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징 이 <교향곡 제4번>은 앞선 3곡에 비해 그 양식이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성격적으로도 전연 별나 거의 독립적인 존재로 다음과 같은 2개의 특징을 들 수 있다.
첫째로 앞의 3곡에서는 볼 수 없는 우수로 얼룩져 있다. 물론 앞서의 세 작품들도 우수가 짙은 것이긴 하였으나 이 곡처럼 우수를 전적으로 으뜸조로 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브람스가 이미 52세란 나이에 이르러 인생의 애절함을 느낄 수 있는 연륜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그 당시 읽고 감명을 받아 이곡을 쓰게 된 그리스의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비극 『오이디푸스 』와 다우마의 음산한 얘기 등의 영향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곡은 곡 전체가 비극적이며 우수의 기분이 전체를 덮고 있어서 『가을 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둘째로는 곡 전체가 고색창연한 방법으로 쓰여 있다는 점이다. 그 하나는 제2악장에는 중세의 교회 선법 중 하나인 프리기아 선법(Phrygian mode : 으뜸음에 대한 하행 이끔음을 가지며, 이 선법에 의한 마침꼴은 화성적으로 a단조의 반마침꼴을 형성)이 사용되고 있는 점이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제4악장에서 150년 이전의 바하(J.S.Bach 1685~1750)를 끝으로 퇴색해 버린 샤콘느(Chaconne : 일정 선율을 반복하는 느린 3박자의 변주곡)를 원용한 점으로, 그는 바하의 칸타타 <주여, 저는당신을 원하나이다>BWV 150의 마지막 피날레 합창에서 상행하는 베이스 음형을 약간 변형시켜 마지막 악장의 동기로 사용했다. ▲ 브람스 최고의 교향곡 _ 삶의 위안을 얻게 하는..... 이 곡은 브람스적이며 고풍스러우나 그 고풍스러움은 인간에게 영원히 계속되는 과거에의 추억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얼마쯤이라도 인생을 체험한 자에게는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또 그 허전함은 브람스의 것인 동시에 만인의 것이며 특히 다소라도 인생의 괴로움을 맛본 사람에겐 마음의 위안이 아닐 수 없다. 베토벤적 투쟁이나 동경, 그리고 이상도 인생에의 빛이지만 브람스적인 체관(諦觀)은 그 이상으로 마음에 스며드는 언어이기도 하다.
▲ 작곡의 경과와 초연 교향곡 「제3번」을 완성한 다음 해인 1884년 여름에 시타이어의 뮈르쭈실라란 곳에서 휴양하고 있을 때 착수해서 첫 2악장을 쓰고, 다음 해 여름에 역시 같은 장소에서 나머지 악장을 썼다. 친구 칼베크에 의하면 최후에 완성시킨 것은 제3악장이었고, 그의 나이는 52세였다. 초연은 작곡된 해의 12월 25일에 마이닝겐의 연주의 궁정극장에서 개최되었던 궁정악단의 제3회 예약 연주회에서 브람스가 지휘를 담당하여 연주되었다.
▲ 악기 편성 피콜로,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A조, 제3악장에선 C조), 바순 2, 콘트라바순, 호른 4, 트럼펫 2, 트럼본 3, 팀파니 3, 트라이앵글, 현5부
■ 해 설 ▲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e단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
이것은 애절한 악장으로서 슬픔 속에 울면서 기도하며 호소한다. 곡은 제1,2 바이올린이 옥타브(8도음정)에서 내는 제1주제로 제시부가 시작된다. 첫 부분은 3도의 하행 진행을 주로 한 선율로 허전하지만 남성적으로 당당한 동경을 노래하나 그 사이에 휴지부를 두었기에 탄식하며 흐느껴 우는 듯하다. 어느새 악보 1B의 대목에서 싱커페이션으로 잇달아 진행되어 기도가 통절하게 되고 곧 탄식으로 변한다. 이 주제를 반주하는 것은 목관의 3도 음형이나 저음현의 상승 아르페지오 등으로서 이것도 탄식과 기도의 느낌을 강조한다. 이어 주제의 일부를 변화시킨 것이 비올라와 목관에 모방적으로 나타나 기도를 강조하면 주제는 점차 발전하여 마침내 현에 의한 선율에 이른다. 그러면 여기에 부드러운 제2주제가 나타나는데, 우선 반항적이며 강한 선율로서 목관으로 시작하고 첼로의 부드러운 선율이 이에 응답하는데, 이것은 이 <교향곡 제4번>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의 하나이다. 제2주제는 계속되고 현이 가볍게 더듬는 듯한 반주위에 목관과 호른에 나타나는데, 제2주제의 선율은 좀 더 표정이 풍부하고 서정적이지만 첼로와 호른의 어두운 음색으로 채색되고 있어 가라앉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어 코데타에 이르고 전합주의 강렬한 반항의 절규로 되어 B장조로 제시부는 끝난다. 전개부는 제1주제의 반항의 동기를 주로 다룬 후 현의 신음 소리를 경과구로 해서 재현부로 들어간다. 재현부는 규칙적으로 제시부를 재현하고 꽤 긴 코다가 제1주제의 처음을 베이스로 힘차게 시작하여 강열한 흐름 속에 애절한 고뇌로 곡을 맺는다.
▲ 제2악장 Andante moderato(걷는 듯 보통 빠르기로) E장조 6/8박자. ★★★★☆ 전개부가 없는 소나타 형식 E장조로 보통은 같으면 밝고 빛나는 분위기일 텐데, 여기서는 어둡고 고풍스런 베일을 씌운 듯 소박하면서 레퀴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상세 해설 생략). 브람스는 호른으로 연주하는 도입부의 선율을 중세의 교회 선법 중 하나인 프리기아 선법으로 작곡했는데, 여기서 베토벤보다 더 먼 과거로부터 교향곡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얻고자 했던 브람스의 의도가 드러난다. 호른의 선율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음악적인 주제라기보다는 거룩한 종교적 선언처럼 들리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호른의 선언적인 주제는 현악기의 피치카토를 배경으로 흐르는 클라리넷으로 이어지면서 엄숙하고도 차분한 색채를 더해가고, 이윽고 현악기의 서정적인 노래로 이어지면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제3악장 Allegro giocoso(빠르고 즐겁게) C장조 2/4박자 빠른 악장인데 일종의 스케르초이다. 작곡자는 여기서 제2악장의 쓸쓸함을 떼어 내려고 마음껏 환락을 즐기고는 비꼬는 듯이 너털웃음을 웃는 ‘바커스의 축제’라 불릴 정도로 화려하고 힘에 넘치는 음악이다(상세 해설 생략). 힘차게 제시되는 제1주제와 춤곡과 같은 제 2주제, 피콜로와 트라이앵글의 화려한 색채는 1, 2악장의 차분함과는 매우 대조를 이루고 있으나, 1악장 제1주제의 중심이 되었던 3도 음정이 여전히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앞의 악장들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 제4악장 Allegro energico e passionato(빠르고 힘차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e단조 3/4박자 ★★★★★ 이 악장은 또 다시 과거로 회귀한 훌륭한 샤콘느(Chaconne)이다. 특이하게도 그는 바흐 이후에 퇴색해 버린 샤콘느를 이 악장의 기본 형식으로 도입했다. 짧은 주제가 낮은 성부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동안 위 성부에서 계속 변주가 이루어지는 샤콘느는 바로크 시대에 성행했던 변주 기법들 중 하나다. 일찍이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2번의 ‘샤콘느’에 큰 감명을 받아왔던 브람스는 바하의 칸타타 <주여, 저는 당신을 원하나이다>BWV 150의 마지막 피날레 합창에서 상행하는 베이스 음형을 변형한 동기를 사용하여 코다를 포함한 총 32회의 변주를 만들었다. 이 샤콘느 주제는 4악장 도입부에서 트롬본으로 힘차게 연주되며 변주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된다. 하나하나의 변주가 연주될 때마다 이 짧은 주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브람스의 놀라운 변주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비장미 넘치는 샤콘느 주제가 반복되는 동안 음악적인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마침내 비극적인 단조의 결말을 향해 숨 가쁘게 치닫는다.
● 감상 1악장 : 00:24~ ★★★★★ 2악장 : 13:00 ★★★★☆ 3악장 : 24:38~ 4악장 : 31: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