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뱅이와 그의 부인.
그들과 나는 한 동네에서 산다
술주정뱅이
그는 눈에 뵈는 게 없다
자신이 이 골목에서 왕초인 줄로 안다
술에 취해
하늘이 빙빙 도니 머리도 같이 돌았나
판단력은 꽝이고
상식은 저리 가라, 도덕도 몰 무시다
지멋대로다.
지 꼴리는 대로 산다.
조금만 지 맘에 안 들면 누구에게라도 죽일 듯
끝장을 본다.
(누굴 빗대어한 말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가게에서 술주정
거리에서 고성
약숫터에서 싸움
술주정뱅이 하루는 약숫터에서
여러 곳에 수도꼭지를 점령하고 물이 흘러넘친다.
어떤 남자분이 보다 보다 한마디 던진다
좋은 말로 부드럽게 "아까운 그 물 좀 잠그시라'
그 말 끝나기 무섭게
그 남자를 노려보며 온갖 욕지거리를 퍼붓는다
니가 뭔데 야 이 xxx아
내 물 받는데 xx xx 말이 많노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아유 시끄러워서
나는 그 부인을 보며 항상 딱하게 봤다
술주정뱅이 남편 때문에 얼마나 창피할꼬
그런 그 술주정뱅이가 보이질 않아서
부인에게 물었다
요새 니 남편 안 보이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죽었다고 말한다
눈물의 의미는
남편 때문에 그간 고생한 것에 대한 서러움이려니 했다
"그간 니 고생했다" 고 위로하니
그 여자의 눈물의 의미는 내가 생각한 것하고는 너무도 달랐다
"남편이 죽어서 마음이 아프다' 고 ????
정이란 무엇인지
술주정도 뛰어넘는 사랑이로구나 했다
술주정뱅이 부인을 또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새 옷에 파마까지 하고 사람이 싹 달라졌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귀부인으로 변했다
"남자 생길라 너 조심해야겠다."고 말하니
그 부인 왈
" 내 미모가 한 미모 하지. 그건 인정해.
하지만 남자는 필요 없어."
"지금이 세상 편하고 좋다."
그 부인
"남편이 죽어서 마음 아파서" 운 게
진심?
"남편이 없어 세상 편하다."
이게 진심?
(중략)
가만 보니 그 부인과 남편은 닮았다
앞뒤 말이 틀리고
지잘난쳑 하고
같이 살면 닮는다더니
여자가 남편 닮은 걸까
남편이 여자를 닮은 걸까?
거울을 드려다 보는 듯해서 같이 사는 게 아닐까
천생연분
그래서 끼리끼리 사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