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기억하는 꿈
2019. 1월. 라떼 (자유 글쓰기)
오늘도 어김없이 밤 12시를 훌쩍 지난 이 시간에도 나의 눈은 초롱초롱 살아난다.
오랜 시간 길들여져서 이젠 습성이 되어버린 나의 밤 시간들.
그로 인한 나의 아침은 밤의 시간 속에 흡수되어 버리고 나는 느지막하게 오후라는 이름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늦은 아점을 먹고서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커피를 마신다.
손님이 없는 낮 시간, 나는 익숙한 동작으로 책을 펼쳐 든다.
읽다만 페이지를 보다가 다시 앞으로 넘긴다.
기억이 희미하다.
그렇게 책장이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는다.
그러다가 손님이 온다.
나는 잽싸게 책을 놓고 일어난다.
하루가 또 그렇게 저문다.
일을 한답시고 피곤하다고 엄살을 떨며 대충 저녁을 사먹고 샤워를 하고는 얼른 침대에 몸을 날린다.
등 뒤에 쿠션과 베개를 아주 정확하게 고정을 시키고 나는 최대한 편한 자세로 리모컨을 누른다.
나의 행복한 밤은 그렇게 시작된다.
보다 만 드라마를 이어서 보고 그것도 지루해지면 영화를 보다가 폰으로 SNS를 뒤진다.
내 방 창 너머 건너편 아파트의 불빛들이 하나둘씩 꺼지고 3시, 4시를 넘어서면 내 눈꺼풀도 깜빡거린다.
눈이 시려온다.
눈을 감는다.
나의 하루가 끝난다.
끝.
엔딩.
막장이다.
그게 나다.
나는 그랬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언제부터인지 나는 숙제로든 어떤 의미로든 글쓰기를 멈추었다.
나의 게으름이 크게 한몫을 했고 글을 써서 뭘 하나 하는 그런 생각들이 나를 유혹했다.
나는 그냥 단순해지고 싶었고 그 어떤 이유로든 책상 앞에서 글과 씨름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느 날부터 무의미하다는 생각들을 하고야 말았다.
나는 자꾸만 쭈글쭈글 고목나무처럼 메말라갔다.
푸르던 이파리들도 다 떨어져 나가고 앙상한 나뭇가지 겨우 바람에 버티고 있는 내 안의 자작나무 한그루, 텅텅 바람소리만 요란했다.
2019년 새날이 시작되었다.
소설을 전공했고 강의를 다니며 수필집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톡을 보냈다.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다.
‘너에게 추천하고픈 책‘ 이라는 제목으로 책 제목들과 나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책들을 주문했다.
나의 맥박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혼자 있기 좋은 방’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
아돌프 멘첼,[리터가에 있는 예술가의 침실,1847년
마르셀 리더,[벽난로 앞에 있는 여인],1932년
마르셀 리더,[독서하는 여자],연도미상
비트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조용한 시간],1885년
다니엘 가버,[과수원 창문],1918년
책 속에 나오는 그림들이다.
너무 좋아서 보고 또 보고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공통점으로 모두 그림 속에도 책이 등장하거나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보면서, 더불어 그림을 보면서 기쁘고 행복한 시간들이 나에게 왔다.
그림 속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있다.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책은 그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준다.
나는 함께 이야기가 된다.
책을 추천해 준 친구가 참으로 고맙다.
어쩌면 그 친구는 나의 메마름을 눈 여겨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가랑비 오던 날, 서울 북촌 골목 담벼락 위에 앉아 둘이서 마시던 커피 향에 취해서 내가 내 속내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덕분에 내 자작나무는 다시 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다시 무성하게 피어날 잎들을 기다린다.
내 마음은 앞당겨 미리 봄이다.
책을 놓아버리고 생각을 놓아버린다고 삶이 단순해지지 않는다.
잘 알면서도 허투루 낭비해버렸던 그 시간들은 나의 어리석은 몸부림이었다.
그냥 예쁘게 어리광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결론 지어 버린다.
탕탕.
비긴 어게인.
나의 이런 바람을 담아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의 [수상록]에 나오는 문장으로 서문을 열고자 한다.
타인을 위한 삶은 충분히 살았다. 이제 남아 있는 인생만큼은 자신을 위해 살자. 모든 생각과 의도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안위를 지향하게 하자. 확실한 자기만의 방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일이라 다른 일과 병행하기에는 다소 벅찰 수 있다. 하지만 신이 우리에게 떠날 겨를을 주었으니 채비를 하자.
-작가의 프롤로그에서.
2019년 나의 바램이자 희망사항은 더 많은 책들을 읽는 것이다.
쌓아두고 읽지 않은 책들, 읽어야지 하면서 미뤄왔던 고전들을 꼭꼭 씹어가며 읽고 싶다.
더불어 글쓰기도 열심히 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다졌다.
그래서 2019년은 후회되지 않는 해피한 엔딩을 맞고 싶다.
내가 조금씩 자꾸만 행복해지는 나의 엔딩을 위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내 가슴이 기억하는 꿈을 향해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