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르달 터널(Lærdalstunneln)은 노르웨이 서부의 레르달과 아우르란을 잇는 터널이며, 오슬로와 베르겐을 잇는 E16 고속도로의 일부다. 총 연장 24.510km이며,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유명하다.
이 터널은 국가에서 만든 게 아니고 민간에서 만들었다니 놀랍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터널은 인제-양양터널로 11km인데 정말 길다. 시속 60km로 운전해도 거의 25분 정도 걸리니 지루할 정도로 길다. 셸 구조를 이용하고 있는 특색을 두고 있지만, 1995년 정식으로 착공, 2000년에 개통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터널은 터널 내부를 깨끗하게 마감했는데 노르웨이의 터널은 대부분 깎여나간 암반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터널 대부분이 어둡다. 그러나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고 도로 중간에 푸른색 조명이 켜진 로터리가 있고 중간 중간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다양한 장치를 해 두었다. 또 터널이 너무 길어서 그런지 1km마다 지나 온 거리와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터널이 최고로 많은데 해안 전체가 피요르로 계속 이어져 있고 섬도 많아 해저터널도 많고 바위산을 통과하는 터널도 많아 무려 1,083개나 된다고 한다. 최근 개통한 일부 터널은 TBM(터널보링머신)으로 공사해 원형이고 벽면이 매끈하지만 대부분의 터널은 계란을 세워 놓은 모양에 가까운 형태이고 벽면을 보면 일부는 바위를 깨내고 난 후의 울퉁불퉁한 바위 모양을 그대로 둔 곳도 많고, 나머지 부분도 매끈하게 미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깨낸 바위 표면을 대충 다듬은 후에 시멘트를 뿌려서 마무리했는데 암반이 매우 단단하고 지진도 없어 터널 벽이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플롬(Flåm)은 송네피오르(Sognefjord)의 지류인 에울란피오르(Aurlandsfjord) 안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데 일찍이 1340년에 기록되었을 정도로 오래된 이름으로 고대 노르딕어(語)로 평평하고 탁 트인 땅이란 뜻의‘flá’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19세기 말 이래 관광지로 알려져 전 세계에서 매년 약 45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데 이곳이 베르겐 쪽에서 열차나 버스를 타고 올 때 송네 피오르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해 주변의 피오르나 바다, 폭포 등의 관광지를 향하려는 사람들을 이곳을 통과하게 된다고 한다.
터널을 통과하자 잠시 후 피오르의 끝자락이 보이고 역시 목가적인 풍경이 우리를 맞는다. 조금 더 달리니 플롬이란 마을이 나오는데 선착장엔 역시 커다란 크루즈 선이 정박해 있고 크루즈 선에서 승객들이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플롬 선착장에는 연간 160여척의 크루즈 선이 입항한다고 한다.
선착장 옆 플롬 역 주차장엔 이른 시간임에도 관광객들이 꽤 많이 보이고 역 플랫 홈에는 플롬바나 산악열차 2대가 운행준비를 하고 있는데 관광객들이 플랫홈에서 산악열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에 열심이다.
아직 탑승시간이 많이 남아 가이드가 우선 열차를 탈 때의 주의사항과 구경하는 방법들을 설명한다. “우리 팀은 좌석이 지정되어 있는데 저를 따라 열차에 탑승하면 우리 팀 지정 좌석에 앉는데 3칸짜리 좌석과 2칸짜리 좌석이 있다. 뮈르달 역으로 올라가면서 그래도 보다 좋은 풍경을 보려면 오른쪽 3칸짜리 좌석에 앉는 것이 좋다. 우리 팀은 뮈르달 역까지 올라갔다 다시 플롬 역으로 내려오므로 내려 올 땐 왼쪽 2칸짜리 좌석에서 올라갈 때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서로 바꿔 앉으면 된다. 중간 효스포센 역에서 산악열차끼리 교행을 위해 5분 정도 정차하는데 이 때 밖으로 나가 폭포를 구경할 수 있지만 호각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열차에 탑승해야 한다. 뮈르달 역에서 기차를 내려 잠시 후에 도착하는 하행선 열차를 타는데 승차방법은 올라 올 때와 같고 내려올 때도 효스포센 역에서 잠시 정차한 후 내려온다. 효스포센 역에서 잠시 정차할 때 폭포 옆에서 노르웨이 목동들의 전설 속 요정인 훌드라(Huldra)가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 폭포 옆집에 빨간 옷을 입은 여자들이 훌드라라는 요정인데 베르겐 예술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훌드라 요정 역할을 한다.”
가이드가 산악열차 탑승티켓 수속을 위해 역사무실로 간 사이 우리는 산악열차를 배경으로 사진도 찌고 주변을 돌아본다. 대합실 내부는 등산용품이나 겨울옷을 파는 매장이 대부분인데 겨울 등산용 파카가 유명하다고 한다. 대합실 옆에는 임대용 공용 자전가가 거치돼 있는데 인터넷을 통해 예약 후 이용할 수 있으며 플롬과 핀세(Finse)를 잇는 도로는 자전거 길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옛 플롬 기차역사엔 플롬바나 기차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플롬과 뮈르달(Myrdal)을 잇는 길이 20km의 플롬바나(Flåmsbana) 산악열차는 까마득한 협곡과 6㎞에 이르는 20개의 터널을 통과하고, 운행 노선 주변의 경관이 매우 뛰어나며 그중 한 구간은 매우 경사가 심한 것으로 유명하다. 플롬에서 뮈르달까지의 공사는 1923년도에 시작해 1940년에 증기기관차가 임시 개통을 하였다가 1944년부터 전철이 운행되기 시작하였다. 뮈르달 역은 해발 928m로 철도의 80% 정도가 기울기 55도의 경사를 이루며 11개의 역과 20여개의 터널이 있는데 그 중에 18개의 터널은 인력으로 뚫었으며 터널 중 하나는 산 안에서 180도 회전한다. 눈사태 지역을 피하기 위해서 강을 3번이나 교차를 하고 강에 교량을 설치하지 않기 위해서 철로 밑에 터널을 뚫어 강물이 그리로 흐르게 했다고 한다. 당초에는 산업용으로 철도를 건설하였으나 미국 여행작가가 이 플롬열차를 탔다가 이곳의 경치를 소개하는 바람에 플롬 산악열차의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National Geographic Traveler Magazine은 플롬 철도를 유럽 10대 기차여행 중 하나로 꼽았고, Lonely Planet은 2014년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기차 여행이라 불렀다. 노르웨이를 방문할 때 진정한 버킷리스트이며 가장 인기있는 관광명소 중 하나다.
가이드를 따라 탑승한 플롬바나 산악열차를 탄다. 가이드가 역 이름과 여러 정보들이 적힌 플롬 산악열차 한국어 소개 책자를 2인당 1장씩을 나누어 준다. 빈티지 기차 칸의 안락함에서 Flåm Valley의 변화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계곡을 더 통과할 수 없는 구간으로 올라가기 전, 기차는 농촌 풍경, 오래된 플롬(Flåm) 마을 중심지 및 오래된 교회를 통과한다. 멀리 또 가까이 보이는 수많은 폭포와 작은 마을, 아무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장소의 작은 농장을 지나며, 반짝이는 푸른 계곡이 철도를 따라가고 있다. 경사가 심해 열차가 급경사와 급회전 구간을 지나면서 내는 소리가 시끄럽고 터널도 수시로 지나지만 주변 경치들이 정말 아름다워 열차가 내는 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올라가는 도중에 내려오는 열차와 교행(郊行)을 하기 위해서 잠깐 서는 곳이 있고 효스포센 폭포가 있는 효스포센 역에서 잠시 정차를 하여 폭포를 구경할 수 있게 한다. 폭포는 93m이며 수량도 상당한데 뮈르달 산 옆 큰 호수(구글지도를 보니 호수 이름이 Reinungavatnet다)에서 물이 흘러내린다. 폭포의 물보라에 금방 옷이 다 젖어버릴 정도로 역이 가깝게 있어 옷을 적시는데 열차가 요스포센(Kjosfossen) 폭포에 정차해 승강장으로 나가 폭포에 가까이 다가가자 폭포수가 떨어지면서 내뿜는 엄청난 물보라 세례에 옷이 흠뻑 젖는다. 그런데 가이드가 이야기했던 훌랄라 요정의 모습이 안 보인다. 시계를 보니 아직 9시가 안되었는데 출근 전인가 보다.
산악열차 승무원의 호각소리에 다시 열차에 올라 물보라 세례를 받은 옷과 안경을 수건으로 닦고 차창 밖을 보니 지금까지 보던 경관과 다른 늪지대가 나타나고 이내 열차는 종착역인 뮈르달 역에 도착한다. 열차에서 내리니 뮈르달 역이 928m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플롬 역에서 보다 훨씬 시원함(썰렁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역에는 베르겐에서 온 열차가 대기를 하고 있어서 이곳에서 올라간 여행객을 싣고 베르겐으로 가고 그곳에 온 사람들이 산악열차를 타고 플롬으로 내려간다. 우린 이곳에서 다시 플롬역으로 내려가야 해 역 구내에서 산악열차와 역 주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역 주변에는 산악자전거나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10여분 후 플롬역으로 내려가는 산악열차에 탑승해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내려간다.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요스효센 역에서 교행을 위해 잠시 열차가 정차한다. 서둘러 승강장으로 나가니 폭포 옆에서 노르웨이 목동들의 전설 속 요정인 훌드라(Huldra)가 빨간 옷을 입고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 폭포수 소리에 묻혀 노래가 잘 들리지 않는다. 노래를 부르던 훌랄라 요정이 사라지더니 금방 좀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나는데 같은 옷을 입은 여러 명이 함께 공연하는 것 같다. 잠시 동안 훌랄라 요정의 공연을 본 내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저런 훌랄라 요정을 따라갈 목동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플롬역에 도착! 1시간 반 정도 산악열차 여행을 끝내고 출발점으로 돌아왔는데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약간 기대보다 못 미치는 것 같다.
전용버스에 승차하여 베르겐을 향해 E16 고속도로를 달린다.
한 시간쯤을 달려서 점심식사를 위해 보세(vossevangen)라는 호숫가에 있는 도시에서 쉬어간다. 이곳은 스키를 비롯한 익스트림 스포츠가 유명한 곳이라고 하며 또 2차 대전 때 독일이 베르겐을 통해서 이곳까지 침공해 탄약고를 설치했는데 독일군이 이곳에서 철수할 때 보관하던 탄약을 소비하기 위해 보스의 건물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가 지금도 독일 사람들이 이 도시에 오는 것을 거부한다고 한다.
뷔페식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호숫가 주변 마을을 잠시 둘러본다. 수녀와 수갑을 찬 죄수가 의류광고의 모델을 하고 있는 의류광고가 보인다. 논란이 되어 언젠가 본 듯한 광고다.
다시 전용버스에 승차해 한 시간 반을 더 달려 베르겐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