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시 – 봄처럼
영화감상
<詩人에게 가는 길
力道 삼심킬로그림의 무게를 실어
경부고속도로 부산으로 가는 외길
영혼의 시간을 건너면
서울이나 부산 혹은, 중도에 쓰러져 있는
빠져나갈 수 없는 詩의 마을이 보인다
力道 삼십킬로그램의 무게를 버리고
영화 속으로 들어가면 가끔
보지 못했던 詩人들이 力道
이십구킬로그램의 무게로 줄넘기를 한다
1분에 10년을
맘대로 뛰어넘기 하는 詩人에게
力道 이십구킬로그램의 무게는 무게가 아닌 듯
쉼없이 줄을 넘는다 나는
力道 삼십일킬로그램의 무게를 들어야 한다
詩人에게 가던 길>
力道 삼십일킬로그램의 무게가
줄넘기를 한다, 지친 사람들
길가에 세워둔 항구에서
죽음을 항해한다, 영혼만이
탈출구다, 이곳은
빠져나갈 수 없는 詩의 마을
力道 삼십일킬로그램의 무게를
잃지 않지 않기 위해, 나는 영화 속으로
<재침입>
<리모콘의 플레이버튼을 누른다>
모든 고속도로에서는 새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 1
새들이 떠나는 고속도로에서는
백킬로미터 이하라는 푯말이
심각한 웃음을 띄고 그들을 통과시킨다
아직
보도블럭 위의 설치된 간판들은
제 몫을 다해 멋대로이다, 가는 길
움직임마다 놓인 피사체.
飛上하는 저들의 힘찬 날개짓.
승리지상주의가 짓밟은 흔적들.
짓밟힌 것은 저 사람,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법.
끝없이 변화하는 법.
머물 곳을 찾아보지만
이미 한번 들어간 도로에
후진은 없다. 유턴도 없다.
가끔 지나치는 간판들
모두 들떠서 아롱거리다가
서민들을 위한다며 일렬로 일렬로,
함께 고속도로를 탄다
모든 고속도로에서는
질주하는 자유만이 있다
모든 고속도로에서는 새들에게 우선권이 있다.·2
겨울도 아닌데 창가에 또는
거리 곳곳에 서리가 붙는다
혹독한 장마와 수해
그리고 가뭄의 여름을 보낸 뒤
비로소 내리는 가을,
감전이 두렵지 않은 듯 태연하게
전깃줄에 발을 감싸안는 까치 한 마리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의 앞으로 번식기를 맞은 듯한 참새가
참새를 쫓고 있다
올해도 추위가 빨리 찾아왔군, 애써
태연한 말투로 중얼거리는 관리소 아저씨의 紅潮.
여름 내내 공원을 가득 채웠던 비둘기,
평화를 상징하는 파출소 모퉁이에서 간혹
아직 떠나지 못한 이들만 모이를 쪼아댈 뿐.
그 비둘기를 따뜻하게 응시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입담도 들리지 않는다
새들이 떠나는 고속도로에서는
100킬로미터 이하라는 푯말이
조금은 일찍 찾아온 추위에 당황해
심각한 웃음을 띄고 그들을 통과시킨다
흐린 날씨 탓에 어둠은 조금 더 일찍
잔디 사이사이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파트
건물 주택 상호들이 차츰차츰 불을 밝히면
아직 남아있던 새들도 스스로 사라져간다
나무나무마다 들려져 있던 낙엽들.
밤이 오는 강한 바람에 휩쓸리고
추위를 가리지 않고 한겨울을 보내는 텃새는
부랴부랴 집을 짓는다 겨울도 아닌데
철새들은 벌써부터 보색을 띤다
목욕탕 - 開花
1
거품 부풀린 탕 속의 물뿌리 깊게 흘러 넘쳐 가장자리 섬세한 물결을 이룬다 배관(配管)의 낡은 통로로 오래 묵은 때들이 배설(排泄)된다 탕 안 가득 자연 향내 하수구로 흐른다 동트는 날마다 게워지는 향내 뒤 아픔 서성이는 물살이 소리 없는 폭력을 행사한다 탕 안 가득 움츠린 사람들 종일 지쳐 때묻은 마음의 문을 열고 자랑스럽게
아들의 때를 밀어주는 아버지, 어깨동무 나란히 거품 부풀려 한 올 두 올 얽어가는 때 타월의 심심한 액체 요란한 방울 소리로 흘러내린다 세월 따라 흐르는 어르신들의 걸죽한 입담 탕 안 곳곳 가득 메우고 절제된 수증기 절제된 온도 그리고 절제된 사랑. 까르륵 소리와 함께 흘러 비워져 가는 마음 창문으로 들어찬 어둠이 내내 흐렸던 하루를 잠재운다
2
소리 없이 아침이 들어찬다 텅텅 빈 탕 안 가득 한 주름의 물결이 맑은 마음 주르륵 배수구로 흐른다 밤새 헤어진 꼭지 틀어 새해는 콸콸콸 넘쳐 흐른다 한 줄기 햇살 물줄기 맑게 비추어 아름다운 탕 안,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조용하다 밤새 움츠렸던 사람들 비로소 기지개를 켜면 소복하게 내리는 눈 지붕 곳곳을 덮어가고 희망 가득 안은 인사 나누는 얼굴에 미소 가득하다 거품
사라진 탕 속의 물뿌리 흘러흘러 야위었던 시간이 채워져 간다 새로 흐르는 물결이 힘찬 포효로 일어선다 껄껄껄 걸죽한 웃음소리 절제되어 탕 안 가득 번진다 세월이 매만진 자리 새로 쌓인 때들이 물뿌리에 실려나간다 아침은 용기 있게 상처 있는 사람을 어루만지고 새해를 축복하며 내리는 눈은 자랑스러운 아이와 걱정스러운 아버지의 同床異夢이다
3
새해에 내리는 저 눈, 밝은 미소 가득 머금고 걱정 가득한 아버지에게 눈인사를 한다 아이의 해맑은 웃음이 하루종일 굴려댄 눈사람 함께 번진다 드디어는 녹아나는 마음이 하늘 향해 양팔 벌린 사람들 환상 속의 무지개, 빛을 이루고 햇빛에 사라지는 눈처럼 녹는 마음. 탕 안의 비좁은 창가 겨우 비집고 힘차게 뻗은 하얀 줄기 비로소 햇살을 인식할 때쯤 떠오르는 아아 한 줄기, 저 강한 마음.
물살에 부풀은 새해가 힘찬 포효로 일어서고 있다
구름 속 산책
창문 밖
새가 날아오른다 하늘에는 구름 비춘 콘크리트 공사가 마악 시작되었다 공중 낮게 비명지르는 펜텀기 눈을 빛내며 공사장 아래를 지나간다 무너지는 집집마다
최강(最强)의 지진(地震)이 21세기의 빨간 불을 밝혔다 닫힌 손잡이 밖으로 한숨이 지하(地下)의 표면(表面)에서 웅성거렸다 저마다 하나씩의 두려움을 안고 공중에서 쏟아지는 비명소리에 가슴 졸이며 마지막 피난장소 구름 속으로 사람들 산책을 한다 터질 듯한 수증기
구름 속
집을 짓는다
구름 위 날아드는 새떼들 지상(地上)의 기억 밖으로 응집된다 물방울 기초공사를 마무리 지으며 회색빛으로 물든다 창문 밖
비가 내렸다 공사가 중단된다 공사의 계단마다 부실이 우글거렸다 공중 위 떠도는 철재(鐵材)들이 부도를 몰고다녔다 빗방울 위선(僞善)의 지상(地上)에 직격탄을 떠뜨리며 튀어올랐다 바람이 공사장을 휩쓸고 창문 밖
구름 속에서 누군가 산책을 한다
꽃 파는 소녀
꽃을 키우며 소녀가 운다
우는 소녀의 얼굴 위에
개나리가 벚꽃처럼 피었다 진다
꽃을 키우며 나를 키워가고
나를 키우면서 生이 지나가는 여름,
소녀의 차가운 표정이
냉담한 하늘 아래 쏟아진다.
비 맞는 하늘 아래 있으면
문득문득 눈물이 나지만
원래 나의 삶은 무표정해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소녀의 한숨섞인 투덜거림에 바람은
붉게 상기된 소녀의 빰을 어루만진다
가끔은 잊었던 말을 내뱉듯이 투욱 툭
주위의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舊態依然(구태의연)한 慰勞(위로),
밤이 오면 보름 된 달이
소녀의 심장을 파고들어 상처를 내놓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침이면 해로 다시 태어난다.
새로움은 낯설음이야, 날 힘들게만 하지.
내가 꽃을 키울 때도 하나같이 다 달라,
어떤 것은 쉽게 시들어 미운데
어떤 꽃은 물을 주지 않아도 꿋꿋해.
낯익은 삶 같은 소녀의 오랜 微笑(미소)
낡은 꽃집이 문을 열어 환한
웃음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