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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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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序論-問題의 提起 Ⅱ. 금전의 특수성, 금전의 장물성 Ⅲ. 피해자의 채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부당이득반환 등 청구권 Ⅳ.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 부당이득반환 등 청구권 Ⅴ. 변제의 유효성 여부 Ⅵ. 結論 |
Ⅰ. 序論-問題의 提起
흔히 채권자는 채무자, 특히 금전 채무자에게 변제 독촉의 일환으로서 상투적으로, “제발 어디 가서 훔쳐서라도 돈을 좀 갚아라”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채무자가 절도, 강도, 사기, 공갈, 배임, 횡령 등의 재산 범죄로 영득한 장물인 재물로써 채무자 자신이나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장물인 재물로써 변제를 받은 채권자가 장물취득죄의 죄책을 지는 것은 별도로 하더라도, 범죄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빼앗긴 재물에 대하여 채무자 혹은 채권자를 상대로 그 탈환 내지 반환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도는 人之常情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위와 같은 경우에 변제 수단으로써의 재물이 「통상의 지급수단으로써 유통되는 금전」인 경우라면, 소유와 점유의 개념이 합체되어 있는 금전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금전 반환 청구의 방법, 대상, 반환 전후의 피해자-채무자-채권자 3자간 부당이득반환 관계 등에서 여타 재물의 경우와 달리 취급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즉 피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적으로 채무자는 무자력일 가능성이 크므로 금전으로 변제를 받은 채권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을 행사하려 할 것인데 그러한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 및 가능하다면 그 법률적 근거는 무엇인지 및 더 나아가 만약 채권자가 자신이 변제조로 받은 금전 상당액을 피해자에게 어떤 법률적 근거에 의하여서든 반환하여 주었다면, 이로써 발생한 채권자 자신의 손해의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에게 구상권에 기한 청구권 혹은 변제 무효를 주장하며 재차 변제를 구하는 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법률적 이유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채무자가 장물인 금전으로 한 변제의 유효성 여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피해자-채무자-채권자 3자간의 제 반환관계 내지 구상관계와 연관하여 그 유효, 무효를 정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그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그 유효, 무효를 다루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위와 같은 제반 문제 중 부당이득반환의무와 관련하여서는 통상 ‘편취금전에 의한 변제’라는 이름의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이 주제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는 채무 변제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자기채무 변제형, 제3자 수익형, 이중 편취형 등으로 분류하고 논의를 전개하여 왔다. 본 논고에서는 각 부당이득반환의무,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 등의 청구권, 변제의 유효성 여부 등 크게 3가지 논점으로 분류하고 각 논점 서로간의 일관성과 연계성 및 논지의 一目瞭然함을 위하여 자기채무 변제형을 기본 사례로 전제하고 서술한다. 본 논고에서 도출된 결론이 보편타당할 경우 다른 유형의 문제들에 대하여도 유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하 본 논고에서는 위 3가지 카테고리의 문제들을 논하기 전에 그에 필수적으로 선행하는 조건이 되는 논제들을 몇 가지 먼저 서술하고, 다음으로 순차적으로 위 문제들에 대하여 논한다.
Ⅱ. 금전의 특수성, 금전의 장물성
1. 금전의 특수성
금전은 민법 제99조에 따라 동산에 속하나 여타 동산과는 다른 특수성을 지닌다.
첫째, 금전은 기념물인 화폐나 금화, 은화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그것이 주화이든 지폐이든 막론하고 금전 자체의 물질적 성질, 가치는 의미가 없고, 오로지 양도로써 교환을 매개하는 수단에 불과한 매우 고도의 융통성을 필요로 하는 물건이므로 소유와 점유가 분리되지 않는다. 즉 점유가 이전되는 순간 소유권도 같이 동시에 이전한다고 보는 것이 우리나라 및 일본의 통설이자 판례이다. 그러므로 금전 소유권을 침탈당한 자는 그 금전에 대하여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고, 침해자에 대하여 채권적 청구권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민법 제249조의 善意取得의 규정이 금전에 대하여는 적용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동산의 선의취득은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동산 점유자를 일정 조건하에 소유자로 인정해 주는 제도인데 소유와 점유가 합체된 금전인 동산의 경우는 위 규정의 적용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민법 제250조는 동산 선의취득자라도 그 동산이 도품이나 유실물인 경우에는 2년간 반환의무를 지도록 하는 선의취득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으나, 그 단서에서 도품이나 유실물이 금전일 경우에는 그 물건의 반환의무가 없다고 규정한다. 이 단서 조항을 형식 논리적으로 해석하면 마치 통상의 유통 금전에 대하여도 민법 제249조 선의취득 규정이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학설은 통상의 금전은 그 점유가 있는 곳에 소유권이 있다고 보고, 민법 제250조 단서상의 금전을 선의취득의 대상이 되는 특정물로서의 금전, 즉 개성을 가지고 있는 단순한 물건을 뜻하는 것으로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념주화와 일반 동산을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민법 제250조 단서는, 지급수단으로 유통되는 현금의 경우 도품이라 하더라도 언제나 선의취득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면서 상법 내지 수표법을 유추 적용하여 결국 우리 민법상 금전의 선의취득을 인정함이 타당하다는 견해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 유통되는 금전인 동산은 가치를 표상할 뿐 그 물건 자체는 의미가 없고 소유와 점유가 합체되어 있는데서 나오는 사물 논리적 구조(Sachlogishe Struktur)의 결과로서 선의취득의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自然스럽다고 하겠다.
셋째, 민법 제465조 제2항은 채권자가 채무자 소유의 물건이 아닌 제3자 소유의 물건을 채무자로부터 인도받아 변제를 받은 경우에 제3자가 채권자에게 배상을 청구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5다76753 판결은 “금전으로 변제한 이상 채무자가 타인 물건을 인도하여 변제한 경우 채권자가 이를 선의로 소비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하여 변제의 효력이 있더라도 채권자가 제3자로부터 배상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민법 제463조, 제465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함과 아울러, “채무자가 타인의 금전을 횡령하여 채권자에게 변제하였는데 그 후 채권자가 그 타인에게 횡령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하게 된 경우, 채무자의 채무소멸의 이익과 채권자의 손해배상의무 부담의 손해는 각기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였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라고 부연하고 있다. 결국 대법원의 견해에 따르면 채무자의 債務消滅이라는 利益과 채권자의 損害賠償의무 부담이라는 損害 사이에는 因果關係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통상의 유통 금전의 경우에는 민법 제46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본 논고 뒤 부분에서 상세히 살펴보겠다.
넷째, 민법 제397조는 금전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손해 증명의 불요 및 채무자의 무과실 항변 불가의 특칙을 규정하고 있다. 즉 금전채무불이행시 채권자에게 손해는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며 그 손해에 대하여 채무자에게는 당연히 과실이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금전이 가진 여타의 동산과는 다른 특수성은 이하 본 논고에서 논하는 제 문제의 선행 전제가 된다고 하겠다.
2. 금전의 장물성
장물인 금전으로 변제를 받은 채권자가 장물취득 등 장물죄의 죄책을 지는지 여부는 피해자가 채권자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연관하여 대법원 2004도134 판결에서는 “장물이라 함은 재산범죄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 그 자체를 말하고, 그 장물의 처분 대가는 장물성을 상실하는 것이지만, 금전은 고도의 대체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종류의 통화와 쉽게 교환할 수 있고, 그 금전 자체는 별다른 의미가 없고 금액에 의하여 표시되는 금전적 가치가 거래상 의미를 가지고 유통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장물인 현금을 금융기관에 예금의 형태로 보관하였다가 이를 반환받기 위하여 동일한 액수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 예금계약의 성질상 인출된 현금은 당초의 현금과 물리적인 동일성은 상실되었지만 액수에 의하여 표시되는 금전적 가치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으므로 장물로서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자기앞수표도 그 액면금을 즉시 지급받을 수 있는 등 현금에 대신하는 기능을 가지고 거래상 현금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는 점에서 금전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라고 하여 현금과 자기앞수표 등 유통되는 금전은 당연히 장물성을 가지며,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는 代替臟物은 장물이 아니지만 금전의 특수성에 비추어 금전의 대체장물은 역시 장물이라고 하고 있다.
금전을 포함하여 장물의 취득은 유상이든 무상이든 묻지 않으며, 채무변제, 매매, 교환, 소비대차, 양도담보, 증여 등을 통하여 취득할 수도 있다.
장물죄의 본질에 대하여는 본범의 피해자가 점유를 상실한 재물에 대하여 추구 회복하는 것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 장물죄의 본질이라는 통설, 판례의 입장인 추구권설이 있고, 본범에 의하여 이루어진 위법한 재산 상태를 본범 또는 그 점유자와의 합의 아래 유지, 존속하는데 있다는 유지설, 본범에 의한 범죄적 이익에 관여하는 간접영득죄라는 공범설 등이 있다. 장물죄의 본질에 대하여 통설과 판례의 입장에서 본다면 금전인 장물죄의 피해자가 장물죄의 죄책을 지는 채권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데 있어서 불법행위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의 입증에 있어서는 하등 별 문제가 없다고 하겠다.
Ⅲ. 피해자의 채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부당이득반환 등 청구권
1. 피해자의 채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금전인 장물죄의 피해자는 그 장물인 금전으로 변제를 수령한 채권자가 단독으로 장물취득죄의 죄책을 지거나 혹은 채무자에 공동 가담하여 재산범죄의 공범이 되었다면 이를 이유로 채권자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2. 피해자의 채권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
(1). 우리나라와 일본의 판례 등
위 피해자는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3다8862 판결은“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금전을 그대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피해자의 손실과 채권자의 이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명백하고, 한편 채무자가 횡령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즉 변제를 수령한 채권자에게 악의 혹은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수령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이 대법원 판결은 일본 최고재판소 1974. 9. 26. 선고 판결과 동일한 취지의 판결로 보여지는 바, 동 판결에서도 역시 채권자, 채무자 간에 그 변제의 유효성에 대한 언급은 없이 다만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채권자의 악의, 중과실을 기준으로 변제의 유효, 무효 및 법률상원인의 유무를 가르고 있는 점이 동일하다.
위 대법원 2003다8862 판결의 배경이 된 선행 판결이라고 할 수 있는 위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은 일본 我妻榮의 학설에 의거하여 이끌어 내어진 것이다. 이 주제에 대하여 我妻榮은 일본 대심원의 초기 판례에서 ‘직접의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 사회관념상 이익의 원인으로 인정되는 손실을 입은 자가 있으면 이에 대하여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비판하여 결국 판례의 변경을 이끌어 냈고, 日最判 1967(昭 42). 3. 13.(民集 21-2, 475) 판결에서 “채무의 변제로 본건 금전을 선의로 수령하였으므로, 법률상 원인에 기하여 이를 취득한 것”이라고 함에 대하여, 선의취득의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변제수령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한’ 완전한 변제로 되고 이로써 법률상 원인을 갖추는 것이라고 비판하여, 결국에는 위 최고재판소 1974. 9. 26. 선고 판결을 이끌어 내었다. 이러한 我妻榮의 학설과는 달리, 또 다른 일본 학자인 加藤雅信의 說은, 변제수령자에게 유효한 채권이 있었던 이상 법률상 원인이 있으므로 피편취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부정하되, 피편취자는 채권자취소권 또는 채권자대위권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여야하며, 판례에 나타나는 이러한 종류의 사안은 기본적으로는 채권의 대외적 효력의 문제 그 자체인 것이고, 민법전이 이와 같은 경우를 위하여 준비하고 있는 것은 채권자대위권과 채권자취소권이라는 것이었다.
한편 위 대법원 판례의 결론과는 달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채권관계가 법률상 원인을 이루기 때문에 채권자의 선의, 악의와 무관하게 피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2). 인과관계 및 법률상 원인 등 검토
숙고하여 보면, 판례의 태도와 같이 채권자의 주관적인 악의 , 중과실의 유무에 따라서 그 이득 보유의 법률상 원인의 유무가 달라진다고 해석하는 것은, 금전은 선의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물논리적 귀결에 반하기도 하거니와, 별다른 뚜렷한 법률적, 논리적 근거의 제시 없이 다만 막연한 불확정 개념인 공평, 정의를 앞세워 지나치게 피해자를 중심으로 하는 해석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피해자는 채권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존부와는 별도로 위 1.항에서 논한바 대로, 채권자에게 단독 장물취득죄 성립 내지 채무자와 같이 재산범죄의 공범으로서의 공동불법행위자임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그것으로써 피해자 보호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판례의 논지를 그대로 살린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채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경우는 언제나 채권자에게 악의 혹은 중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만약 채권자가 그런 경우라면 또한 동시에 채권자는 거의 대부분 장물죄의 죄책을 지거나 혹은 채무자와 같이 공범(공동정범, 교사범, 방조범)으로서 공동 불법 행위자가 될 것인데도, 이에 더하여 피해자가 변제수령자인 채권자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경우까지 상정하여 공평이라는 관념을 내세워 피해자를 보호하려 하는 것은 너무 일반조항에 의한 법창조 권능을 남용하는 것이라 하겠다.
더구나 피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없는 경우는 채권자의 행위가 위법 내지 불법한 행위가 아니라는 법적, 사회질서적 판단을 받은 것인데 이러한 불법행위법상 위법하거니 불법하지도 않은 채권자의 행위에 대하여, 단지 원초적 책임자인 채무자의 일반적 무자력 위험을 채권자가 떠맡으라는 결론은 오히려 공평하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금전은 가치의 표상이며 물건으로서의 개성은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선의취득을 문제 삼을 것도 없이 그 점유가 있는 곳에 소유권도 있다고 보는 것이 통설의 입장인바, 선의취득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변제수령자의 선의, 무중과실을 법률상 원인 유무의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 근거가 박약하다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만약 금전에 있어서는 소유와 점유가 일치한다는 명제를 형식적으로 철저하게 관철한다면, 장물인 금전이 그 이유의 적법, 위법을 막론하고 채무자에게 이전된 이상 이미 그 금전의 소유는 채무자에게 속하므로, 피해자의 손실과 채권자의 이득 사이의 인과관계는 단절되었다고 보아야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학설들이 일반적으로 지지하는‘사회 관념상의 인과관계론’에 의거하여 위 대법원 판례 등이 설시하듯이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변제로 수령한 금전은 채권자의 변제 수령권 내지 급부 보유권 혹은 채무자의 급부 제공 의무의 존재라는 정당한 법률상 원인에 근거하여 이를 보유할 권원이 당연히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해자는 채권자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이러한 결론은 그 부당이득의 유형이 소위 급부부당이득인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침해부당이득인 경우에도, 채권자에게는 언제든 법률상 원인이 존재하므로 어떤 유형의 부당이득이건 간에 타당하게 된다. 왜냐하면 피해자는 채무자로 인하여 금전의 점유를 상실함으로써 그 소유권도 같이 상실하였으므로,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수령하기 이전에 이미 피해자는 그 금전의 소유자가 아니었던 것이고, 채권자는 피해자의 권리가 미치는 영역 내로부터 이득을 얻은 것이 전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침해부당이득의 관점에서도 채권자의 부당이득은 문제될 수 없다.
위 기재와 같이 피해자가 인과관계 내지 법률상 원인의 부존재 등의 요건사실을 갖추지 못하여 채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근거는 없는 것임에도 대법원 2003다8862 판결은 법률상 원인에 대하여“(채무자에 대하여는 법률상 원인이 있으나)...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법률상 원인의 있고 없음의 판단 기준을 너무 주관화, 상대화시켜 혼란을 초래한 잘못이 있다고 하겠다.
위와 같은 판례의 기준의 혼란은 또한 대법원 2008.9.11. 선고 2006다46278 판결에서도 나타난다. 동 판결에서는“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계약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이른바 삼각관계에서의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급부를 한 원인관계인 법률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다는 이유로 제3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수익자인 제3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삼각관계에서의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에, 제3자가 급부를 수령함에 있어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급부를 한 원인관계인 법률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 계약의 일방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한편, 이득자가 손실자의 부당한 출연 과정을 알고 있었거나 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그 이득이 손실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은 손실자의 권리가 객관적으로 침해당하였을 때 그 대가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이른바 침해부당이득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 손실자가 스스로 이행한 급부의 청산을 구하는 경우(이른바 급부부당이득관계)에 관련된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즉 부당이득청구권 행사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의 부존재라는 요건사실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부당이득의 유형이 침해부당이득인 경우에는 2003다8862 판례가 적용되는 것이고, 이와는 달리 그 유형이 급부부당이득인 경우에는 위 판례의 이론이 적용되지 않고 급부 수령자는 법률상 원인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의 이중적이고 유형적인 기준은, 위에서도 보았듯이, 그 부당이득의 유형이 소위 급부부당이득인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침해부당이득인 경우에도, 채권자에게는 언제든 법률상 원인이 존재하므로 타당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혼란만 가중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더구나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다6213 판결에 의하면“원고가 소유권에 기하여 피고를 상대로 부동산의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부동산반환청구 및 점유기간 동안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 경우, 원고의 부당이득 주장이 이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민법 제201조 제1항, 제197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그 소제기일부터는 피고의 점유를 악의로 의제하여 피고에 대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을 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의 부존재라는 요건사실은 추정되므로 피고가 법률상 원인 있음을 항변으로 주장 입증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판례에 의한다면, 위 경우에 보았듯이 엄연히 급부 보유권을 가지고 있는 채권자가 언제나 자신의 선의, 무중과실을 주장 입증하여야만 피해자의 청구로부터 면책되는, 형평에 맞지 않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상과 같이 대법원 2003다8862 판결의 결론은 오히려 공평과 정의 관념, 법적 안정성 등에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향후 장물인 금전으로 한 변제의 경우에 피해자가 채권자인 변제 수령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의 혼란 내지 채권자의 악의, 중과실이라는 주관적 개념이 배제된 방향으로의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Ⅳ.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 부당이득반환 등 청구권
1. 장물인 금전으로 변제를 수령한 채권자가 피해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당하거나 혹은 위 대법원 2003다8862 판결의 경우에 해당되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당하여 그 금전 상당액을 피해자에게 반환한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2005다76753 판결에서는,“금전으로 변제한 이상 채무자가 타인 물건을 인도하여 변제한 경우 채권자가 이를 선의로 소비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하여 변제의 효력이 있더라도 채권자가 제3자로부터 배상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민법 제463조, 제465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며,“채무자가 타인의 금전을 횡령하여 채권자에게 변제하였는데, 그 후 채권자가 그 타인에게 횡령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하게 된 경우, 채무자의 채무 소멸의 이익과 채권자의 손해배상의무 부담의 손해는 각기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였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채권자가 채무자와 공동하여 공금 횡령을 한 것으로 인정되어 채권자가 피해자에게 자신이 변제로 수령한 금전의 금액 상당을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으로 반환한 사안이다. 판례의 논지는 채권자가 금전으로 변제를 받은 경우는 민법 제465조에 규정된 구상권을 채무자에게 행사할 수 없고, 더 나아가 민법 소정의 구상권과는 별도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다 하더라도 채무자의 채무 소멸의 이익과 채권자의 손해배상 손해는 각기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였으므로 그 청구는 불가하다는 취지로 보여 진다.
2. 살펴보면, 채권자가 기 수령한 변제 금액 상당을 피해자로부터 추급당하는 경우는 채권자 자신에게 악의, 중과실이 있거나 혹은 채권자가 채무자와 공범이 되거나, 단독으로 장물죄의 죄책을 지는 경우 등이므로 비록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 내지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 주장이 불가하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로서는 이미 그 정도의 위험 부담에 대하여는 예상하였을 것이어서 위 판례와 결론을 같이 하여도 크게 공평이나 정의 관념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Ⅴ. 변제의 유효성 여부
1. 변제로 수령한 금전 상당액을 피해자에게 추급 탈환 당한 채권자가 위 항 기재와 같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이나 부당이득반환 등을 구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기왕의 변제의 무효를 주장하여 채무자에게 다시 변제하라고 주장할 수는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위 같은 대법원 2005다76753 판결에서는“소외 3(채무자)이 유류판매대금으로 소외 1(채권자)에 대한 대여금채무를 지급 또는 변제하였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원심이 위와 같이 대여금채권이 존재하였다고 하여도 변제로서 소멸하였다고 가정적 판단을 한 것이 변론주의에 위배한다고도 할 수 없다.”라고 판결 이유 중에서 설시하고 있는 것을 유추하여 보면, 동 사안과 같이 채권자가 채무자에 가담하여 공범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안에서도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변제 자체는 유효하다고 새기는 것으로 보여 진다.
2. 금전은 소유와 점유가 합체되어 있고, 채권자의 주관적인 선의, 악의 여부와 무관하게 채권자는 자신이 변제로 수령한 금전 이득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인 법률적 원인을 가지고 있으므로, 채권자가 장물인 금전으로써 변제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든 혹은 부당이득금을 지급하였든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변제는 유효하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판례의 논지는 수긍될 수 있다고 하겠다. 만약 그렇지 아니하고 변제를 수령한 채권자의 주관적인 악의 혹은 중과실의 유무에 따라 채무자의 변제의 유효성 여부가 달라진다고 한다면, 일응 변제의 유효성여부는 잠정적인 상태로 유보되어 있다가 피해자가 채무자의 무자력을 확인하고 드디어는 채권자에게까지 그 추급권을 행사한 연후에, 그것도 채권자의 주관적인 의사가 확인된 후에야 변제의 유효성 유무가 확정된다고 한다면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위 대법원 2003다8862 판결이,“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하여, 반대로 해석하면 마치 채권자에게 악의 혹은 중과실이 있을 경우에는 피해자에 대하여는 법률상 원인을 상실하여 부당이득 반환을 하여야 하므로 이때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변제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볼 여지를 남기고 있으나, 역시 그렇다고 하여도 위 기재와 동일한 이유로 채무자의 변제는 언제나 유효하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또 이렇게 해석한다고 하여도 위 Ⅳ. 2.항 기재와 같이 이 경우 채권자에게는 악의 혹은 중과실이 있으므로, 채권자로서는 이미 변제 수령 금액의 추탈에 대한 위험 부담에 대하여는 예상하였을 것으로 추측되므로 크게 공평이나 정의 관념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겠다.
Ⅵ. 結論
장물인 금전으로 변제를 수령한 채권자에게는 그 급부를 수령,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의 주관적인 악의, 중과실 유무에 관계없이 피해자는 채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채권자가 단독으로 장물죄의 죄책을 지거나 채무자와 같이 재산범죄의 공범으로서 죄책을 지게 되어 피해자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하여도,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구상권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위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변제는 유효하다고 새겨야 하므로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변제의 무효를 주장하여 재차 변제를 요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결론은 혹여 사회 정의 관념이나 부당이득 제도가 근거한다는 공평의 이념에 반하지 않는가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본래는 피해자에 대하여 원초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채무자의 일반적 무자력에 대한 위험을 공평의 이념에 근거한다는 이유로, 급부 보유의 법률상 원인을 가지는 채권자에게 전가하는 대법원 2003다8862 판례의 결론은 오히려 사회 정의 관념과 공평의 이념에 어긋난다고 보여 진다. 채권자가 악의, 중과실이라면 피해자는 부당이득청구권을 활용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피해 보전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에 더하여 유통 금전의 제반 논리적 특수성 및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장물인 금전으로 한 변제와 관련한 제 법률관계에 있어서 최종적인 책임의 부담자는 변제를 수령한 채권자가 된다고 하겠으나, 그런 경우는 위 판례에 의하더라도 채권자에게 악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채권자가 형사책임 및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경우이므로 공평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장물죄는 대다수의 경우 재산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므로 형법도 장물죄를 재산범죄 본범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그러므로 채권자가 장물죄 등의 형사책임을 지거나 채권자에게 악의, 중과실이 있는 경우는 채무자 보다 더 사회적 비난의 정도가 높다고 볼 경우도 많을 것이므로 위 결론은 본 논고의 제 법률관계에 있어서 가장 타당한 귀결이다.
주제어
장물인 금전 변제, 부당이득반환 청구, 장물죄, 변제의 유효성, 사회정의와 공평, 악의 혹은 중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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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요지>
장물인 금전으로 변제를 수령한 채권자에게는 그 급부를 수령,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있으므로 채권자의 주관적인 악의, 중과실 유무에 관계없이 피해자는 채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한 채권자가 단독으로 장물죄의 죄책을 지거나 채무자와 같이 재산범죄의 공범으로서 죄책을 지게 되어 피해자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하여도,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구상권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위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변제는 유효하다고 새겨야 한다.
본래는 피해자에 대하여 원초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채무자의 일반적 무자력에 대한 위험을 공평의 이념에 근거한다는 이유로, 급부 보유의 법률상 원인을 가지는 채권자에게 전가하는 대법원 2003다8862 판례의 결론은 오히려 사회 정의 관념과 공평의 이념에 어긋난다고 보여 진다. 채권자가 악의, 중과실이라면 피해자는 부당이득청구권을 활용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피해 보전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에 더하여 유통 금전의 제반 논리적 특수성 및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장물인 금전으로 한 변제와 관련한 제 법률관계에 있어서 최종적인 책임의 부담자는 변제를 수령한 채권자가 된다고 하겠으나, 그런 경우는 위 판례에 의하더라도 채권자에게 악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채권자가 형사책임 및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경우이므로 공평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abstract>
Several issues about payment with stolen money
-in connection with the Supreme Court judgment 2003da8862, 2006da46278, 2005da76753
Lee, Moon-Ho
When a debtor makes any payment with fraudulent cash(defrauded money, stolen money), a creditor ought to have a legitimate explanatory cause to receive and retain it regardless of his subjective bad faith or gross negligence, and a victim of fraud ought not to exercise claims for return of unjust enrichment.
Furthermore, even the creditor has a compensatory obligation to the victim from tort damages due to the guilt of receiving stolen property solely or committing a property crime as an accessory of the debtor, the creditor cannot exercise indemnity or return of unjust enrichment claims to the debtor.
In fact, in all of fraudulent cash payment cases, the creditor ought not to demand repayment to the debtor by asserting the invalidity of such payment.
The above conclusion is a matter of discussion in light of social justice and fairness.
However, the Supreme Court decision 2003da8862 is considered to have violated the concept of social justice and fairness as it states that a debtor's risk of general insolvency liable for the original primal responsibility to the victim is transferred to the creditor who has legitimate cause of benefits due to the principles of equity.
If the creditor has bad faith or gross negligence, the victim can preserve his own damage without using claims for return of unjust enrichment. Nevertheless, there is no need to overprotect the victim without considering the peculiarities of money distribution and legal stabilities.
Eventually the ultimate responsibility is on the creditor who received repayment in the legal relations of reimbursement with fraudulent cash. But it is the case of that the creditor has bad faith or gross negligence, or even if not, the creditor has to charge for criminal and tort liabilities as it result accordance with the principles of equity.
In addition, receiving stolen property is the majority of causing property crimes. So the guilt of receiving stolen property is punished more heavily than property crimes principal offender in criminal law.
Therefore, in the cases which a creditor has a criminal liability such as receiving stolen property or a creditor has bad faith or gross negligence are criticized by high degrees of social condemnation than a debtor. So the conclusion of this specification resulted is the most appropriate in these legal relations.
Key words
payment by stolen money, claims for return of unjust enrichment, the guilt of receiving stolen property, validity of payment, social justice and fairness, bad faith or gross neglig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