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를 떠 올리면 늘 경주(慶州)를 생각한다. 그런데 왜 원효가 소요산 자락까지 왔을까? 왜 요석 공주는 경주를 떠나 머나먼 산골 구석까지 원효를 따라 왔을까? ... 사랑은 그랬다. 가족도 신분도 팽개치고 연인을 따라 떠날 수 있는게 '사랑'이다.
오늘날 결혼을 해도 친정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사랑보다는 '조건'을 따라 갔기 때문이다. 원효의 발길을 따라 소요산 자재암에 올랐다.
단풍잎이 떨어져 이불처럼 수북이 쌓였다. (소요산 입구 둘레길)
이틀간의 비로 낙엽이 거의 떨어졌다.
자재암을 오르는 길 오른편에서 물소리가 계속 따라온다. 이틀간의 비로 개울물이 불어났다. 이 길 조금 위에 요석궁 터가 자리한다. 요석공주가 설총을 데리고 와서 살았다는 터.
소요산 자재암을 알리는 門
이 다리를 건너면 속세와 별리하는건가~! 속리교(俗離橋). 이 다리를 건너기 전 왼쪽으로 가면 원효가 수행하던 굴과 폭포가 나온다.
속리교 왼쪽에 있는 원효굴과 원효폭포
초 한개당 5,000원을 내면 이곳에 초를 켜준다. 심약한 인간들의 안식처다.
비가 온 덕분에 엄청난 량의 물이 쏟아지고 있는 원효폭포
원효굴로 가는 다리에 놓인 돌다리, 크기에 깜짝 놀란다. 이 돌을 어떻게 옮겼지?
원효굴을 나와 속리교를 지나면 왼쪽으로 108 나무 계단이 나온다. 이 108 나무 계단 정상에 해탈문이 있다. 해탈문은 원효굴 바로 위에 있는 셈이다.
해탈문을 지나 자재암으로 가는 돌담길
조금 지나자 자재암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자재암(自在庵)
원래 주인이었던 삼성각(三聖閣), 절마다 삼성각을 모시는데, 모두 뒷채로 밀려나 있다.
천 분의 부처님, 뒤로 석가모니불과 16나한을 모셨다.
자재암 바로 앞에는 또 다른 폭포인 옥류폭포가 있다. 원효샘도 있다. 이곳에서 원효는 '그것으로 인하여 생기는 그 마음까지도 버려야하는 그 도리'를 깨치고 자재암을 세웠다능^^
자재암을 뒤로하며 원효의 사랑을 깨닫는다. 그리고 혜공이 원효와 조우한다. 요석공주의 사랑과 설총,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과 여인을 곁에 두고 깨달음에 정진했던 원효의 그 처절했던 마음이 진하게 전해진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게됐다.
원효는 우리나라 최고의 각자(覺者)로 인정된다. 대승의 8지보살(八支寶薩)로서 아직까지 인간으로서 8지보살에 도달한 것은 원효 밖엔 없다고 알려졌다. 요석 공주는 남편이자 수행자인 원효를 따라 어린 설총을 데리고 소요산까지 왔다. 그것도 걸어서. 소요산 자재암에서 요석공주와 원효의 지극한 사랑의 원본을 마주하며, 사랑의 위대함을 다시금 새긴다. (2018. 11. 10.)
자재암의 유래
원효가 이곳에서 수행 하던 중에 ... 한여인이 찾아온다. '이토록 깊은 밤, 폭풍우 속에 여자가 찾아올 리가 없지.' 거센 비바람 소리 속에서 얼핏 여자의 음성을 들었던 원효스님은 자신의 공부를 탓하며 다시 마음을 굳게 다졌다. 「아직도 여인에 대한 동경이 나를 유혹하는구나. 이루기 전에는 결코 자리를 뜨지 않으리라.」자세를 고쳐 점차 선정에 든 원효스님은 휘몰아치는 바람과 거센 빗소리를 분명히 듣는가 하면 자신의 존재마저 아득함을 느낀다.
"마음, 마음은 무엇일까?"
원효스님은 둘이 아닌 분명한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 무서운 내면의 갈등에 휘말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바지직'하고 등잔불이 기름을 튕기며 탔다. 순간 원효스님은 눈을 번쩍 떴다. 비바람이 토막 안으로 왈칵 밀려들었다. 밀려오는 폭풍우 소리에 섞여 들어오는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스님은 귀를 기울였다.
「원효스님, 원효스님, 문좀 열어주세요.」
스님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망설였다. 여인은 황급하게 문을 두드리며 스님을 불렀다. 스님은 문을 열었다. 왈칵 비바람이 안으로 밀려들면서 방안의 등잔불이 꺼졌다.「스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어두운 밤에 찾아와서 ‥‥」 칠흑 어둠 속에 비를 맞고 서 있는 여인을 보고는 스님은 선뜻 들어오란 말이 나오질 않았다. 「스님, 하룻밤만 지내고 가게 해 주세요.」 여인의 간곡한 애원에 스님은 문한쪽으로 비켜섰다. 여인이 토막으로 들어섰다. 「스님, 불 좀 켜주세요. 너무 컴컴해요.」
스님은 묵묵히 화롯불을 찾아 등잔에 불을 옮겼다. 방안이 밝아지자 비에 젖은 여인의 육체가 눈에 들어왔다. 와들와들 떨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스님,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제 몸 좀 비벼 주세요.」여인의 아름다움에 잠시 취해 있던 스님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공연히 들여 놨나 싶어 후회했다. 떨며 신음하는 여인을 안 보려고 스님은 눈을 감았다. 그러나 비에 젖어 속살이 들여다보이는 여인의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은 마음에 따라 일어나는 것, 내 마음에 색심이 없다면 이 여인이 목석과 다를 바 있으랴.」스님은 부지중에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안아 침상에 눕히고는 언 몸을 주물러 녹여주기 시작했다. 풍만한 여체를 대한 스님은 묘한 느낌이 일기 시작했다.
스님은 침상에서 밀어 냈다. 「나의 오랜 수도를 하룻밤 사이에 허물 수야 없지.」이미 해골물을 달게 마시고「일체유심조」의 도리를 깨달은 스님은 다시 자기 정리를 시작했다. 「해골을 물그릇으로 알았을 때는 그 물이 맛있더니, 해골을 해골로 볼 매는 그 물이 더럽고 구역질이 나지 않았나. 일체 만물이 마음에서 비롯된다 하였으니 내 어찌 더 이상 속으랴.」
이 여인을 목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여인으로 보면서도 마음속에 색심이 일지 않으면 자신의 공부는 온전하다고 생각했다. 스님은 다시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여인의 몸을 비비면서 염불을 했다. 여인의 풍만한 육체는 여인의 육체가 아니라 한 생명일 뿐이었다. 스님은 여인의 혈맥을 찾아 한 생명에게 힘을 부어주고 있었다.
여인과 자기의 분별을 떠나 한 생명을 위해 움직이는 원효스님은 마치 자기 마음을 찾듯 준엄했다. 여인의 몸이 서서히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여인은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스님 앞에 일어나 앉았다. 여인과 자신의 경계를 느낀 스님은 순간 밖으로 뛰쳐나왔다.
폭풍우 지난 후의 아침 해는 더욱 찬란하고 장엄했다. 간밤의 폭우로 물이 많아진 옥류폭포의 물기둥이 폭음을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스님은 훨훨 옷을 벗고 옥류천 맑은 물에 몸을 담그었다. 뼛속까지 시원한 물속에서 무한한 희열을 느끼는데 여인이 다가왔다.
「스님, 저도 목욕 좀 해야겠어요.」여인은 옷을 벗어 던지고는 물속으로 들어와 스님 곁으로 다가왔다. 아침햇살을 받은 여인의 몸매는 눈이 부셨다. 스님은 생명체 이상으로 보이는 그 느낌을 자제하고 항거했다. 결국 스님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너는 나를 유혹해서 어쩌자는 거냐?」
「호호호, 스님도 어디 제가 스님을 유혹합니까? 스님이 저를 색 안으로 보시면서.」
큰 방망이로 얻어맞은 듯한 순간 스님의 머리는 무한한 혼돈이 일었다.「색안으로 보는 원효의 마음」... 이란 여인의 목소리가 계속 스님의 귓전을 때렸다. 거센 폭포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계속하여 여인의 음성이 혼돈으로 가득 찬 머리 속을 후비고 들어올 뿐.
「색안으로 보는 원효의 마음」을 거듭 거듭 뇌이면서 원효스님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폭포소리가 들렸고 캄캄했던 눈앞의 사물이 제 빛을 찾고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의식되는 눈앞의 경계를 놓치지 많고 원효스님은 갑자기 눈을 떴다. 원효스님은 처음으로 빛을 발견한 듯 모든 것을 명료하게 보았다. 「아, 그것으로 인하여 생기는 그 마음까지도 버려야하는 그 도리!」
스님은 물을 차고 일어섰다. 그의 발가벗은 몸을 여인 앞에 아랑곳없이 드러내며 유유히 걸어 나왔다. 주변의 산과 물, 여인과 나무 등 일체의 모습이 생동하고 있었다. 여인은 어느새 금빛 찬란한 후광을 띠운 보살이 되어 폭포를 거슬러 사라졌다. 원효스님은 그곳에 암자를 세웠다. 자기의 몸과 마음을 뜻대로 한 곳이라 하여 절 이름을 자재암이라 했다. 지금도 동두천에서 멀지 않은 단풍잎으로 유명한 소요산 골짜기에는 보살이 목욕했다는 옥류폭포가 있고 그 앞에는 스님들이 자재의 도리를 공부하는 자재암이 있다. --- <한국지명연역고>
첫댓글 누구나 자재암에 가서 원효를 마음에 두면 원효와 조우한다. 각자의 마음은 다르고 원효와의 조우도 다르다. 다만 자신이 원효와의 조우의 이유를 알면 원효와 시공을 초월해 만난 것이다.^^
충주 중앙탑에서
충주 미륵사지 산정호수로 해서
소요산으로 원효대사 탐방다닌적 있었는데
사찰 대부분 원효대사의
행적이 남아있더군요.
원효대사님은
정말 고생을 많이 하며 살다가신 분 이시더라고요.
@임술생수부 아유 참 여러면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셨군요. ^^
🌻 동두천은
동방의 등불이고
미래 예루살렘인것이다
예루살렘은
하나님 성전이니
인간 환인 하나님
원효대사 를 말하는겁니다
요석은 또 요석인가
에수는 왜 예수 인가
이름과 모습으로 알수없는
천년 사랑 입니다
과거심 불가득이요
현재심 불가득이요
미래심 불가득이요
하늘을 떠바칠 도끼 자루는
철창으로 만국을 다스릴
설총 인간 총 입니다
(페이스북의 내글에 어느분이 이런 댓글을 다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