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하철 현충원역에서 왕가봉 방향으로 걷기>
백화산(白華山) 들어가서
송단(松壇)에 홀로앉어
태평가(太平歌) 한곡조에
성세(聖世)를 읊어시니
천공(天公)이 바람을보내어
송생금(松生琴)을 하더라 ... 류세신(柳世信)
무척 오래간만에 지하철역에서 걷기를 하였습니다.
그동안 <차박풍류>라는 새로운 풍류양식을 정착시키느라...ㅎㅎ
차박에 대한 기본공부는 어느정도 되었으니 이달부터는 월 1회정도는 걷기를 다시 꾸준히 진행하려 합니다.
오늘은 마른 솔향이 그득한 걷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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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기풍류는
현충원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해서 왕가봉 방향으로 걸을 예정이다.
현충원역 4번출구로 나오면 <벽화거리 새마을동네>를 만난다.
이 마을은 현충원을 조성 할 때에
현충원 자리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집단이주하는 과정에서 조성된 이름처럼 새마을이다.
이후에 지역주민과 유성구에서 협력하여 지금의 벽화거리를 조성했다고 하는데
대전의 또 다른 벽화거리인 <대동벽화거리>에 비교하면 규모는 더 큰 것 같고 돈도 좀 더 들였을 것 같은데...
좀 규격화된 부자유스러움(?) 뭐 이런 인상이 드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벽화들을 살펴가며 골목길을 걸어서 마을 위쪽에 자리한 연안 이씨 사당을 끼고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쪽으로 걸었다.
도매시장이 있는 사거리에 가기 전에 큰길 건너로 아래 사진과 같은 철계단을 볼 수 있는데
왕가봉에서 현충원역쪽으로 내려오면 이곳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아파트 옆 도로를 따라서 수정초등학교까지 걸으면 노은사, 불암사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좌측 산으로 오르게 된다.
등산로 초입부터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들이며 덩치 큰 나무들이 있어서
유서 깊은 절간 초입을 걷는 느낌도 나서 마을 뒷산 치고는 제법 걷는 맛이 있다.
약수터를 끼고 돌아서 올라가면
큰 바위벽 품안에 좀 수줍은 듯 불암사 대웅전이 모습을 보인다.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산왕전을 만난다.
보통은 산신각, 삼성각 정도로 <각>을 붙혀서 불리는데 산왕전이라고 이름한 것으로 보아서
다른 절들보다는 산신의 파워가 좀 클 것 같다는 추측을 ...ㅎ
산왕전 옆 추락위험 경고문을 무시하고 바위에 오르면 월드컴경기장 쪽으로 조망이 있다.
이곳 다람쥐는 사람이 무서울 줄을 아직 모르는 듯 하다.ㅎ
산길을 조금 더 오르면 돌탑이 있는 정상을 지나게 되고
그 곳에서 다시 약수터 방향으로 내려가다보면 너럭바위를 만나게 된다.
오늘의 풍류장소이다.
동네 뒷산이지만 계룡산 자락이어서인지 이런 큰 바위도 있고 조망도 나름 시원하다.
소금 한가락 불고 시조 몇 수 했다.
다시 약수터 방향으로 내려왔다가 현충원역 쪽으로 하산한다.
걷기 시작하고 벽화거리 지나서 보았던 철계단으로 내려가지 않으려고 산길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너무 일찍 틀었는지 의도와 달리 녹야원과 여래사 사이로 내려오게 되었다.
이곳 여래사는
운전해서 유성에서 계룡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 작은 절간이다.
한 10여년전에 우연하게 주지스님과의 인연으로 매화풍류라는 이름으로 벗들과 함께 다녀온 곳인데
주지스님이 매우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났던 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오늘도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하시는데 음악적으로 판단해도 예사롭지 않은 곡조(?)이다.
밖에서 잠시 염불소리 들으며 명상에 잠겼다가
조용히 합장하고 현충원역으로 향했다.
다시 벽화거리 앞을 지나는데 안내지도가 있어서 살펴보니
무척 다양한 주제로 구역을 나누어 벽화거리를 조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더 벽화들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다리도 무겁고 기온도 올라서 다음 기회로 하고...
3번 출구로 들어와 걷기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