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0월 24일(토)~(10일째... Villafranca Montes Oca~ Atapuerca: 18.8km
순례자숙소: RP Albergue La Hutte 공용 알베르게, 5유로)
아침 8시경 냄비에 쌀과 차조(좁쌀)을 넣고 10여분 정도 끓으니
'죽'인지 '밥'인지는 몰라도 뭔가 되기는 한것 같다^^.
덜익은 밥이지만 한국에서 가져간 고추장(튜브)을 풀어놓고 물을 국삼아 간만에 쌀밥을 먹었더니
어째튼 배가 든든하다.
오늘은 9시 30분경 늦은 시각에 출발한다.
짧은 거리라 느긋함도 있었지만 어젯밤은 그런대로 잠을 잘 잔것 같다.
두어시간을 걸으니 비가 조금씩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한다.
소롯한 숲속길에 가을채색이 물들어간다.
외로움과 쓸쓸한 적막감이 불현듯 몰려온다.
1936... 무엇을 뜻함일까...
허나 그 내용을 모른들 어떠하랴.
추모와 염원과 소망이 공존하여 서려 있을진대...
(☞... 1936년 스페인 내전당시 희생자 추모비라고 합니다.)
걷는 길 중앙에 누군가 돌멩이로 'BUEN CAMINO'를 쌓아놓았다.
여간 정성이 아니다.
그런 바램을 알기에 너무나 소중한 순간으로 다가온다.
얼마나 많은 카미노들이 이 길을 거쳐갔을까...
수많은 사연들이 얼키고 설켜 내려져 있는 곳..!
난 무슨 사연을 이곳을 내려놓을 것인가.
떠오르지 않는 무언의 생각들이 오락가락 무수히 교차한다.
그저 아무런 상념없이 이 길을 걸을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은련만...
조금 더 걸으니 이번엔 하트모양으로 멋스럽게 쌓아놓았다.
누군가는 이 길이 용서의 길 사랑의 길이라 했으니... 세상 모든이에게 'Very Happy!'
휘돌아 가는길... 삼나무 인 듯 피톤치드 내음 가득하다.
우리나라의 '서낭당'을 닮은 형태인데 그 모양이 애교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띠고있다^^
울적했던 마음이 금새 사라진다.
어느누구의 작품인지는 몰라도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고운 마음씨에 복 많이 받을 거라는 기원을 보내며...
이제 서서히 이곳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길에 가을이 농익어간다.
세상 천지가 동화속 고운 이야기가 펼쳐놓은 듯 하다.
어찌 이런길만 있을까만은...
간만에 아내와 전화통화를 했다.
밥은 잘 먹고 있느냐 아픈데는 없느냐...
밥대신 빵 잘먹고 생맥주 잘 마시며 아무런 고생없이 즐겁게
많은 카미노들과 잘 걷고 있노라 소식을 전하니 그제야 베시시 웃으며 안심을 한다.
남편은 평생 강가에 내려놓은 큰 애기라 했으니^^...
Villafranca Montes Oca'에서 '산 후안 데 오르테가'(12.6km)와 '아헤스'(3.7km)를 거쳐 다시 2.5km를 더걸어
오후 3시 반경에 도착한 'Atapuerca' 마을초입...
우람하고 생소한 남성상이 그려진 표지판이 이채롭다.
아마도 이 마을을 지켜낸 전설의 인물인 듯...
아직은 노란 꽃잎 시들지 않은 먼 이국의 민들레가 지친 나그네의 발걸음을 향해 자태를 뽐 내는 듯...
이제 머지않아 민들레 바람에 홀씨 날리는 복스런 아가의 도톰한 볼과 입 모양새를
떠올리다보면 내가 더 행복해진다.
마을에 도착하여 이리저리 헤메여도 공용 알베르게를 도무지 찾을 수 가 없다.
어느 인자한 할아버지와 예쁜 아가씨가 가리키는 쪽으로 가 보아도 사설 알베르게 뿐...
한참을 물어물어 마을 안쪽에 위치한 공용 알베르게에 도착해보니
그동안 여러번 만났던 카미노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저 친구는 아마 키가 거의 2m에 육박할 듯 한데
처음 매서운 모습과는 달리 만날수록 정이 간다.
먹을거리 하나라도 같이 나눠주고자 하는 마음씨가 돋보인다.
그곳 바(Bar)의 천장풍경이 참으로 고풍스럽다.
어디를 가든 '제라늄' 붉은 꽃향기가 창가에 그윽하고 예술의 아름다움이 몸에 베인 그들의 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오늘의 저녁만찬...
간만에 푸짐히 먹을 생각이였으나 작은 동네의 바(Bar)라 그런지 생각보다 메뉴가 조촐한 식탁인데
그래도 붉은 호박죽 비슷한 스프에 감자튀김 바케트를 벗삼아 부드러운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니 그리 큰 아쉬움도 없다.
이 순간의 리얼리즘이 내게 새로운 추억의 장을 그려놓고 있지 않은가!
얼마후...
이곳 바(Bar)에서 바로 옆 숙소로 발길을 돌리는데 작은 빗방울이 낡은 알베르게의 처마를 타고 솔솔 흘러내린다.
그 또한 가히 낭만적이다.
어느새 날이 서서히 저물어간다.
오늘로 꼭 열흘째 280km여를 걸어왔다.
서서히 그길에 익숙해져 간다.
♤..♤..
첫댓글 대단하다
아무나 못하는 멋진추억을 만끽하고 왔으니 큰애기는 틀림없소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