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코스 : 내산리 삼보 쉼터 - > 중 3리 마을 회관
내산리 삼보 쉼터에서 고대산 임도까지는 12코스와 13코스가 겹치는 구간이기에 경기 둘레길을 완주를 목표로 걷는 사람으로서 두 코스를 한 번에 걷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였는데 오늘 또다시 그 아쉬운 마음이 되살아나는 것은
내산리 삼보 쉼터까지 자택에서 오는데 무려 4시간이 소요되기에 걷는 것은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오가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침 06시 30분에 집을 나와 전철을 2시간여를 타고 동두천역에서 버스로 환승하여 연천에서 택시로 갈아타고 내산리 삼보 쉼터에 이르렀다.
내산리 삼보 쉼터에서 임도까지 겹치는 구간은 12코스를 걸을 때 다녀갔던 길이었기에 택시가 진입할 수 있는 곳까지 가서 임도로 향했다. 고대산 임도 따라 걸어오다 마을로 내려왔기에 택시가 더는 갈 수 없는 곳은 가파른 오르막길이 되어 시작부터 땀방울을 흘리게 한다.
마을 길에서 임도에 이르는 산길로 진입하는 길은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맛을 보여주는 길이다. 12코스의 종착지를 향하여 내려올 때는 급경사가 되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는데 13코스를 걷고자 오를 때에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되어 구슬땀을 흘리게 하였다.
임도에 진입하였다. 고대산 임도와 다를 바 없는 쌍둥이 임도지만 평탄한 길이 되어 거칠었던 숨소리가 안정을 찾고 흥겹게 걸어간다. 산길은 찾아오는 사람에게 고생한 만큼 아름다움을 안겨주고 산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적당히 시험하고자 오르고 내리막길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
땀 흘려 올라오면 그 주위의 풍광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힘들었던 그 순간은 벌써 사라지고 오르막길에 오르면서 힘들어하면 내리막길로 인도하여 산에 찾아온 모두를 산속에 파묻히게 하기 때문이다.
고대산 임도에서 시작된 외줄기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걸어왔던 길이 또다시 재현되었기에 다소 지루함을 방지하고자 함인지 동행한 김 총무는 엠피3에 저장된 음악을 산속에 터트린다.
산새는 날아와 춤을 추고 사람은 징단에 맞추어 걸어가니 발걸음이 가볍다. 앞을 보고 뒤를 봐도 산이요 옆을 보아도 산등만이 보이는 울창한 숲속을 파헤치며 걸어가노라니 걸음걸음 설렘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다.
도시에서는 비가 오고 난 뒤가 아니면 맞이할 수 없는 청명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길을 걸어가노라니 햇볕이 내리쬐어 땀방울을 흘리면 그늘로 우리를 맞이하고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은 고맙기 그지없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산속에 파묻히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정취에서 내 마음은 하나로 모이며 홍진의 때가 벗겨나가는 것 같다. 그리하여 길을 걸을 때면 행복함을 느낀다.
시선으로 일컬은 이태백에게 누군가가 왜 산에 사느냐고 물었을 때(問余何事栖碧山) 웃으며 대답하지 않아도 마음은 한가하기만 하다(笑而不答心自閑)고 하였는데 자연에 파묻혀 산길을 걸어갈 때 옛 시인의 시를 읊조리며 걸어가노라면 사방이 신명으로 가득차 그 발걸음을 한층 더 가볍게 하기에 오늘도 선사의 시 한 편을 떠올려 본다.
山自無心碧 : 산은 절로 무심히 푸르고
雲自無心白 : 구름도 절로 무심히 하얗구나
其中一上人 : 그 가운데 나 한사람
亦是無心客 : 무심한 나그네라네 <청허 휴정>
길에 취했나 다소 규모가 커다란 사방댐을 조성한 곳을 지나갈 때 지도 앱에서 길을 이탈하였다고 알린다. 갈림길이 없는 직선의 길에서 걸어가는 경로를 이탈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분명 스마트폰의 오 작동인데 지도 앱을 이용하여 길을 걷는 사람들은 신경이 크게 쓰지 않을 수 없다. 구간을 걸을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을 바로 잡지 못하는 것은 지도 앱을 사용하는 기술이 부족해서일까?
지도 앱의 착오임을 확인하고 앞으로 진행하니 국유림의 출입을 억제하는 철문이 세워져 있다. 산불감시 예방 기간도 지났고 우리는 국유림 출입 사전 신고를 했기에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다시 문을 닫고 통과하니 ’ 내산 임도 96 ‘을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경기 둘레길은 보개산 북쪽 산줄기를 가로질러 넘어가는 길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고대산 임도였다면 이제부터 보개산 임도로 이어지는 길이 되는데 평탄했던 길이 다소 경사가 있는 오르막으로 이어졌다.
임도는 예상보다 길었기 때문일까? 힘들었다. 오르고 올라도 오르막길은 계속되었다. 피곤한 사람에게 길은 멀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뙤약볕이 내리쬐는데 오르막길에 오르면 또다시 오르막길이 되어 돌고 돌아가는 길 다소 힘들었다.
날씨도 더웠기에 더욱 힘이 들었을 텐데 언제부터인가 오르막길에서 쉬고 올라가는 것은 지는 것이라는 오기에 가득 찬 생각으로 쉬지 않고 올라가는 것을 철칙으로 여겼지만 잠시 쉬었다가 가고 싶었다.
하지만 쉬지 않고 진행하니 천하무적 같았던 임도의 끝자락인 정상에 올랐다. 여기서 종착지인 중 3리 마을 회관까지는 8.9km임을 알려준다. 내리막길은 겨우 사람 1명이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이었고 등산로 상의 풀을 제거하지 않았고 우측으로 돼지 도열병 방지를 위한 담장이 쳐있었다.
길에는 돌이 튀어나와 다소 조심스럽게 하산하는데 내리막길 또한 언제 끝이 날 줄 몰랐다. 힘들게 임도 길을 올라왔지만, 내리막길은 그 올라온 길보다 더 내려와서야 또다시 오르막으로 시작되었다.
김 총무에게 ’ 내리막길이 임도에서 올라온 것보다 더 많이 내려왔는데요’라고 하니 웃으며 점심을 먹고 출발하자고 하여 주위를 살펴보니 돌들이 튀어 앉기가 불편하였고 길은 경사지어 마땅한 장소를 좀 더 찾아보고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길은 계속하여 오르막길이 되어 점점 높아지는데 점심을 먹을 만한 공간은 나타나지 않고 계속 오르막길이다. 경기 둘레길 13코스는 산하나를 완전히 넘어서고 또 다른 산을 다시 오르는 구간으로 조금 과장을 덧붙이면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곳이었다.
오르면 또 오르는 길이 연속되는 길이지만 양사언 선생의 ‘ 태산이 높다 하되 산아래 뫼이로다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는 시조를 암송하며 오르니 담터 고개였다.
담터는 차별화된 한국 고유 전통차의 보존과 개발을 통하여 한국인과 세계인의 차 문화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설립된 신평리에 있는 차류 제조업체인데 그 업체 상호를 따서 이곳을 담터 고개로 이름을 지은 것일까?
이곳에서 오른쪽의 산길로 진입하면 보개산의 고스락인 지장봉이고, 왼쪽의 등산로에 진입하면 관인봉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새로운 힘이 솟은 탓인지 김 총무를 힐끔 바라보았다. 김 총무가 살며시 웃는다.
지장봉에 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자택과 1-2 시간의 가까운 거리라면 올라갔다오는 것도 좋겠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음을 애석해하면서 보개산의 유래를 찾아보는 것으로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보개산△877m은 연천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최고봉은 지장봉이다. 남쪽의 종자산과 북쪽의 고대산을 잇는다. 첩첩한 골짜기마다 울창한 숲과 기암절벽이 어울렸다. 원래 영주산으로 불리던 것을 무학대사가 보개산으로 바꾼 것이다. 보개는 부처님의 무덤인 탑을 장엄하는 상륜부 장식 이름이다.” <경기 둘레길 홈페이지에서 퍼옴>
담터고개를 내려서니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지장계곡이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길에 가장자리의 산기슭을 흐르는 지장계곡은 다리가 7개가 설치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지그재그 방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장계곡은 얼음같이 차가운 물이 흘러 지장 냉골이라 불린다. 계곡물은 5㎞를 흘러 한탄강으로 들어간다. 보개산(877m)의 울창한 숲과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며 골짜기마다 작은 폭포와 연못이 이어져 경관이 빼어나다.
계곡 입구 왼쪽으로 병풍처럼 길게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키 작은 소나무가 자라고 절벽 위에는 궁예의 옛 성터가 남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장계곡[地藏溪谷]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고 한다.
지장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산을 내려서니 지금까지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향로천 7교를 지날 때 현수막이 걸려있어 무슨 내용인가 바라보니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종 1급 동물인 산양이 발견된 지역으로 무단포획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청정숲, 청정계곡의 보개산을 느끼면서 하산하여 향로천 1교를 지나 중리 저수지에 이르렀다.
“ 중리 저수지는 보개산 지장봉 골짜기와 종자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가둔 곳이다. 주변 경치도 좋아서 우리나라 민물 낚시터 중 최상급 시설을 갖추었다고 한다. 깨끗한 수질과 외래 어종이 칩임 하지 않은 토종 낚시터로 알려져 있다”< 경기 둘레길 홈페이지에[서 퍼옴>고 하였다.
잔잔한 호수 같은 중리 저수지를 지나가는 길은 포장도로이다. 보도와 차도는 구별되어 있을지라도 정오가 조금 지난 강렬한 뙤약볕이 내리쬐는 길을 걷는 것은 고행의 길이다.
하지만 고행은 수도자의 길이다. 우리는 어쩌면 길을 걷는 수도자일 수도 있다. 길을 걸으면서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을 마음껏 느끼기에 사지는 피곤하면서도 이 땅을 걸어가는 것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하는 경기 둘레길은 철원과 전곡으로 갈라지는 한탄강 2로로 진행하지 않고 우측의 좁은 소로로 진입하는데 철망이 설치되어있고 대문은 자물쇠로 잠겨있다.
문을 열고 진입할 수 없어 도적이 담장을 넘는 것과 같이 가드레일을 넘어 울타리 안으로 진입하였더니 종착지인 중리 마을 회관까지 1.7km를 알리는 경기 둘레길 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한탄강 2로 다리 아래를 통과하여 오늘의 종착지 중리 마을 회관에 이르렀다.
막국수 한 그릇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교통편을 확인하니 15시40분 차가 있었다. 다행이었다. 하루에 몇 대 운행하지 않은 버스를 40분을 기다리고 탈 수 있는 것으로 고마워할 뿐이다. 오늘의 걷기는 끝났지만 집에 가려면 전쟁을 하여야 한다.
15시40분에 버스에 승차하여 양문1리 터미널에서 하차하고 도봉산 환승센터에서 전철로 갈아타고 고양시 주엽역까지 가야 한다. 4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인가 ? 내가 좋아서 하는 길, 그 누구를 원망하랴!
● 일 시 : 2023년6월16일 금요일 맑음
● 동 행 : 김헌영 총무
● 행선지
-10시25분 ; 내산리 삼보쉼터
-11시15분 : 내산임도 96.
-11시40분 : 임도 정상
-12시30분 : 담터고개
-15시07분 ; 중3리 마을 회관
◆ 총거리 : 18.2km
◆ 소요시간 : 4시간4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