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청운동 이사
京城天候畢罹月
서울 날씨 한 달 근심 끝내고 1)
甘霈淋漓尙未歇
단비 내려서 아직도 안 그쳤네.
彰義梅謉三夜過
창의동 장맛비 사흘 밤 지나도 2)
弼雲萍迹一年忽
필운동 행적은 훌쩍 1년이었네. 3)
峯嵐欲濕林客積
산안개는 숲의 객을 적시려하고 4)
磵水稍增石齒沒
시냇물은 점점 불어 돌을 넘치네. 5)
遙憶伽倻流峙勝
멀리 가야의 물 흐름 생각나니 6)
明春又向江南發
내년 봄 또 고향 향해 가보리라. 7)
** 四二九0年 .七月 十七日 又移靑雲洞 十二之五号
4290년 7월 17일 청운동 12-5호로 또 이사함. 8)
駐居暫定傅岩傍 임시 사는 덴 부암정 옆이라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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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이월(畢罹月): (날씨로 인하여) 근심하게 했던 달포의 기간을 마침.
2) 창의매괴(彰義梅謉): 창의는 창의문(彰義門)이 있는 지역 또는 거기의 골짜기를 말하고 매괴는 장맛비를 말하는 매우(梅雨)를 달리 표현한 것 같은데 괴(謉)자는 부끄러울 괴(愧)자와 통하므로 지나치거나 겸연쩍은 장맛비라는 뉘앙스를 더한 것 같다.
3) 필운평적(弼雲萍迹): 필운동의 떠돌이 나그네의 행적이란 말로 시인이 거기로 와서 살았던 것이 어느새 1년이 지나갔다는 표현이다.
4) 봉람(峯嵐): 산봉우리의 이내로 아지랑이 같은 안개. 그 옆의 메모에 자필운(自弼雲)이라고 추가로 적었는데, 산안개가 필운동으로부터 덮여서 숲을 걷는 나그네 곧 시인의 옷을 젖게 할 것 같다 것.
5) 석치몰(石齒沒): 솟은 돌들을 물속으로 매몰함.
6) 요억가야(遙憶伽倻): 시인의 고향인 옛 가야 땅을 멀리서 추억함, (거기 치솟아 흐르던 빼어난 물 흐름을).
7) 강남발(江南發): 강남 곧 한강의 남쪽 고향이 있는 가야 땅으로 출발해보겠다는 말.
8) 四二九0年: 그 해의 단기(檀紀)는 곧 서기 1957년.
9) 부암방(傅岩傍): 자하문 밖 종로구 부암동(付岩洞)에 있던 대한제국 때 문신(文臣)이며 교육가였던 윤치호(尹致昊/ 1865-1945)의 별장이 부암정(傅岩亭)인데 그 근처라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