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10 17:23 | 수정 : 2015.03.22 08:22
올 것이 왔다.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는 집념의 결과. 바로 1%대 초저금리 대출이다. 전세가격은 올라가는데 매매가는 그대로이고 부동산 거래량은 많은데 매매가는 그대로인, 기존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정부에서는 ‘큰 거 한 방’을 제대로 준비한 것 같다.
1% 초저금리 대출로 이름 붙은 이것. 과연 어떤 것일까?
① 묻지 마 대출상품
우선 이 상품은 소득수준을 묻지 않는다. 기존의 대출은 DTI라 해서 대출을 받고 나서 어느 정도로 갚을 여력이 되는지를 심사했었다. 그런데 1% 초저금리 대출상품은 소득수준을 묻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대출을 받아서 그 돈을 갚을 여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 상관없이 일단 빌려주고 보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대출이자 부담은 어떡하냐고? 이자가 연 1%대 아니던가. 3억원을 빌린다 해도 한 달에 27만5천원만 갚으면 된다.
기존에 정부에서 내놓았던 수익공유형 모기지상품은 그래도 ① 부부합산 연소득 6천만원 이하인 상태에서 ② 6억원 미만의 ③ 전용면적 85㎡의 주택을 사는 경우에 대출을 해주는 식으로 그나마 최저 기준을 만들었었는데, 이번 상품은 그렇지 않다. ① 부부합산 연소득 요건은 없어지고 ② 9억원 미만의 ③ 전용면적 102㎡ 이하면 된다.
금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일단 금리도 묻지 않는 상품이다. 현재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코픽스 금리(2015년 1월 기준 2.1%)에서 마이너스 1%를 해서 1.1%대의 금리로 7년간 유지하다가 그다음에는 일반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다시 말하면 7년간은 금리가 1%대로 유지되다가 그다음에는 금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복불복이다. 7년 이후 금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상관없겠지만 혹시라도 금리가 급등한다거나 하면 죽어나갈 가구가 시범적으로 3천 가구가 될 수도 있다.
② 대출이자에 더해 다른 이자가 있다.
조삼모사가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일단 ‘이자가 싸다구!’ 하면서 좋아할 일이 아니다. 하늘이 도와 집값이 오른 경우 은행에도 수익을 나누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유망한 지역의 아파트 시세가 2억원이고 집값의 70%인 1억4천만원을 대출받아 주택을 샀는데 20년 후에 집값이 2배인 4억원이 되었다. 그럼 은행과 어떻게 계산을 맞출까?
주택 매입가격 2억원
주택 처분가격 4억원
처분이익 2억원
대출평잔 7천만원
(대략 대출금액의 절반이라 보면 된다. 집값의 35%)
처분이익 중 기금귀속분(A) 7천만원(처분이익×대출평잔비율)
기금이익 상한비율 7%
기금이익 상한금액(B) 9천8백만원(대출평잔 7천만원×
상한비율 7%×20년)
처분이익 환수액(A와 B 중 작은 것) 7천만원
주택 구매자 시세차익분 1억3천만원
계산이 대단히 복잡한데,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해보자면 연이자가 1.1%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자는 연 1.1%로 내지만 주택을 팔고 난 다음에 정산을 해야 한다. 사례에서는 나라에 줘야 할 금액이 7천만원이 되니까 1년간 3백50만원씩 이자를 내는 셈이 된다.
즉 실제적으로 계산기를 열심히 두들겨보면 한 달 이자금액이 1.1%가 아니라 대략 2% 정도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는지(손해를 볼 수도 있다), 20년이 아니라 10년 내에 집값이 올라서 매도한다든지 하는 변수는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초저금리”라는 명칭이 붙기에는 숨겨진 이자가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자가 싸다고 강조하는 대부업체 광고가 생각난다.
그래도 돈 벌었으니 기쁜 마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지당하신 말씀이다.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 걱정하는 것도 당신이고, 집이 팔릴 때까지 열심히 이자를 갚아나가야 하는 것도 당신이다. 나라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다가 이익이 나면 ‘수익을 공유합시다’라고 내 밥에 숟가락을 얹는 것뿐이다. 이 얼마나 마냥 감사하기엔 석연찮은 상품인가.
자, 따져보자. 초저금리 이자라고 광고는 하지만 사실은 초저금리는 아니다. 이자를 내는 동시에 ‘수익공유’도 해야 한다.(그게 이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이자는 7년 후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상품에 가입해야 할까? 님아, 그 강을 건너지도 말고 그 대출도 받지 마오.