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마을기자단 원혜진
중랑마을人이란, 중랑구에서 다년간 활동해온 마을활동가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마을활동기를 기록하는 마을기록활동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소개될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해주세요 :) |
초록상상, 울림두레생협, (사)중랑마을넷 등 지역내 여러 단체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서울시 정책사업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아파트공동체활성화 커뮤니티플래너, 사회적경제 인큐베이터, 면목본동 마을계획단 지원관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신경옥님. 내가 행복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조금 더 좋아졌으면 하는 작은 바램에서 시작된 ‘마을활동’이 15여 년간 지속되어 온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1. 어떻게 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결혼과 함께 중랑구 신내동으로 이주 하며, 두 자녀를 키우고 있었어요. 당시 전 아이들을 비판적 사고와 생태적 감수성이 높은 아이들로 키우고 싶었는데, 마침 중랑구립도서관에서 진행됬던 ‘생태강좌’를 듣고, 봉화산에서 아이들과 숲놀이를 하는 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관심 있는 엄마들과 함께 모임이 지속되면서 지역에 변변한 비영리 환경단체 하나 없다는 아쉬움을 공감하며, 필요하다면 우리가 직접 만들자는 결의를 하게되었죠. 지역활동가인 장이정수님을 비롯한 몇몇분들과 함께 종자돈을 모아 지역에서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단체인 ‘초록상상’ 간판을 걸고 지역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2. 그동안 해오신 마을에서의 활동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초록상상에서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생태놀이, 지구적 탐구활동을 하는 ‘초록지구 탐험대’팀을 이끌었어요. 친환경 대안생활제 만들기, 텃밭, 생태교육, 부모와 자녀의 성장교육 등 분과별로 소모임을 만들며 회원들과 함께 공부했지요. 여성의 삶과 아이들의 교육, 환경에 관심 있는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내 아이의 대안교육을 위한 모임으로 시작했는데, 운이 좋게도 나의 필요가 공동체의 필요로 확장되면서 제 인생의 생애주기별 유의미한 활동과 경험을 하게 되었죠.
‘초록상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중랑구 지역 내 첫 생활협동조합(울림두레생협)이 생겨 반상근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생협 역시 지역기반의 네트워크와 조합원 확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1년 동안 그루터기에서 조합원 가입과 생산자 보호, 건강한 먹거리와 생협을 알리는 활동을 했어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회에서 활동하다 학교 관계자 추천을 받아 서울시 아파트공동체활성화 커뮤니티전문가 1기 과정을 이수하고 면접을 통해 서울시 정책사업을 지역에 전파하는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어요. 당시 주택법 개정에 따른 공동주택관리규약에 공동체활성화단체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입주자대표회, 관리주체, 공동체활성화단체가 서로 협력하며 아파트 공동체를 활성화 하자는 취지였죠. 폐쇄적인 아파트, 이웃간 소통의 부재로 인한 갈등,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 등 고질적인 아파트 문제들을 주민 모임이나 주민축제 등을 통해 해소 하고자했어요. 아파트 내 자원봉사자, 유휴공간 등 자원을 발굴하고 지역과 연결하며, 공동체가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게 지원하는 역할도 함께였죠. 단지별로 다양한 주민참여의 사례와 공모사업 선정에 탈락된 주민들이 스스로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감동이었죠. 중랑구 지역의 사례를 서울시에 공유하고 25개자치구에 교육하면서 벅찬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정책사업으로서 아파트공동체활성화사업과 마을공동체사업이 오세훈, 박원순 두 분의 서울시장 재임 기간 중 시간 차이를 두고 진행되어서 시대적으로 필요한 정책은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 후, 서울시 사회적경제 인큐베이터로 3년간 마을기업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며 ‘(사)중랑마을넷’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이후 2년간 면목본동 마을계획단 자치지원관으로 활동을 했어요.
3. 마을의 다양한 곳에서 일 해오셨는데. 그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내가 지향하는 바를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렵고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 더 나아가 공공행정이 함께 연대할 때 그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내 통장에 잔고가 쌓여가듯 초록상상의 회원이나 생협의 조합원이 늘어날 때, 마을자치에 참여하는 공공의 주민이 많아 질 때 마다, 그 가치에 동의하고 더 좋은 마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에 흥분되죠. 내 삶이 중요한 만큼, 지역의 환경, 교육, 안전, 일자리 등이 좋아지는 사회가 되길 바라기 때문에 정치와 정책사업에 관심이 많고 끊임없이 도움이 될 활동을 연결해 왔어요. 성향적으로 공공의 이슈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활동들은 정책과 행정 편의에 의해 다른 역할로 불리어왔지만, 내 삶에 필요한 문제를 공동체에서 해결해보자는 담론으로 일관성 있게 같은 방향으로 활동해왔어요.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미래 사회에 좋은 영향, 바람직한 변화를 주는 방향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4. 그동안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별한 에피소드보다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캐릭터 분석이 빠르다고 해야할까요^^ 인연이 되었던 분들의 장점만 기억하려합니다. 마을자치를 지원하기위해 2년간 임용직 공무원으로 주민센터에서 활동한 경험도 강렬합니다. 오랜 세월 지역에서 봉사해 오신 직능단체 주민들의 헌신, 현장 속 공무원들의 노고 등을 곁에서 보고 제 생각을 좀 더 확장하고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주민자치에 대한 실행적 거버넌스(거버넌스 :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이해 당사자들이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조직구조)가 필요하다는 참여의 정책이 등장하면서, 동단위 ‘서울형주민자치회시범사업’의 전 단계 사업으로 ‘면목본동 마을계획단’을 지원하게 되었어요. 주민이 마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과별 의제를 만들고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과 결정하는 주민총회는 마을자치의 꽃이죠. 그 과정을 통해 생활 속 절차의 민주주의를 거쳐 주민자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전 과정을 총괄 지원하는 활동이었어요. 주민을 만나고 조직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존중하고, 의견수렴의 절차를 공정하게 거쳐 공공의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은 정교한 전략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현장 역시 생물이라 주민이 자치의 방향을 잃지 않고 지치지 않도록 위로하고 촉진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피로한 일이예요. 그럼에도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발적 참여의 마을자치를 함께 고민하고 실행하며 마지막까지 완주한 한분한분 모두를 기억합니다. 지금도 서로 연락 하는데 그분들에게 언제나 존경을 표하죠.
5. 현재 중랑구 마을자치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주민3인이 모여 이웃만들기를 시작으로 주민연합모임사업 등 마을사업에 경험 있는 주민들이 동단위 마을사업에 많은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마을과 자치의 중간지원조직간의 연대와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공의 세금이 생활의제로서 꼭 필요한 문제를 해결 하는데 쓰이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을 통해 제안/실행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주민 스스로 지역의 의제를 개발하고 실행하고 책임지는 과정에서는 실무적 경험이 중요한데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동마다 혼란과 어려움이 있죠. 한 사람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시범사업에 대한 긍적적인 이해와 연대의식이 중요해요. 공공행정과 주민자치회의 균형 있는 거버넌스를 위해서 주민자치력의 자산화는, 자치문화가 생성되는 과정이다 보니 경험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을 구석구석 다양한 성향의 주민을 만나고 공공의 미션을 수행하는 마을활동가들은 일정기간 혼란의 중심에 서 있어요. 주민과 행정이 불편하게 보는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죠. 현장에서 주민자치문화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로서 그 성과 또한 본인들의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공허할 때가 많은데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생각해요.
6. 앞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의 활동을 해왔지만 일과의 인연도 중요하죠. 아직까지 특별히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지금의 평온함을 즐기고 싶어요.
얼마 전 대청소를 하며 쌓여있는 묵은 책과 자료들을 정리했어요. 우연히 중랑구에 살림살이를 풀면서 20년 넘게 일과 사생활의 구분이 모호한 많은 열정이 필요한 일들을 해왔죠. 아이들이 성장하듯 저도 활동가로서 지역사회의 성장에 몰입했어요. 이제 사회 담론은 다음 활동가들에게 맡기고 50이후의 삶에 집중해 보려 해요. 남편과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연세 많으신 부모님도 챙겨야 하구요. 열정 많은 엄마의 부재에도 아이들은 알아서 잘 커 주었어요. 성인대성인으로 식탁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아요. 코로나와 온라인 수업 때문에 집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 사회이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예전 추억도 소환하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새롭고 좋네요. 가족이 가장 소중하고 위로가 됩니다. 가정이 편안해야 지역도 안전하고 사회도 좋아지겠죠.
7.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신다면?
처음 지역 활동을 시작할 때 유치원/초등학교 다니던 아이들이 어느새 성인이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청년문제에 관심이 갑니다. 요즘 세대들은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죠. 자기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거나 이익이 되지 않으면 관심이 없어요. 부모세대의 사회적 경험은 낡은 것이라 당당히 말하죠. 성장 중심으로 달려온 시대의 풍요 속에서 자란 세대이지만, 자동화된 선진사회로 진입하면서 성장은 멈추고 부모세대 만큼도 풍요롭지 못할 거라는 세대의 불안감이 팽배합니다. 그럴듯한 일자리는 극소수의 엘리트에게 주어지고 심한 경쟁에서 탈락된 자신이 혹여 쓸모없는 잉여인간으로 남지 않을까 염려합니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크고 작은 일, 다양한 노동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겠죠.
나고 자란 지역에서 청년들이 유의미한 일들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새로운 세대는 전세대보다 계속해서 진화 발전하듯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죠. 필요하다면 그동안의 경험을 나눌 수도 있겠지만, 빠르게 변화 하는 세상 속에서 선배의 경험은 과거의 것일 뿐 그들이 더 멋진 세상을 만들거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