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치앙마이
송언수
여행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기회만 되면 여기저기 다닌다. 국내는 물론 해외도 간다. 졸업 후 취직한 이유는 전적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일하는 1년 동안에도 틈틈이 연차를 긁어모아 여행을 다녔고, 퇴직금까지 알뜰히 챙겨서 호주로 날아갔다. 한국엔 한 번도 오지 않은 채 2년을 거기서 살았다. 딸이 보고 싶어 우리 부부가 시드니로 가야 했다. 덕분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하버브릿지가 통영대교랑 똑같은 게 놀라웠던 기억.
시드니에 오면 뭐하고 싶어?
우리는 시드니 보러 가는 게 아니고, 너 보러 가는 거야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딸아이는 계속 거기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아르바이트하던 카페의 한국인 사장이 비자문제를 해결해주고서라도 계속 일을 시키고 싶어 했다.
이번에 4월 이후로 일을 그만두겠다는 딸아이가 치앙마이에 같이 갈까 물었다. 작년 추석 연휴 앞뒤로 연차를 내고 보름 동안 혼자 태국에 갔던 아이다. 그때는 방콕에 오래 있었고 치앙마이는 며칠 못 있었단다. 이번엔 한 열흘 치앙마이에만 있어 보고 싶다한다. 비용 때문에 열흘이지, 사실은 그 열흘도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내비친다.
같이 갈래?
그래, 가자!
마침 나도 4월에 일이 끝난다. 가자는 말은 이번에 꺼냈으나 가고 싶은 마음은 진즉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김해공항에서 치앙마이 직항이 있었는데, 지금은 인천공항 거쳐 가는 것만 있단다. 3월에 혹시 오픈할지 모르니 기다려보라고 항공사에서 그랬다는데, 아직도 안 뜬다며 투덜거리기를 며칠. 결국 방콕에서 국내선 타고 치앙마이 가기로 결정하고는 김해공항 방콕 항공권을 뒤지기 시작했다.
휴일에 남편과 셋이 산책 나갔다가 동네 카페에 앉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비행기 예약 상황을 물었더니 일정을 확정 못했다며 다시 뒤지기 시작한다. 저렴한 항공권 일정을 찾다 5월초로 날을 정했다.
아빠가 항공권 후원하시나요?
뭔 소린가 싶은 표정의 남편 얼굴을 보며 한 마디 보탰다.
후원 없이 행사를 어찌 해요?
직장에 메여 같이 갈 수 없는 남편이 못이기는 척 꺼내 든 카드는 딸 아이 손으로 넘어갔고, 몇 번의 시도로(이상하지만, 모바일 예약은 단 한 번으로 끝내 본 적이 없다) 드디어 항공권도 예약을 마쳤다. 딸아이와 단 둘이서는 처음 가는 여행이다.
경비 부담은 어떡해? 반반이야?
뭘 그런 걸 묻나 싶은 표정이다.
그래, 반반!
내가 더 낼 수도 있지만 확실한 해두는 게 좋을듯했다. 여행지에서는 씀씀이가 더 커지기 마련이니. 사실 딸아이는 나보다 씀씀이가 크다. 꼭 실리를 따지는 박경리의 엄마와 꿈으로 살려는 박경리처럼, 나는 가성비가 흐뭇하고, 딸아이는 가심비가 흐뭇하다. 미리 경비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면, 딸아이의 소비는 내 지갑을 믿을 것 같았다.
그게 3월 말쯤이었다. 딸아이는 지금 호텔을 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