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일진회가 일어난 뒤로 삿갓을 쓰시다가 이날부터 의관을 갖추시고 경석을 데리고 물방앗집을 떠나 정읍으로 가실 때 원평에 이르사 군중을 향하여 가라사대 이 길은 남조선 뱃길이니 짐을 채워야 떠나니라 하시고 술을 나누어 주시며 또 가라사대 이 길은 성인 다섯을 낳는 길이로다 하시니 모든 사람은 그 뜻을 알지 못하더라. 다시 떠나시며 가라사대 대진은 하루 삼십리씩 가느니라 하시니 경석이 노정을 헤아려서 고부 솔안에 이르러 친구 박공우의 집으로 천사를 뫼시니 공우도 또한 동학신도로서 마침 사십구일 동안 기도하는 때더라.
천사 경석과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 만날 사람 만났으니 통정신(通淨神)이 나오노라. 나의 일은비록 부모 형제 처자라도 모르는 일이니 나는 서천서역대법국천계탑(西天西域大法國天階塔) 천하대순(天下大巡)이라 동학주에 『시천주조화정』이라 하였으니 내 일을 이름이라 내가 천지를 개벽하고 조화정부를 열어 인간과 하늘의 혼란을 바로 잡으려하여 삼계를 둘러 살피다가 너의 동토에 그쳐 잔피에 빠진 민중을 먼저 건지려함이니 나를 믿는 자는 무궁한 행복을 얻어 선경의 낙을 누리리니 이것이 참동학이라. 궁을가에 「조선강산명산이라 도통군자 다시 난다」하였으니 또한 나의 일을 이름이니라. 동학 신자간에 대선생이 갱생하리라고 전하니 이는 대선생이 다시 나리라는 말이니 내가 곧 대선생이로다. 또 가라사대 예로부터 계룡산의 정씨왕국과 가야산으 조씨왕국과 칠산의 범씨왕국을 일러오나 이 뒤로는 모든 말이 영자(影子)를 나타내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정씨(鄭氏)를 찾아 운수를 구하려 하지 말지어다 하시니라.
이튿날 솔안을 떠나 정읍 대흥리로 가실 때 공우를 돌아보시며 가라사대 「만났을 적에」 하시니 공우가 문득 동학가사에 「만나기만 만나보면 너의 집안 운수로다」 라는 구절이 깨달아져 드디어 따라 나서니라.
이날 대흥리 경석의 집에 이르사 가라사대 나의 이르는 곳을 천지에 알려야 하리라 하시고 글을 써서 서쪽 벽에 붙이시니 문득 우뢰가 크게 일어나거늘 천사 속하다 하시고 그 글을 떼어 무릎 밑에 넣으시니 우뢰가 곧 그치는지라 공우는 크게 놀래어 감복하고 마을 사람들은 뜻밖에 일어나는 백일뇌성을 이상히 여기니라. 우뢰를 거두시고 경석에게 물어 가라사대 이 집에서 지난 갑오년 겨울에 세 사람이 동맹한 일이 있었느냐 대하여 가로대 그러하였나이다. 가라사대 그 일로 인하여 모해자의 밀고로 너의 부친이 해를 입었느냐 경석이 울며 가로대 그러하였나이다 또 가라사대 너의 형제들이 그 모해자에게 큰 원한을 품어 복수하기를 도모하느냐 대하여 가로대 자식의 도리에 어찌 복수할 마음을 갖지 아니 하오리까 가라사대 너희들이 복수할 마음을 품고 있음을 너의 부친이 크게 걱정하여 이제 나에게 고하니 너희들은 마음을 돌리라. 이제는 악을 선으로 갚아야 할 때라. 만일 악을 악으로 갚으면 되풀이 되풀이로 후천에 악의 씨를 뿌리는 것이 되나니. 너희들이 나를 따르려면 그 마음을 먼저 버려야 할지니 잘 생각하라. 경석이 이에 세 아우로 더불어 별실에 들어가서 서로 위로하여 그 원한을 풀기로 하고 그대로 아뢰니 가라사대 그러면 뜰밑에 너의 부친을 대한 듯이 마음 돌렸음을 고백하라. 경석이 그래도 하여 사형제가 설움에 복받쳐서 청수동이 앞에서 크게 우니 천사 일러 가라사대 너의 부친이 너무 슬픈 울음을 오히려 불쾌히 여기니 그만 그치라 하시니라. 그 뒤에 「천고춘추아방궁 만방일월동작대(千古春秋阿房宮 萬方日月銅雀臺)」를 써서 벽에 붙이사 경석으로 하여금 복응케 하시니라.
이 뒤에 동학신도 안내성, 문공신, 황응종, 신경수, 박장근 등이 서로 이어 따르니라.
천사께서 이도삼에게 글 석자를 부르라 하심에 도삼이 천지인 석자를 부르니 천사 글을 지어 가라사대 천상무지천 지하무지지 인중무지인 지인하처귀( 天上無知天 地下無知地 人中無知人 知人何處歸)요 하시니라.
이 때에 김광찬은 구릿골에 있어 차경석의 종사함을 싫어하여 가로대 경석은 본래 동학여당으로 일진회에 참가하여 의롭지 못한 일을 많이 행하였거늘 이제 도문에 들임은 선생이 정대치 못하심이라. 우리가 힘써 마음을 닦아온 것이 다 쓸데없게 된다 하고 날마다 천사를 원망하거늘 형렬이 민망하여 천사께 와 뵈옵고 광찬이 불평 품은 일을 아뢰며 가로대 어찌 이런 성질가진 자를 문하에 두셨나이까. 천사 가라사대 용이 물을 구할 때에 비록 가시덤불이 길을 막을지라도 회피하지 아니 하느니라. 돌아가서 잘 무마하라 하시니라.
하루는 경석에게 「계분수사파, 봉수무이산, 금회개제월, 담소지광란, 활계경천권, 행장옥수간, 소신구문도, 비투반일한」 의 고시를 외워주시고 경석을 데리고 순창 농바우 박장근의 집에 이르러 가라사대 이제 천하대세를 회문산 오선위기형의 형세에 붙여 돌리노니 네게 한 기운을 붙이노라 하시고 그 집 머슴을 불러 가라사대 어젯밤에 무슨 본 일이 있었느냐. 머슴이 대하여 가로대 어젯밤 꿈에 한 노인이 농바우를 열고 갑옷과 투구와 큰 칼을 내어주며 이것을 가져다가 주인을 찾아 전하라 하므로 내가 받았다가 이 방에 두었는데 곧 차경석의 앉은 자리나이다 하니라. 대저 그 지방에서는 농바우 속에 갑옷과 투구와 긴 칼이 들어있는 데 장군이 나면 내어가리라는 말이 전하여 오니라.
농바우에서 수일 동안 일을 행하시고 돌아오실 때 글 한 수를 외우시니 이러하니라. 「경지영지불의쇠 대곡사노결대병 천지권우경지사 만사아손여복장( 經之營之不意衰 大斛事老結大柄 天地眷佑境至死 慢使兒孫餘服裝) 」
태인 고현내 행단에 이르사 경석에게 일러 가라대 공자가 행단에서 강도하였나니 여기서 네게 한 글을 전하리라 하시고 옛글 한 장을 외워주시며 잘 지키라 하시니 이러하니라. 「부주장지법 무람영웅지심 상녹유공 통지어중 여중동호미불성 여중동오미불경 치국안가 득인야 망국패가 실인야 함기지류 함원득기지( 夫主將之法 務攬英雄之心 賞綠有功 通志於衆 與衆同好靡不成 與衆 同惡靡不傾 治國安家 得人也 亡國敗家 失人也 含氣之類 含願得其志 )」 또 가라사대 내 일은 수부를 들여 세우라 하시니라. 경석이 천사를 뫼시고 돌아와서 그 이종매 고판례를 천거하느라.
자료출처 : 대순전경 제삼장 문도의 추종과 훈회 3: 21 ~ 3:30
첫댓글 상생의 길을 가르치시는 증산상제님의 모습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