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上仝 위와 같음
人憎白髮我言公
사람들 백발 미워하나 나는 말하노니
仙佛具論幻滅中
도교 불교 다 환멸 중에 논의를 하네. 1)
缺隙忽過電影駟
준마질주 틈새로 보듯 세월은 빠른데 2)
爪痕誰記雪泥鴻
진흙 펄의 기러기발자국 뉘 기억하나?
雨零不擇高低地
비는 높고 낮은 땅 골라 내리지 않고
陽德無邊巨細叢
양기는 끝없이 대소 모두에게 미치네. 3)
坑死世間無壯士
선비 파묻어도 세상에 장사 없겠는가, 4)
荊卿去後只遺楓
형가 경 떠난 후 단지 단풍만 남았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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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불구론환멸중(仙佛具論幻滅中): 도교와 불교 둘 다 허무함 가운데서 이론을 세웠다는 의미.
2) 결극홀과전영사(缺隙忽過電影駟): 묵자(墨子 兼愛下)에 “인생이 지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비유하면 빠른 말이 달리는 것을 틈새로 보는 것과 같다(人之生乎地上之无幾何也, 譬之猶駟馳驷驰而过隙也)”고 한 인생무상(人生無常)의 뜻이다.
3) 양덕, 거세총(陽德, 巨細叢): 양덕(陽德)은 만물을 생장시키는 양기(陽氣)를 말하고 거세총(巨細叢)은 크거나 작거나 모두 다 라는 뜻.
4) 갱사(坑死): 말이 많아 방해된다고 선비들을 땅에다 파묻고 책을 불태운 분서갱유(焚書坑儒).
5) 형경거후지유풍(荊卿去後只遺楓): 진지황을 죽이려던 협객 형가(荊軻/ ?-227 BC)가 마지막 떠날 때 친구 고점리(高漸離)의 노래를 회상함이니 가을단풍만 남았다. “쓸쓸한 바람이 부니 역수(易水)가 차구나, 장사는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네(風蕭蕭兮易水寒, 壯士一去兮不復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