프스리'로 개명하였다.
이곳 등억리에 간월사지(澗月寺址)가 있다.
간월사는 신라 시대 절인데 임진왜란 때 불탔다.
다시 중창했으나 농민들과의 마찰로 폐찰했다.
과거에는 사하촌 사람들과 소작료 분쟁이 많았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간월산 이름을 절 이름에서 따왔다는 말도 있다.
천길봉↑
아래로 천길바위가 보인다↓
↑천길봉
팥배나무 빨간 열매가
파란 하늘에 매달려있다.
뒤쪽 산이 신불산.
앞쪽이 간월산.
굉장히 멀어 보인다.
돌밭이 많은 산에는
경등산화나 트레킹화는 적당하지 못하다.
이런 산에는 발목이 높고 밑창이 두꺼운
중등산화 이상의 신발이 필요하다.
밑창이 얇으면 발에 불이 난다.
발바닥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내봉에서 간월산까지 등락이
큰 것만 3번 있는데
각 지점마다 간월산 모습이 다르다.
몇 년 만에 오니까 기억이 희미하다.
뒤쪽이 신불산.
앞쪽이 간월산.
간월산이 이렇게 멀었나?
가도 가도 까마득하게 보인다.
고마운 소나무 쉼터.
도보행복님과 마일도님.
도보행복님은
월화수목 연속 산행이다.
최정산. 초례봉. 간월산.
한티골 천주교 성지.
선짐재(850)
배내봉~간월산에서 제일 낮은 곳.
서쪽 배내골에서 동쪽 언양장을 가려면
그 사이 이 고개를 넘어야 했다.
등짐을 진 채로 쉬었다고 하여 '선짐이질등'이라 했다.
골병 들 정도로 어렵고 힘들어
'골병재'라 부르기도 했다.
선짐재에서 간월산 정상 오르는 길.
고작 200m 오르는데도 힘든다.
밀양 쪽 건너편 산 중턱에 하산길 임도가 보인다.
오전에 일찍 와서 저 길로 간월재 바로 가도 좋겠다.
억새만 보고 내려간다면 왕복 12km.
하루 운동량으로 적당하다.
앞에 뾰족한 산은 간월 서봉.
'간월(肝月)'이 '하늘과 달'을 의미하는데,
언양 등억리 산 밑에서 보는 산의 형태가
마치 달이 떠오르는 모양을 닮았다 하여
'간월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말이 있다.
漢字로 '볼' 간 (看)을 쓰기도 한다.
이것도 달을 본다는 의미다.
울산 장승포 앞바다 용궁에서 별주부가
용왕님 병을 고치려고
언양 간월산으로 와서
토끼 간(肝)을 구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看月’ 또는 '肝月', ‘澗月’(간월사 사찰) 등으로
간월산의 표기가 다양하다.
간월산 꼭대기.(1070)
두리뭉실한 토르 바위 대신
발 디딜 틈 없이 뾰족뾰족한 바위 천지.
간월산 바로 밑은 언양읍이다.
간월산(1080m)과 신불산(1160m) 사이
해발 900 고지 10만여 평의 억새밭 잘록이 간월재.
신불산 공룡능선.
간월재로 내려가면서 바라본 신불산.
당당하고 훤칠하다.
올라갈 용기가 안 생긴다.
간월산에서 간월재 내려오는 길.
700m 거리에 표고차 170m.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자리한 간월재는
언양과 배내골을 잇는 고개다.
시월이 되면 주민들이 지붕 재료로 쓰려고
억새를 지게에 지고 내려갔던 곳이다.
갈대와 억새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서식지다.
억새는 산이나 뭍에서 자란다.
산에 있는 것은 무조건 억새이다.
갈대는 산에서 자라지 못한다.
갈대는 습지나 물가에서 자란다.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도 있으나
산에 자라는 갈대는 없다.
억새는 은빛이나 흰색을 띤다.
억새는 새털같이 하얗거나 은빛 꽃을 가지런히 피우지만,
갈대는 보랏빛을 띤 갈색 꽃을 어지럽게 피운다.
억새는 대부분 키가 1m 20cm 내외로 갈대보다 작다.
지역에 따라 사람 키만 한 억새도 있다.
갈대는 3m까지 자란다.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고복수가 부른 짝사랑이란 가요이다.
'으악새'는 새가 아니다.
사실 그런 조류는 없다.
으악새는 억새의 경기도 방언이다.
억새가 가을바람에 스치며 내는 소리다.
두 쪽으로 갈라진 바위가 찍을 만하다고
에니님이 추천했다.
간월재 상징물(900)
임도 자갈길.
배내 2 공영 주차장에서 간월재까지는 순탄한 임도가 나있어서
조금의 지루함만 이겨낸다면 쉽게 간월재까지 올 수 있다.
귀가 시간을 앞당기려고
죽을 둥 살 둥 빠르게 걸었다.
6km 임도를 1시간 만에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