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가 가까워 오지만 아직은 덥고 습하기만 하다.
그래도 가을을 느껴볼 심산으로 잠깐 외출했다.
경기도 파주시 마장호수의 출렁다리 위에서 보는 물결은 그야말로 가을 물결(秋波)이 분명한데, 덥게만 느껴지니 아마도 사람의 느낌이 더딘 모양이다.
마장(馬場)이란 지명은 말을 키우는 목장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는 조선 시대에 말을 키운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려 말기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시에서, 마장의 동쪽 경계가 양주(馬場東畔是楊州)라고 한 것을 보면 이 지명은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장호수 아래쪽에는 조선조 숙종의 후궁이면서 영주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묘소가 있는 소령원(昭寧園)이 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지를 발휘하여 후궁의 자리까지 올라 왕자를 출산했던 숙빈의 묘소지만 유적 보존을 위해 봉쇄 조치를 했다고 한다.
양주시 백석읍 비암리에 있는 해유령(蟹踰嶺)은 지형이 게가 기어가는 모양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게네미 고개라고 한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깊은 곳이다. 임진왜란은 1592년 5월 23일에 일어나서 5월 25에 동래성이 함락되고 서울까지 왜군의 손에 넘어간 뒤인 6월 25일에 해유령에서 왜군을 처음으로 몰살시켰다. 소규모 전투였지만 조선군의 첫 승전이었다. 그러나 신각, 이혼, 이양원 세 장수가 용감하게 싸웠지만 부원수 김명원의 탈영 신고로 세 사람은 사형을 당한다. 승전보가 임금에게 올라갔을 때는 이미 형이 집행된 뒤였다. 첫 승전이었지만 슬픈 역사로 끝난 유적지가 바로 해유령이다. 이곳에는 기념비가 서 있다.
가벼운 답사였지만 가을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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