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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이야기 5
제1장 대구 (Yamaka Vagga)
네 번째 이야기
*원한 맺힌 여인들
부처님께서 사왓티에 있는 제따와나 사원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과 관련해서 게송 5번을 설하셨다.
어떤 장자의 아들이 아버지가 죽자 혼자 농사를 짓고 집안일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어머니를 봉양해야 했으므로 삶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이제 너도 나이가 들었으니 장가를 들도록 하여라.
내가 젊은 여인을 한 명 데려오겠다.”
“어머니,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제가 오직 바라는 것은 살아계시는 동안 어머니를 잘 봉양하고 사는 것입니다.”
“아들아, 너 혼자 농사일과 집안일을 모두 꾸려나가기란 힘든 일이다. 그렇게 사는 것을 보는 내 마음이 안쓰럽구나.
젊은 여인을 데려와 아내로 삼고 가정을 함께 꾸려간다면 서로 의지가 되지 않겠느냐?”
아들은 여러 번 장가를 들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결국 동의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미리 생각해둔 집이 있었다. 그녀가 그 집 딸을 데려오려고 나서자 아들이 물었다.
“누구네 집으로 갑니까?”
“누구네 집으로 간다.”
아들은 어머니가 생각하고 있는 집의 딸보다는 자신이 전에 점찍어 놓은 처녀에게 마음이 있어서 그 처녀를 데려오게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연모하는 여인이 사는 집으로 가서 딸을 데려와 결혼시켰지만 나중에서야 이 여인이 애를 낳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며느리가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되자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네가 선택한 여자를 데려왔지만 아이를 낳지 못하는구나. 자식을 얻지 못하고 죽으면 혈통이 끊어져 조상을 뵐 면목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두 번째 아내를 맞도록 하거라.”
“어머니 저는 한 여자면 충분합니다.”
아들은 여러 번 거절했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좋다고 할 때까지 계속 들볶았다.
애를 낳지 못하는 아내가 모자간의 말을 엿듣고 생각했다.
‘아들은 원래 부모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법이지, 시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인을 데려오면 그때부터 나는 하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내가 남편을 위해 여자를 선택해서 데려오면 어떨까?’
아내는 어떤 집에 가서 젊은 처녀를 데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처녀의 부모는 매우 심하게 반대했다.
“여인이여,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저는 아이를 낳지 못합니다.
자식이 없으면 가문이 끊깁니다.
당신의 딸이 아들을 낳으면 가문의 여주인이 되어 살림을 모두 맡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딸을 주면 당신의 딸은 호사스런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녀는 결국 부모를 설득시켜 딸을 데려와 남편에게 둘째부인을 안겨주었다.
이때 첫째부인에게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나의 경쟁자가 아들을 낳게 되면 그녀가 안주인이 되고 나는 남편의 사랑과 관심도 받지 못하고 하녀처럼 될 것이다.’
그래서 첫째부인은 둘째부인에게 말했다.
“아이가 들어서면 바로 알려주세요”
“그렇게 할게요.”
둘째부인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임신하자마자 첫째부인에게 알렸다.
불임아내는 매일 손수 우유죽을 쑤어 산모에게 가져다주었다.
물론 우유죽에는 낙태시키는 약이 들어있어 둘째부인은 결국 유산하고 말았다.
둘째부인은 두 번째로 아이를 가지게 되자 또 알렸다.
전처럼 불임아내는 산모에게 약을 넣은 우유죽을 쑤어 주었고 산모는 또다시 유산하게 되었다.
이웃 집에 사는 여인들이 모여앉아 둘째부인에게 물었다.
“아이를 가졌을 때 첫째부인이 자네에게 뭔가 가져다주지 않던가?”
그렇다고 말하자 그녀들은 동시에 외쳤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구! 왜 임신했다는 것을 알려주었어?
그녀는 네가 자기 위에 올라갈까봐 두려운 거야. 그래서 유산시키는 약을 섞어 너에게 먹인 거야.
이 바보야! 다시는 임신했다고 알리지 마라.”
둘째부인이 세 번째로 아이를 가졌을 때 그녀는 첫째부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첫째부인은 그녀의 배가 불러오자 임신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이를 가졌다고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
“나를 이 집에 데려와서 유산의 고통을 겪게 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어요. 그런데 왜 내가 당신에게 말해주어야 하지요?”
자신의 계책이 들통 나서 유산시키기가 힘들어지자 첫째부인은 그날부터 산모의 경계가 소홀한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뱃속의 아이가 상당히 자랐을 때 그녀는 기회를 포착해서 유산시키는 약을 먹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뱃속의 아이가 거의 다 자란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단순히 유산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가 나오다가 자궁입구에 걸려서 산모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산모는 뱃속에서 날카롭게 찌르는 통증으로 괴로워했다.
그녀는 이제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원한 맺힌 목소리로 외쳤다.
“네가 나를 죽이는구나! 여기로 데려온 사람도 너였고, 세 번이나 유산시킨 사람도 너였고, 지금 나는 죽어가고 있다. 내가 죽으면 다음생에
귀신으로 태어나 너의 자식들을 모두 잡아먹고 말테다!”
그녀는 원한을 품고 죽어 바로 그 집에 고양이로 태어났다. 남편은 첫째부인을 붙잡고 말했다.
“내 가족을 파멸시키는 자가 바로 너로구나.”
그는 첫째부인을 죽도록 두둘겨 팼다. 그녀는 지독하게 얻어맞고 죽어서 바로 그 집에 암닭으로 태어났다.
둘째부인은 고양이로 태어났고, 첫째부인은 암닭으로 태어났다.
암닭이 알을 낳으면 고양이가 와서 날름 먹어치웠다. 세 번씩이나 알을 먹어치우자 알닭이 원한에 사무쳐서 말했다.
“세 번씩이나 내 알을 먹어 치우고 이제 나까지 잡아먹으려고 하는 구나. 내가 죽으면 너와 네 자식들까지 잡아먹을 테다.”
암닭은 원한을 품고 죽어서 표범으로 태어났고, 고양이는 죽어서 사슴으로 태어났다.
그러니까 첫째부인은 암닭으로 태어났다가 이번에 표범으로 태어났고, 임신이 가능했던 둘째부인은 고양이로 태어났다가 이번에 사슴으로 태어난
것이다.
사슴은 세 번이나 새끼를 낳았고 표범은 그때마다 와서 새끼를 먹어치웠다. 사슴이 죽어갈 때 증오에 가득차서 말했다.
“이 악독한 짐승은 내 새끼를 세 번이나 먹어치웠고 이제 나까지 잡아먹으려고 하는구나. 내가 죽으면 다음생에서는 너와 네 자식들을 다
잡아먹을 테다.”
사슴은 이렇게 원한을 품고 죽어서 이번에는 약키니(여자 야차)로 태어났다.
표범은 죽어서 사왓티에 여자로 태어났다.
그러니까 임신이 가능했던 둘째부인은 다음에 고양이로 태어났다가 그 다음에 사슴으로 태어났고 금생에 약키니로 태어났다.
첫째부인은 다음에 암닭으로 태어났다가 그 다음에는 표범으로 태어났고 금생에 사왓티에 여자로 태어난 것이다.
그녀는 자라서 결혼하고 남편과 함께 사왓티 성문 근처에서 조그마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아이를 낳았을 때 약키니가 산모의
가까운 친구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나타나서 물었다.
“제 친구는 어디 있어요?”
“저 방안에 있어요. 방금 아이를 낳았답니다.”
“아들인가요? 딸인가요? 그녀를 보고 축하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약키니는 방으로 들어가 아이를 살펴보는 척 하다가 아이를 먹어치우고 사라졌다.
젊은 여인이 두 번째 아이를 낳았을 때도 똑같은 방법으로 접근해서 아이를 잡아먹고 사라졌다.
세 번째 젊은 여인이 아이를 가졌을 때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집은 약키니가 두 아들을 잡아먹고 사라진 곳이에요. 이번에는 친정에 가서 아이를 낳는 게 좋겠어요.”
이때 약키니는 물을 긷는 순번이 되어 사왓티에서 아주 먼 곳에 있었다. 사천왕은 북쪽에 모여 사는 약카들은 돌아가면서 아노땃따 호수에서 물을
길어야 한다.
물을 길을 때는 위 아래로 쭉 늘어서서 호수에서 머리위로 물이 가득찬 물동이를 전달한다.
사오 개월 동안 그 임무를 끝마쳐야 해방이 된다.
어떤 약카들은 이 일이 힘들어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오 개월이 지나 임무를 끝마치고 해방이 되는 순간 약키니는 부리나케 젊은 여인의 집으로 가서 물었다.
“제 친구는 어디 있나요?”
“여기 없어요. 여기서 아이를 낳을 때마다 약키니가 와서 아이를 잡아먹었대요. 그래서 아이를 낳으러 친정집으로 갔어요.”
‘어디로 도망치려해도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지.’
약키니는 증오에 가득차서 사왓티 성을 향해서 쏜살같이 달려갔다.
아이의 이름을 짓는 날 어머니는 아이를 목욕시키고 이름을 지어주고 나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이제 집으로 돌아갑시다.”
그녀는 아이를 안고 남편과 함께 길을 떠나 집으로 가는 도중에 제따와나 사원을 지나게 되었다.
부부가 사원 근처에 있는 연못에 도착했을 때 아내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연못에 들어가 목욕하였다.
그녀가 목욕을 마치자 남편이 연못에 들어가 목욕했다.
남편이 목욕하고 있는 동안 젊은 아내는 연못 근처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앉아서 남편이 목욕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약키니가 증오에 가득 찬 시뻘건 눈을 하고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젊은 아내는 약키니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그녀는 공포에 몸을 부르르 떨며 남편에게 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여보! 여보! 빨리 와요! 여기 그 약키니가 왔어요!”
그녀는 겁에 질려서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를 안고 제따와나 사원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사원에 모인 대중들에게 법문을 설하고 계셨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부처님 발아래 내려놓고 부처님에게 애원했다.
“부처님이시여, 제 아이를 부처님에게 바칩니다. 이 아이의 생명을 구해주세요.”
사원의 정문에 거주하며 문을 지키는 수라나 신장(神將)은 약키니가 사원에 들어오려는 것을 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다 장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가서 신장에게 약키니를 들여보내라고 하여라.”
장로가 가서 약키니를 들어오게 했다. 아이엄마가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부처님! 저기 그 약키니가 옵니다”
“내가 들어오게 했으니 조용히 하여라.”
약키니가 들어와서 부처님 앞에 서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느냐?
나와 같은 부처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일 겁 동안 뱀과 몽구스처럼 서로 증오하고,
까마귀와 올빼미처럼 증오와 적개심 때문에 온 몸을 떨고 전율할 것이다. 왜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려 하느냐? 증오의 불길은 증오가 아니라
사랑의 물로 꺼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게송 : 5
원한을 원한으로 되갚는다고
맺힌 한이 풀어지랴?
원한을 품지 않아야만
원한이 풀어지리라.
이것은 영원한 진리라네.
이 게송 끝에 약키니는 수다원과를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아이엄마에게 말씀하셨다.
“아이를 약키니에게 건네주어라.”
“부처님이시여, 두렵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녀를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아이엄마는 아이를 약키니에게 건네주었다. 약키니는 아이에게 입 맞추고 어르고 달래다가 아이엄마에게 돌려주었다.
그러 후에 약키니는 슬프게 울었다.
“왜 우는가?”
“부처님이시여, 지금까지 어떻게든 먹고 살긴 살았지만 항상 먹을 것이 부족해서 배가 고팠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 걱정하지 마라.”
부처님께서는 아이엄마에게 말씀하셨다.
“이 약키니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네 집에서 같이 살아라.
맛있는 우유죽을 쑤어서 항상 대접하여라.”
아이엄마는 약키니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헛간의 중앙 서까래 위에 살게 하고 항상 우유죽을 만들어 주었다.
추수철이 다가와서 벼를 베어 타작할 때가 되었다.
사람들이 벼를 헛간으로 옮겨 도리깨를 내리치며 타작하기 시작하자 약키니는 두려움을 느꼈다.
도리깨가 위로 올라갔다가 자신의 머리위로 떨어질 것만 같아서 약키니는 젊은 여인에게 요청했다.
“난 더 이상 여기서 살 수 없어요.
다른 곳에 살 곳을 마련해 주세요.”
약키니는 도리깨 창고, 물방앗간, 빵 굽는 집, 곳간, 쓰레기 더미, 마을 문을 옮겨 다니며 살아보았지만 어느 곳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는 도리깨가 올라갔다 내리칠 때 내 머리를 두 조각으로 내버릴 것만 같고,
여기는 애들이 끊임없이 어질러놓고,
여기는 개들이 누워있고,
여기는 애들이 볼일을 보는 곳이고,
여기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고,
여기는 마을 소년들이 점치고 노는 곳이예요.”
아이엄마는 약키니를 위해 마을 밖에 혼자 조용히 지낼 곳을 마련해 주고 매일 우유죽을 쑤어 약키니에게 가져다주었다.
약키니는 그녀의 남편에게 말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올 거예요.
그러니 마른 땅에 곡식을 심도록 하세요.”
“올해는 비가 거의 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물이 많은 곳에 곡식을 심도록 하세요.”
다른 사람들은 비가 너무 오거나 비가 적게 와서 농사를 망쳤지만
이 젊은 부부는 항상 많은 양의 곡식을 수확했다.
사람들이 아이엄마에게 와서 물었다.
“당신은 비가 많이 오거나 가물어도 농사를 망치지 않고 곡물을 수확하는데, 곡식을 심을 때 올해는 비가 많이 올지 적게 올지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어찌된 일인가요?”
아이엄마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에게 약키니 친구가 한 명 있어요. 그녀가 올해는 비가 많이 올지 적게 올지 미리 알려주지요.
그러면 저는 그녀가 가르쳐준 대로 높은 땅이나 낮은 땅에 곡식을 심어요. 알겠어요?
우리는 매일 맛있는 우유죽과 여러 가지 음식들을 그녀에게 가져다줍니다.
당신들도 맛있는 우유죽과 음식들을 가져다주면 그녀가 당신들의 곡식도 돌보아줄 거예요.”
마을 주민들은 즉시 약키니를 섬기기 시작했다.
약키니는 그 후로 모든 곡식을 돌보아 주고 많은 선물을 받고
많은 부하들을 거느렸다.
약키니는 사람들이 항상 여덟 가지 음식을 보시하도록 했고 이 풍습이 오늘 날까지 지켜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