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음악은 살아있는 생명의 드라마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음악을 체험한다는 것이다. 음악을 체험한다는 것은 음악의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며,음악의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음악이 시간 속에서 이루어져가는 생명의 성장을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다. 평화롭던 음악이 긴장이 고조되기도 하고 다시 이완되기도 하고... 음악은 시간의 흐름 안에서 그렇게 이루어져가는 생명이고,성장해가는 한편의 생명 드라마이다.음악은 스토리의 드라마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의 드라마라는 사실,그것이 바로 클래식 음악의 핵심이다. 1. 맥락 그렇다.음악의 맥락을 들어야 한다.음악에는 맥락이 있다. 언어에 구절이 있듯이 음악에도 구절이 있고,언어가 문장이라면 음악에도 음악 나름의 문장이 있다.
‘람·다·이·분·바’는 아무 뜻이 없다.단지 글자의 나열일 뿐,문법이 없어 문장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바·람·이·분·다’로 순서를 바꾸면“바람‘이라는 주어와’분다‘라는 술어가 생겨나 완벽한 문장으로 뜻을 갖게 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만약 음들이 상호 관계망을 이루지 못하고 단순한 나열에 지나지 않을 때(고양이가 피아노 건반위를 거닐어 내는 소리 같은)그 음들은 음악으로 성립되지 못하고 그냥 소리의 나열에 불과하다.아무 의미가 없다.음악으로 생명을 얻지 못했음이다.
하지만 첫 번째 음부터 음들이 이어지면서 박자가 확립이 되고,장조인지 단조인지 조성을 갖추게 되고,음악으로서 기본적 성격이 드러나면 이제 음악으로서의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되고 음악적인 생명이 잉태되는 것이다.음악의 문장이 성립될 기본 조건이 설정된 것이다.이와 같이 생겨난 이러한 음악 문장의 최초의 단어를동기(Motive)라 한다.
서양음악 역사에서 작곡의 기법으로 등장한 맨 첫 번째의 예가트루프(Troup)와시퀀스(Sequence),다음에모방기법(Imitation)이라는 것이 등장한다.모방기법은 앞서가는 성부의 어느 특징적인 짧은 한 부분을 뒤따라가는 다른 성부가 모방해가는 기법으로,이렇게 모방해가는 짧은 구절은 반복이 되면서 결국 그 음악의중심 이데아가 되어 통일된 이미지를 이루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후에 이 짧은 한 부분은동기라는2마디로 정형화되었고,이 동기는4마디의 작은 악절, 8마디의 큰 악절로 성장하여주제(Thema)가 되고 그 주제는 문장의 주어처럼 음악의 중심적 이미지가 되어 반복되고 변화되면서 음악의 성장 원리가 되어간다. 기악을 들을 때는 이러한 동기나 주제가 어떻게 반복되고 변화되어 가는지 그 맥락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이 맥락이 바로 그 음악의 의미 내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맥락을 들을 줄 모른다면 미치‘람·다·이·분·바’처럼 음악의 관계망이 형성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도대체 뭐가 뭔지 들리지 않고 지루해 질 뿐이라는 것이다. 반복과 변화의 맥락에는 진술·이탈·복귀의 드라마 또는 기·승·전·결의 드라마와,긴장과 이완의 드라마 등이 더 있다는 것은 앞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출처:김승일<클래식의 오해와 편견.PP.36~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