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 토요일 MBC ‘무한도전’에서 농인을 비하하는 용어인 ‘벙어리’가 오픈자막으로 사용되어 TV를 시청하던 농인(청각·언어장애인)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무한도전’은 토요일 저녁에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지난 12월 13일 방송에서 오픈자막으로 사용된 ‘꿀 먹은 벙어리’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장애인식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꿀 먹은 벙어리’는 ‘속에 있는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으로 사용되어왔고,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해당 용어를 농인을 비하하는 의도에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국어사전에 정의되어 있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벙어리’와 같은 용어는 자신의 장애를 비하하고 모멸감을 주는 용어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제작진은 용어사용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무한도전이 3년 동안 캘린더 판매 기금으로 저소득층 청각장애 아동에게 인공와우수술 및 언어재활치료와 보청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기에 무한도전의 장애인 비하용어 사용은 농인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장애인 비하용어의 사용은 비단 무한도전이나 방송관계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본회는 이와 유사한 사건들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명을 발표했고 사회전반에 걸쳐 장애인비하용어 사용에 대한 민감성을 갖추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장애인 비하용어 사용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음에 본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대중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매스미디어를 제작하는 관계자는 용어사용의 민감성을 가지고 문제가 있는 용어를 순화하거나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하지만 아무런 문제의식 없는 장애인 비하용어의 사용은 대중들에게 장애인 비하용어를 사용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언어는 시대의 가치와 사고, 문화를 반영한다. 현대사회는 장애인을 무능력한 존재가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변화되어야 한다.
이에 본회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농인을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한 MBC의 즉각적인 사과와 장애인비하용어사용을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다시 한 번 사회전반에 걸쳐 있는 장애인식에 대한 재고와 함께 국가적으로 장애인관련 용어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노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4. 12. 17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