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순하게 "대파 한단"과 "군것질(아마도 꽈배기)"을 살 마음으로 영천시장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길만 건너면 영천시장 입구이고, 입구 양쪽으로 과일과 채소를 파는 큰 가게가 있다.
왠지 모르게? 나는 오른쪽 가게만 이용하게 된다. - 특별한 이유는 없다.
"사장님, 대파 한단만 주세요."
대파 한단 가지러 가는 여사장님 옆으로 튼실한 겨울 무가 보인다.
갑자기, 튼실한 무를 숭덩 숭덩 썰어서 그 위에 고등어 깔고, 고추가루 팍 풀어서...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찜을 해달라고 할까? 생각하면서, 반사적으로
"사장님, 무도 하나 주세요."라고 예쁜 무도 하나 샀다. 대파 3,000원, 무 3,500원
대파 한단, 무 하나 씩을 건네 받고, 다음은 어물전이다.
"사장님 고등어 찌게 해 먹으려고 하는데 얼마씩 해요?"
"한 마리에 6,000원, 두 마리에는 만오천원 내셔야 합니다. 생물입니다."
"그럼 두 마리 주시고요. 찌게거리로 썰어 주세요."
대파한단, 무 하나, 고등어 두 마리를 들고, 시장 안을 천천히 걸어서
꽈배기 가게로 향하는데, 조금씩 무거움이 더해 진다.
일요일이어서 인지? 시장 끝 어귀 자주 가는 꽈배기 가게는 닫았고,
시장 안쪽에 있는 꽈배기 가게에서 꽈베기, 도넛츠를 사고
건너편 과일 가게에서 단감 7개를(단감은 아내도 좋아 하지만, 장모님이
참 좋아하셔서, 잠깐의 단감철에 과일가게 지나다가 단감 파는 것이 있으면,
단감은 꼭 사는 편이다.) 사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오늘 별로 사지 않은 것 같은데, 팔에 져려 오는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다.
문득, 평생을 시장 보면서 무거운 식재료를 들고 날랐을 아내가 생각났다.
지난 수 많은 날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전업주부라 힘듦을 나타내지도 못하고, 두 아이와 어머님(장모님) 그리고
나를 위해 수 많은 날들을 장 보고, 이고 지고 나르면서 많이 힘들었겠구나.
오늘 아내는 내가 사온 꽈배기와 도넛츠에 즐거워하면서
단감을 먹기 좋게 예쁘게 썰어 준다.
나도 꽈배기와 도넛츠와 단감 몇 점으로 오늘 저녁을 대신한다.
-2023년 2월 5일 일요일,
공덕동까지 걸어가다가 남대문시장 호떡사러 갔는데
남대문시장 호떡집이 퇴근하여 영천시장으로 대파사러 갔다가
추억이 남았네~^^
다음 부텀은 군데 군데 사진을 찍어서 글과 함께 올려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